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사랑의 교회 “전기 끊긴 가구에 사랑을”

  • 입력 2005년 7월 29일 03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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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전 가구를 돕는 ‘생명의 빛 나눔 운동’을 펴고 있는 사랑의 교회 자원봉사 교인들이 단전 가구를 찾아가 주민들의 어려움을 듣고 있다. 사진 제공 사랑의 교회
단전 가구를 돕는 ‘생명의 빛 나눔 운동’을 펴고 있는 사랑의 교회 자원봉사 교인들이 단전 가구를 찾아가 주민들의 어려움을 듣고 있다. 사진 제공 사랑의 교회
이달 초 경기 광주시에서 넉 달치 전기료를 내지 못해 단전돼 촛불을 켜 놓고 자던 집에서 불이나 여중생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해 많은 사람을 안타깝게 했다. 서울 사랑의 교회(담임목사 오정현)는 이처럼 전기료 체납으로 단전된 가정들을 돕기 위해 최근 ‘생명의 빛 나눔 운동본부’를 발족, 이들 가정에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하고 있다.

‘생명의 빛 나눔 운동’은 먼저 내 가정부터 불필요한 전등 끄기, 에어컨 사용 줄이기, 물 아껴 쓰기 등 에너지 절약 캠페인을 벌이는 한편 단전 가정을 직접 도울 수 있는 모금 운동을 하고 있다.

사랑의 교회는 경기 광주시 성남시와 서울 전역에서 형편이 어려워 4개월 이상 전기료를 체납한 가구 가운데 특히 형편이 어려운 가구들의 전기료를 대납해 주기로 하고 한국전력으로부터 해당 지역 2000여 단전 가구의 명단을 받아 실태를 파악하고 있다. 이 교회는 교인들의 모금과 교회 예산을 합쳐 3억 원을 마련해 이 중 1200가구에 대해 8월 중 한전에 전기료를 대납해줄 방침이다.

이를 위해 이 교회 청년부와 남녀 선교회 등 교인 500여 명은 2, 3명씩 한 조를 이뤄 23∼30일 일일이 해당 가정을 방문해 이들의 어려운 사정을 살피고 있다.

‘단전 가정 돕기 운동’ 로고가 새겨진 티셔츠를 입은 자원봉사 교인들은 26일 광주시와 성남시의 단전 가구들을, 27일엔 서울 강동구와 송파구 가정들을 방문했다. 27일 저녁 광주시의 단전 가구 3곳을 어렵게 찾아간 이 교회 정혜심 권사(50)는 “한 가정에서는 전기기술자인 가장이 당뇨로 시력이 약화되는 바람에 생계를 잇지 못하고 열다섯 살 아들과 곧 헐릴 임시건물에서 겨우 살아가고 있더라”며 가슴 아파했다.

자원봉사 교인들은 이외에도 변변한 생계수단 없이 교통사고로 다친 손자를 혼자서 수발하는 할머니, 어머니는 가출하고 아버지는 폐암으로 거동이 불편해 어렸을 때부터 방치돼 자라 온 아이들, 아들이 선천성 심장질환이어서 막대한 치료비를 감당하느라 생활고에 시달리는 어머니 등도 만날 수 있었다. 현장에서 자원봉사자들을 인도한 이 교회 대학부 담당 이남정 목사는 “우리 주위에 소외된 사람이 많지만 밖으로 드러나지 않는 것일 뿐”이라면서 “젊은이들이 이웃의 어려운 형편을 가슴으로 느끼면서 사랑을 실천하는 제자들이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오 담임목사는 “단순히 단전 가구 돕기 운동으로 끝낼 게 아니라 이렇게 해서 파악된 어려운 이웃들에 대해서는 교회 내의 여러 봉사단체가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도와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산업자원부는 최근 전기료 체납 가구에 대해서도 20W 형광등 3개와 14인치 TV 1대는 볼 수 있을 정도의 최소한의 전기를 공급하기로 결정했다.

윤정국 문화전문기자 jky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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