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쇼팽 전곡 녹음한 피아니스트 김정원-손열음 만나다

  • 입력 2005년 4월 26일 19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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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팽의 연습곡집 작품 10과 작품 25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는 손열음(왼쪽) 김정원 씨. 두 사람은 “섬세함과 격정이 결합된 쇼팽의 음악세계에는 모든 피아니스트와 음악팬이 공감할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았다. 전영한 기자
쇼팽의 연습곡집 작품 10과 작품 25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는 손열음(왼쪽) 김정원 씨. 두 사람은 “섬세함과 격정이 결합된 쇼팽의 음악세계에는 모든 피아니스트와 음악팬이 공감할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았다. 전영한 기자
김정원(29)과 손열음(19). 두 젊은 피아니스트가 공교롭게도 쇼팽의 연습곡집 작품 10과 작품 25의 전 24곡을 잇따라 EMI와 유니버설뮤직에서 각각 CD로 내놓았다. ‘피아노의 시인’ 쇼팽의 대표적 음악 유산을 두 사람은 어떻게 달리 해석했을까. 최근 서울 신문로의 한 레스토랑에서 만난 두 사람이 서로의 쇼팽 관(觀)을 털어놓았다.

△손열음=안녕하세요, 지난 번 김대진 교수님(한국예술종합학교) 연주회에서 뵈었는데….

△김정원=최근 루빈슈타인 콩쿠르에 3등으로 입상했죠? 대단합니다. 축하해요. 사실 나는 어릴 때 쇼팽 연습곡집을 좋아하지 않았어요. 콩쿠르를 위해 억지로 연습해야 한다는 점이 마음에 들지 않았죠. 그런데 콩쿠르와 무관한 나이가 되고 누가 강요하지 않게 되니 어느 날 문득 이 아름다운 곡들이 귀에 들어오기 시작했어요. 쇼팽의 격정들이 짧게 농축돼 있는 곡이죠. 음악적으로도 아름다운 격정이라고 생각했고, 애정이 가기 시작했어요. 열음 양은 이번 루빈슈타인 콩쿠르에서도 쇼팽 연습곡집을 쳤죠?

△손=작품 25-3, 25-9 등을 쳤죠. 짧고 가벼운 곡들인데, 저로서는 이런 섬세한 곡들이 치기 편했어요. 청중들과 호흡하는 느낌이 특별했죠. 쇼팽이 기능적인 부분을 강조하면서도 아주 예술적인 작품을 쓴 것 같아요. 24곡 모두가 일정한 패턴(음형)을 끝까지 유지하면서 그런 제한 속에 많은 것을 표현하죠. 유명한 작품 10-3 ‘이별의 곡’도 그렇구요.

△김=열음 씨가 알고 있던 걸 나는 뒤늦게 깨우친 셈이네요. 피아노의 명곡을 작곡한 사람으로는 리스트와 라흐마니노프도 있지만, 오직 피아노만을 위해 인생을 바친 작곡가는 쇼팽뿐이죠. 쇼팽은 피아노의 개성과 기능을 완벽하게 이해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손=10년에 한번씩은 녹음했으면 하는 욕심이 들어요. 작품을 대하는 느낌은 항상 변하기 마련이니까요.

△김=맞는 얘기에요. 오래 전부터 쳐 왔고 친근한 곡일수록 오히려 악상 표현을 담백하게 절제하게 되더군요. ‘다 까발려 표현하는’ 게 진부하게 느껴지기 때문이겠죠. 예를 들어 내겐 첫 곡인 작품 10-1이 그랬어요.

△손=연주회에서 24곡 모두를 한번쯤 치고 싶어요. 청중의 반응을 못 느끼고 틀린 부분을 수정해나가야 하는 녹음 작업이 그다지 유쾌하지는 않았거든요.

△김=나도 그랬어요. 한번 쭉 쳐본 뒤 틀린 부분만 다시 치는데, 자연스러운 감정 연결은 먼저 것이 낫더라고요. 내 생각에 열음 씨는 리스트 등이 쓴 연습곡 음반도 녹음하면 좋을 것 같아요. 그러고 보니 열음 씨의 이번 음반을 아직 들어보지 못했네요.

△손=우리 한번 바꾸어 들어보죠. 러시아 피아니스트 그레고리 소콜로프가 작품 25만 녹음한 음반을 좋아하는데, 얘기를 나누다 보니 정원 오빠의 음반도 기대가 많이 되네요.

△김=기대가 되기는 나도 마찬가지예요. 앞으로 서로 많이 응원해줍시다. 반가웠어요.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손열음

△2000년 한국예술종합학교 입학

△2002년 비오티 국제콩쿠르 우승

△2004년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내한공연 협연

○김정원

△1989년 오스트리아 빈 국립음대 최연소 수석입학 △1997년 뵈젠도르퍼 국제콩쿠르 우승 △2005년 빈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오스트리아 순회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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