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면충돌 치닫는 대륙과 열도

  • 입력 2005년 4월 17일 18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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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제2의 5·4운동 조짐▼

일본의 역사 왜곡 등에 대한 중국의 시위 사태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중국은 17일 양국 외무장관 회담에서도 나타났듯이 최근 반일시위를 계기로 일본의 우경화 움직임에 확실하게 제동을 걸기로 작심한 듯한 인상이다.

리자오싱(李肇星) 중국 외교부장은 이날 마치무라 노부타카(町村信孝) 일본 외상과의 회담에서 역사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양국 관계의 발전은 어렵다고 못박았다. 특히 이번 사태의 모든 책임은 일본 측에 있다면서 사과 요구를 일언지하에 거부했다.

전국적으로 번지고 있는 반일시위를 중국 정부가 적극 제지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일본의 반중감정도 급격히 고개를 들고 있다. 일본 경찰은 17일 도쿄 중국 대사관 및 관련 시설들에 대해 경계를 강화했다. 도쿄=AFP연합

외교 수장인 탕자쉬안(唐家璇) 국무위원도 앞서 12일 야마노우치 도요히코(山內豊彦) 일본 교도통신 사장과 만나 “일본의 역사 왜곡이 중일 관계를 해치는 가장 중요한 문제”라며 “현상만 보고 대처하면 문제가 더욱 복잡해진다”고 지적한 바 있다.

전국적으로 번지고 있는 반일시위에 대해서도 중국 정부는 적극 제지하지 않는 분위기다.

지난 주말 베이징(北京)과 광둥(廣東) 성 광저우(廣州), 선전(深(수,천)) 등지에서 본격화된 반일시위는 16, 17일 상하이(上海)와 랴오닝(遼寧) 성 선양(瀋陽), 쓰촨(四川) 성 청두(成都), 홍콩 등 전국으로 확산됐다. 1999년 미국의 유고슬라비아 주재 중국 대사관 오폭에 대한 대미 항의시위 이후 최대 규모다.

특히 일본기업들이 대거 진출한 상하이에서는 10만 명의 시위대가 일본총영사관을 에워싸고 돌을 던졌으며 일본 상점과 일제 자동차를 습격하거나 방화했다.

상하이 시위를 주도했던 학생 세력은 “제2의 5·4운동이 펼쳐지고 있다”며 이번 시위의 의미를 역사적 맥락에서 찾기도 했다. 이에 따라 5·4운동 기념일인 다음 달 4일에도 대규모 반일시위가 재현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베이징=황유성 특파원 yshwang@donga.com

▼日 “中 법치국가 맞나”▼

중국의 반일(反日) 시위가 격화되자 일본에서도 각료들이 중국 비판 발언을 쏟아내고 관광객들이 중국 여행을 취소하는 등 반중(反中) 정서가 확산되고 있다.

나카가와 쇼이치(中川昭一) 경제산업상은 17일 “기업에 대한 폭도의 습격은 법치국가라면 마땅히 저지돼야 하는데 과연 중국이 법치국가인지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며 중국의 시위대에 대해 ‘통제된 폭도’라고 비난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도 “중국은 일본인의 안전 확보에 충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며 “대립을 선동하지 말고 장래를 내다보며 대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일본 경제계는 대규모 시위가 일어난 상하이가 일본 기업 4500개사가 진출해 중일간의 경제협력이 가장 활발한 도시라는 점에서 충격을 받은 표정이다. 현지에 진출한 일본 기업들은 휴무하거나 신제품 발표회 등을 중단한 채 사태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일본 언론들은 “일본 공관과 일본계 식당이 또다시 피해를 본 것은 중국 당국이 시위대의 횡포를 묵인했기 때문”이라며 이번 사태가 올림픽 개최를 앞둔 중국의 국가 이미지에 엄청난 마이너스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교도통신은 “일본 정부 내에서는 마치무라 노부타카(町村信孝) 외상의 중국 방문을 전후해 중국 당국이 시위를 자제시킬 것으로 예상했는데 이런 전망이 빗나가 크게 충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한편 중국 내 9개 도시에 취항하고 있는 젠니쿠(全日航)의 예약취소 인원이 1300명에 이르는 등 4월 말의 황금연휴를 앞두고 중국 여행을 계획한 관광객들이 여행 일정을 취소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도쿄=박원재 특파원 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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