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 한인2세등 조명…‘억세게 운 나쁜’ 美 육군사관생도들

  • 입력 2005년 5월 24일 03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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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육군사관학교(웨스트포인트)를 졸업하고 곧 이라크에 투입될 한인 2세 생도와 그 부모의 심정을 다룬 얘기가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사진)에 보도됐다.

타임은 5월 30일자 최신호 커버스토리로 미 웨스트포인트 졸업생 3명을 집중 조명했다. 이들은 입교한 지 한 달도 안 돼 9·11테러를 맞았고 이어 아프가니스탄전쟁과 이라크전쟁이 벌어지는 것을 지켜봤으며 임관 후에는 바로 전선에 투입될 ‘억세게 운 나쁜(?)’ 생도들이다.

이 가운데 한인 2세 생도의 이름은 톰 배. 배 생도는 28일 졸업식 사열을 지휘한다.

하지만…. 아들이 늘 자랑스러운 아버지 배현철 씨는 요즘 자식이 겪을 전쟁을 생각하면 잠이 오지 않는다. 사관학교의 윌리엄 레녹스 중장은 “10년 전만 해도 아버지들이 자식을 이곳에 집어넣으려 애썼는데 지금은 자식들이 아버지를 설득해야 겨우 입학할 수 있을 정도로 상황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아버지에게 미군은 ‘자유의 표상’이었다. 6·25전쟁 중 미군에게서 얻은 전투식량으로 배를 채웠고 미군에게 영어를 배웠으며 미군의 도움으로 이민까지 왔다. 아버지는 아들이 웨스트포인트에 가길 바랐고 경영기술과 리더십을 배워 사회에 나오길 바랐다. 아버지는 “맨주먹으로 이곳에 왔지만 이제 살 만하다. 표도 없이 기차를 탄 기분이었는데 아들을 군대에 보내고 나니 요금을 지불했다는 기분이 들었다”고 타임 기자에게 말했다.

그러나 아들이 고된 생도 생활에 적응해 가는 동안 부모의 불안은 깊어졌다. 아들에게 ‘목표를 정하고 행동에 책임을 지고 약속을 지키는’ 가치를 심어주려 애썼는데 아들은 바로 그 ‘가치’ 때문에 점점 더 전쟁의 위험 속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부모 대에 이어 또다시 전쟁의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는 아들을 지켜보는 어머니의 걱정은 어느덧 두려움으로 바뀌었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그녀는 “언론에서 죽어 있는 병사의 모습을 볼 때마다 가슴이 찢어진다”며 울먹거렸다.

배 생도는 아버지의 권고에 따라 경리 병과를 원했으나 전투 기갑부대로 병과를 변경할 수밖에 없었다. 후방지원 병과를 택한 생도도 임관 직후 전투부대에 근무하도록 웨스트포인트 규칙이 바뀐 데다 올해 졸업생부터는 원하지 않은 병과에 2년 이상 근무하면 당초 원했던 병과에 갈 수 있도록 됐기 때문이다.

배 생도는 독일 주둔 미군부대에 배치되길 원한다. 부모는 한국 근무를 원했으나 그는 ‘어느 쪽이나 이라크로 투입될 가능성은 비슷하다’는 이유로 자기 뜻을 고집했다. 그러나 그는 어디에 배치되든 실전을 치를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차마 자기 입으로 부모에게 얘기하지는 못했다.

송평인 기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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