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선 또 불법로비 의혹…“후세인정부 위해 유엔에 금품제공”

  • 입력 2005년 4월 15일 18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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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코리아 게이트’의 주인공인 박동선(70) 씨가 사담 후세인의 이라크 정부를 위해 유엔 무대에서 로비활동을 한 혐의로 미국 검찰의 수사 대상이 됐다.

미국 뉴욕 맨해튼 연방지검의 데이비드 켈리 검사는 14일 유엔 ‘석유-식량(Oil-for-Food) 프로그램’을 둘러싼 비리의혹 2건을 적발해 박 씨 등 관련자들을 기소하거나 관련국으로부터 신병을 인도받기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고 밝혔다. 워싱턴포스트, 뉴욕타임스, CNN 등 미국의 주요 언론들은 이번 사건을 일제히 톱기사로 보도했다.

검찰 관계자는 “박 씨는 로비스트로 등록하지 않은 채 로비를 벌인 혐의를 받고 있다”며 “박 씨에 대한 체포영장이 이미 발부된 상태”라고 말했다. 유죄가 확정될 경우 박 씨는 최대 징역 5년형을 받을 수 있다.

박 씨는 지난해 말 워싱턴을 떠나 서울로 돌아간 것으로 알려졌으나, 박 씨의 한국 내 친척들은 15일 “현재 한국에는 없다”고 말했다.

박 씨는 이라크 정부로부터 최소한 200만 달러(약 20억 원)를 받고 이라크 정부와 유엔 고위관리를 연결시켜 ‘석유-식량 프로그램’이 채택되도록 로비활동을 벌인 혐의를 받고 있다고 검찰은 덧붙였다.

‘석유-식량 프로그램’은 쿠웨이트를 침공한 후 경제제재를 받고 있던 이라크가 유엔 관리하에 석유를 수출해 그 대금으로 식량과 의약품 등 인도적 물자를 구입할 수 있도록 한 정책으로 1996년 12월부터 2003년 이라크전 개전 직전까지 운용됐다.

박 씨 이외에도 미국인 데이비드 찰머스와 불가리아인 루드밀 디오니시에프, 영국인 존 어빙 등이 이 프로그램에 따라 이라크산 석유를 거래해 얻은 이익금 가운데 수백만 달러를 이라크 관리들에게 뇌물로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박동선은 누구=1970년대 중반 박정희 정권에 대한 지지를 부탁하며 미국 의원들을 상대로 로비 활동을 벌이다 워싱턴 정가를 발칵 뒤집어놓은 이른바 ‘코리아 게이트’의 주인공. 그 사건으로 무려 115명의 상·하원 의원들이 청문회에 불려 나갔다.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의 측근인 모리스 스트롱 유엔 대북특사와 각별한 사이로 알려진 박 씨는 요즘 ‘영국 런던에 본사를 둔 무역컨설팅업체 파킹턴사의 회장’으로 자신을 소개하고 있고 영국 여권으로 미국, 영국, 일본 등을 자주 왕래해 왔다.

뉴욕=홍권희 특파원 koni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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