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상원 ‘중도파의 지혜’…표결강행 직전 타협 이끌어

  • 입력 2005년 5월 25일 03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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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5월 23일은 미 의회사에서 새로운 변화가 시도된 날로 기록될지 모른다.

공화당의 존 매케인 의원과 민주당의 벤 넬슨 의원 등 상원의원 14명은 이날 밤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민주당 의원 7명은 민주당의 필리버스터(의사 진행 방해)에 반대하고, 공화당 의원 7명은 공화당의 의회법(필리버스터 조항) 개정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로써 공화당이 올해 초 “의회법을 고쳐서라도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지명한 연방 판사를 인준하겠다”고 밀어붙이면서 시작된 양당의 ‘극한 대결’은 일단 타협점을 찾았다. 공화당이 표결 강행 D-데이로 잡은 24일을 하루 앞두고 극적인 타협을 이끌어낸 것이다.

갈등은 부시 대통령이 ‘극단적 보수주의자’로 꼽히는 판사 3명을 연방법원 판사로 지명하면서부터 시작됐다.

미국사회의 보수화에 위기감을 느끼던 민주당은 즉각 “필리버스터 권한을 무한정 활용해 인준을 무산시키겠다”고 선언했다.

현재 상원의 의석구도는 55(공화) 대 45(민주). 필리버스터는 상원의원 40명이 동의하면 발동된다.

민주당이 필리버스터를 들고 나오자 공화당은 의회법 개정 카드로 맞섰다. 필리버스터 발동 요건을 40명 동의에서 과반수 동의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공화당의 카드가 워낙 강경하고 전례 없는 것이어서 ‘핵폭탄 카드’라는 얘기까지 나왔다.

일촉즉발의 위기감이 고조되던 마지막 순간에 양당의 중도파들이 나선 것이다. 각각 7명. 공화당으로서는 자기 당 의원 7명이 반대하면 법 개정이 어렵게 된다. 48명은 반수에 미달한다. 반대로 민주당은 자기 당 7명이 반대하면 필리버스터를 발동할 수 없다. 민주당 찬성표가 38표에 불과해 필리버스터 발동 요건에 2표 모자라기 때문이다.

워싱턴 포스트는 24일자에서 “이념적 갈등으로 점철된 정치권에 중도파가 제 목소리를 냈다”며 ‘14인의 반란’을 평가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또 “당장 부시 대통령이 앞으로 연방 판사 임명 과정에서 이들 세력의 목소리에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그러나 공화 민주 양당이 일단 타협점을 찾은 만큼 프리실라 오언 제5순회항소법원 판사 내정자 등 종신직인 연방법원 판사 내정자 3명의 인준안은 통과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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