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올해의 책/'낭만적 사랑과 사회'…남성적위선 꼬집어

  • 입력 2003년 12월 19일 17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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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적 사랑과 사회/정이현 지음 문학과지성사

지난해 제1회 ‘문학과 사회’ 신인문학상을 받은 정이현씨(31)의 첫 소설집. 8편의 단편에 등장하는 ‘그녀’들은 성적으로 일탈하거나 결혼제도에 반기를 들었던 90년대적 소설 주인공과 다르다. 규범적인 연애와 결혼제도에 철저히 순응하는 이들은 오히려 치밀한 계산과 전략으로 연애하고, 결혼시장에서 자신의 상품성을 보장받으려 애쓴다.

표제작은 ‘나는 레이스가 달린 팬티는 입지 않는다’는 도발적인 선언으로 시작한다. ‘고무줄이 헐렁하게 늘어나고 누렇게 물이 빠진 면 팬티’는 흠 없는 상품으로서의 자신을 관리하는 마지막 보루. 80년생 주인공은 수익률이 가장 높은 남자에게 ‘베팅’을 하지만 혈흔이 남지 않는 허망한 ‘첫날밤’을 보낸다.

문학평론가 이광호씨는 “정이현은 남성적 위선과 엄숙주의를 뒤집는 발칙한 상상력을 통해 여성이 자신의 욕망을 세계 속에 실현하는 방식을 제시했다”고 평했다.

조이영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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