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지역 대학생들 野의원과 토론회서 일침

  • 입력 2005년 4월 9일 00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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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20대는 한나라당 싫어해요. 그래도 기대를 갖고 왔는데…. 원론적인 이야기만 하시는군요.”

한나라당 중도파 의원들의 모임인 ‘푸른모임’ 소속 의원 8명이 8일 대구가톨릭대 강당에서 영남 지역 14개 대학 학생 120여 명과 ‘한국정치와 대학의 미래’라는 주제로 연 토론회를 지켜본 한 대학생의 평가다.

한나라당 측은 이날 토론에 한총련 소속 학생들이 참석한다는 점을 감안해 국가보안법 등을 둘러싼 ‘이념 논쟁’을 예상했으나 막상 학생들의 질문은 취업 등 현실 문제에 집중됐다.

의원들은 이런 의외의 상황에 미처 대비하지 못한 듯 일반론으로 일관하다 학생들에게서 ‘구체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동문서답?’=박진(朴振) 의원은 인사말을 통해 “젊은이들에게도 사랑받는 당이 되고 싶다”며 “국가보안법, 남북관계, 통일 문제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을 허심탄회하게 들려 달라”고 말했다. 그러나 막상 학생들은 “지방대 졸업생 취업 문제에 대한 한나라당의 대책이 무엇이냐”, “대학 통폐합 문제가 계속 거론되는데, 이에 대한 한나라당의 생각은 무엇인가” 등의 질문을 쏟아냈다.

이에 김성조(金晟祚) 의원은 “나도 지방대를 나와 문제의 심각성을 이해하지만 딱히 대책을 찾기 어려운 문제”라며 이런 문제가 하루아침에 해결될 수 없는 난제임을 이해해 달라고 토로했다. 정두언(鄭斗彦) 의원은 “정부가 임시방편적인 실업대책만 내놓고 일자리 창출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답변 대신 정부를 비판하는 목소리만 높였다. 그는 “야당이 법안을 내놔도 국회에서 통과가 안 되니까 한나라당이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하소연했다.

▽‘알맹이가 없다’=이에 한 패널은 “한나라당이 약하다, 힘없다는 이야기만 하지 말고 당당히 의견을 내놓아 보라”고 냉소했다. 다른 학생들도 “정곡을 좀 찔러서 구체적으로 이야기해 달라”, “원론만 얘기하면 어찌하느냐”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한 학생은 “한나라당은 수구꼴통이고 차떼기당이라는 인식이 퍼져 있다”고 원색적 비난을 퍼붓기도 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여한 한 의원은 “3시간의 토론회가 마치 청문회처럼 느껴졌다”며 “질문의 내용이 예상했던 것과는 많이 달라 답변하기가 힘들었다”고 말했다.

대구=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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