“생방송 나가 바지벗고 난장칠것”…4일 사전영장 신청

  • 입력 2005년 8월 4일 03시 12분


코멘트
생방송에서 성기를 드러내 물의를 빚고 있는 인디밴드 ‘카우치’ 멤버들이 3일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조사를 받기 위해 영등포경찰서로 들어가고 있다. 권주훈 기자
생방송에서 성기를 드러내 물의를 빚고 있는 인디밴드 ‘카우치’ 멤버들이 3일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조사를 받기 위해 영등포경찰서로 들어가고 있다. 권주훈 기자
MBC TV의 ‘음악캠프’ 생방송 도중 성기를 드러낸 인디밴드의 멤버가 방송 출연에 앞서 이 같은 행동을 계획했으며 다른 곳에서 공연 도중 유사한 행동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4일 인디밴드 ‘카우치’의 멤버 신모(27) 씨와 오모(20) 씨에 대해 공연음란죄 및 업무방해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라고 3일 밝혔다.

경찰은 이날 “신 씨가 방송에 출연하기 3일 전인 지난달 27일 서울 마포구 홍익대 인근 당구장과 공원에서 친구들에게 ‘생방(송)에 나가 바지를 까고 난장을 치겠다’고 말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신 씨에게 이 말을 들은 사람은 모두 3명으로 이 가운데 2명이 방송에 함께 출연했다. 이들은 경찰에서 “하지만 신 씨가 정말 옷을 벗을 줄은 몰랐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 씨와 오 씨는 지금까지 “프로그램이 생방송으로 진행되는지 몰랐다”고 주장해 왔다.

경찰은 방송 화면을 분석해 신 씨가 옷을 벗기 직전 같은 밴드 멤버인 오 씨에게 눈짓을 보낸 직후 두 사람이 거의 동시에 옷을 벗은 점을 중시하고 있다. 경찰은 이 두 사람이 옷을 벗기로 약속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3일 신 씨와 오 씨, 당시 프로그램에 섭외된 밴드 ‘럭스’의 리더 원종희(25) 씨를 불러 사전 모의 여부에 대해 집중 추궁했다. 원 씨는 조사에 앞서 “(성기 노출 계획은) 모르는 일이며 국민에게 죄송하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신 씨 등은 여전히 사전 모의를 부인하고 있으며 순간 흥에 겨워 옷을 벗었다고 말하고 있다”고 밝혔다.

MBC 측은 30여 명의 출연자 가운데 두 사람만이 얼굴을 알아볼 수 없게 짙은 분장을 한 점, 속옷을 입지 않은 점 등을 들어 성기 노출이 사전에 계획된 행동임을 주장해 왔다.

한편 시청률 조사회사인 AGB닐슨미디어리서치는 문제 장면이 방송된 지난달 30일 오후 4시 19∼20분 MBC의 전국 가구시청률이 4.3%로 나타나 약 45만 명이 이 장면을 본 것으로 추정했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신해철 “카우치, 동료들의 목에 칼 꽂았다”

가수 신해철이 최근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인디펑크 밴드 카우치의 생방송도중 성기노출 사건에 대해 쓴소리를 했다.

신해철은 2일 새벽 자신이 진행하는 MBC 라디오 ‘신해철의 고스트스테이션’에서 “인디음악에 애정을 가지고 뭔가를 해보려던 동료 음악인들의 목에 칼을 꽂았다”고 사건 당사자들을 맹비난했다.

그는 “(카우치) 그들이 자신들이 출연하는 프로그램이 음악캠프인지도 몰랐고 생방송인지도 몰랐다고 말한데 대해 더 화가 난다”며 “아무 생각 없이 동료들 목에다가 칼을 꽂았단 말이냐”고 목청을 높였다.

또 “다음주에 섭외된 인디밴드가 누군지는 모르나 공중파를 통해 단 한번이라도 ‘우리가 여기서 살아 숨쉬고 이렇게 음악을 하노라’라고 울부짖고 싶었던 동료들에게는 뭐라고 사과할 것이냐”고 물었다.

신해철은 방송에서 앞으로 인디음악계가 장기간 위축될 수 있음을 우려하기도 했다.

그는 “카우치 멤버의 객기로 인디밴드에 대한 논의 자체가 뒤로 후퇴했다”며 “인디밴드들의 전용프로그램 문제라든가, 인디밴드들을 방송에 출연시켜 대중과의 접촉 창구를 만들고 기회를 주어야 한다는 이런 모든 이야기들이 1년 이상 쏙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건을 해당 프로그램 제작진의 부주의 탓으로 돌리려는 시각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그는 “PD가 방송 전 ‘너네 마음대로 하라’고 한 말은 우리나라 방송문화가 100년 정도는 발전했다는 얘기”라며 “불과 10년 전까지만 해도 PD는 가수에게 귀걸이 빼라, 관객들에게 눈 이상하게 뜨지 말라는 등의 요구를 했었다”고 말했다.

노출 장면이 4초간 그대로 생방송되어 제작진이 신속히 대처하지 못했다는 비난에 대해서도 “그런 상황을 0.4초안에 대처할 수 있으면 방송국 PD가 아닌 제트기 파일럿이다. 4초라하면 기절하기 직전 휘청거리면서도 정신 차리고 제대로 상황 대처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사태의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생방송 음악프로그램의 폐지’를 주장했다.

그는 “지금까지 수도 없이 방송사고를 생산해온 생방송 음악프로그램을 없애야 한다”며 “이 기회에 방송사고 방지차원에서뿐만 아니라, 저질 졸속으로 제작되어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아온 TV음악프로그램을 사전 제작제로 바꾸어 시청자들의 눈높이에 맞는 양질의 음악방송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수연 동아닷컴 기자 sia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