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 총장 "한국 대학 발전하려면 유학-영어강의 늘려야"

  • 입력 2005년 5월 5일 03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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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대학의 역할은 무엇인가.’

4일 오후 서울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세계 대학총장 포럼’에선 세계화 국제화 시대에 걸맞은 대학의 역할과 발전 방향에 대해 세계 지성을 대표하는 각국의 대학 총장들이 다양한 의견을 내놓았다.

특히 포럼의 기조연설자로 나선 영국 RHUL(Royal Holloway University of London)의 스티븐 힐(사진) 총장은 “대학은 인종과 국적을 초월한 다양한 학생들이 모여 국제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장”이라며 “이를 위해 더 많은 학생이 유학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유학시장은 한정돼 있는 만큼 잠재적 유학생들을 상대로 대학마다 치열한 경쟁을 해야 하며 이미 무한경쟁에 돌입해 있다”며 “대학이 경쟁에서 살아남으면 자연스럽게 그 나라의 경제와 사회발전도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 대학은 유학시장에서 뚜렷한 장점이 없다”는 게 그의 진단. 그는 한국 대학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첫째, 많은 학생을 세계 대학으로 내보내 한국 대학생에 대한 좋은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는 것. 그래야 세계 대학에서도 한국 대학을 찾는다고 힐 총장은 말했다.

둘째, 훌륭한 연구 성과를 국제학회에 많이 발표함으로써 학문적 성장을 이뤄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많은 투자를 유치해 좋은 연구 성과를 내고, 그 연구 성과가 또 다른 투자를 유도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는 것. 이런 선순환 관계가 형성되면 한국 대학도 조만간 세계 상위권 대학에 진입할 수 있을 것으로 그는 내다봤다.

마지막으로, 영어 강의를 늘려야 한다는 것. 고려대의 경우 현재 전체 강의 중 25%를 영어로 진행하고 있으나 이를 최소 50%까지 끌어올려야 한다고 힐 총장은 충고했다.

그는 “개교 100주년을 맞은 고려대는 세계대학과의 네트워크가 잘 형성돼 있어 많은 학생을 해외로 내보내고, 또 반대로 많은 유학생을 받아들이는 한편 학문연구에 많은 투자를 한다면 조만간 세계 톱클래스의 대학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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