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는 산불쏘시개?

  • 입력 2005년 4월 28일 19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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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민족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는 나무는 소나무일 것이다. 최근 꽃가루 분석 연구에 따르면 소나무류는 이미 6700년 전부터 한반도의 대표 식생으로 자리잡고 있다. 일례로 추풍령 이남 국유 조림 지역에서 70% 정도가 소나무로 채워져 있다.

그런데 소나무가 한반도에 너무 많이 심어져 문제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얼핏 생각하면 많을수록 좋을 것 같은데 왜 그럴까. 우선 해마다 봄철이면 우리 산하를 휩쓸고 지나가는 대형 산불의 한 가지 원인이 되고 있다.

또 올해 남부 지역에서 극성을 부리고 있는 소나무재선충의 피해가 한반도 생태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서 확산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계명대 생물학과 김종원 교수(한국생태계관리연구소장)가 ‘한국생태학회지’ 4월호 에코포럼 코너에서 한반도 소나무의 문제를 긴급하게 제기하고 나섰다.

▽자연적 입지는 산 능선과 계곡=산길을 걷다 보면 산비탈에 가득한 소나무 숲이 흔히 눈에 띈다. 저절로 울창하게 자란 것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그렇지 않다. 원래 소나무는 직사광선이 내리쬐고 수분이나 영양분이 부족한 ‘열악한’ 환경에서 꿋꿋이 자란다. 산 능선의 암각 지역이나 계곡 하류에 모래가 쌓인 지역이 소나무의 ‘자연적’ 입지 조건이다. 산비탈의 소나무는 삼림녹화 정책으로 수십 년 전부터 인공적으로 심어진 것이다.

김 교수는 “원래 우리나라 산비탈의 자연식생은 참나무 단풍나무 등 낙엽활엽수림”이라며 “산불이 일어난 후 영양분이 풍부해진 땅에서 잘 자라는 종류”라고 말했다. 문제는 산불 이후 벌거숭이가 된 산비탈에 굴참나무 신갈나무 떡갈나무 등 참나무류가 자라나면 경관상 안 좋다는 이유로 배어버리고 여기에 소나무나 외국 활엽수림을 심어왔다는 점.

김 교수는 “국산 참나무류는 송진이 있는 소나무류보다 불에 잘 타지 않는 성질이 수십배 강하다”며 “무리하게 산비탈을 소나무나 외래종으로 채우다보면 다시 대형 산불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자연적으로 자란 참나무는 그대로 보존하는 것이 산불 피해를 최소화시키는데 도움이 된다는 주장이다.

▽소나무재선충은 생태학적 인재=최근 한반도 남부 지역에서 소나무재선충의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소나무재선충은 솔수염하늘소를 매개체로 소나무에 침투해 고사시킨다. 산림청 자료에 따르면 1988년 부산 금정산에서 발생해 1997년 이후 피해지역이 급격히 확대되고 있다.

최근 정부는 국가핵심기술개발 사업으로 ‘소나무재선충 피해 제어기술 개발’ 연구사업을 공모하고 나섰다.

재선충을 직접 없애는 약제나 천적생물 개발, 또는 재선충에 걸린 소나무를 찌거나(훈증) 태우는(소각) 기술개발이 주요 목표다.

하지만 김 교수는 솔수염하늘소의 산란과 유충의 먹이에 주목하고 있다. 그는 “솔수염하늘소는 죽어가거가 죽은 소나무에 산란하고 유충은 여기에 생긴 곰팡이를 먹고 산다”며 “이들 폐목재를 깨끗이 치워내는 일이 근본적인 대책의 하나”라고 말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작은 나무를 없애고 큰 나무만 골라 육성하거나 가지치기를 한 후 남은 폐목을 그대로 땅에 방치해 왔다는 것.

김 교수는 “한반도에 재선충이 확산되는 것은 천재(天災)가 아닌 인재(人災)”라며 “생태적인 관점에서 접근해 피해를 적극적으로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훈기 동아사이언스 기자 wolf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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