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구 세입자 "보증금 걱정돼요"…건물 경매 넘어가는일 많아

  • 입력 2003년 12월 8일 17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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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매로 넘어가는 다세대 다가구 주택이 급증하면서 세입자가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사례가 크게 늘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경매로 넘어가는 다세대 다가구 주택이 급증하면서 세입자가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사례가 크게 늘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9월 초 서울 H대 앞에 있는 감정가 20억여원짜리 5층 원룸 다가구주택이 경매에 부쳐졌다. 집 주인이 이 집을 담보로 은행에서 빌린 16억원을 갚지 못했기 때문이다. 16억5000만원에 낙찰된 이 집에 세들어 살던 학생 26명 가운데 대다수는 보증금을 거의 다 떼였다. 근저당을 설정한 금융회사들이 먼저 나눠 갖고 남은 돈이 얼마 안 됐기 때문이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의 ‘소액 임차보증금 우선변제’ 조항도 도움이 못 됐다. 이들은 이 규정의 적용대상인 임차인(賃借人)이 아니라 전차인(轉借人), 즉 층 단위로 이미 세를 낸 임차인과 계약을 한 2차 세입자였기 때문이다. 확정일자가 은행의 설정보다 늦은 임차인들도 보증금을 고스란히 떼였다. 보증금이 2억원 안팎으로 서울지역 우선변제 대상 최고금액인 4000만원을 훨씬 넘었기 때문.》

경기 침체로 인해 경매로 넘어가는 다세대 다가구 주택이 급증하면서 세입자가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특히 편법적인 전대(轉貸·속칭 ‘전전세’)가 일반화된 원룸 주택이나 원룸 오피스를 세낸 전차인들은 대개 보증금을 떼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소액 임차보증금 보호 조항이 현실과 동떨어진 유명무실한 규정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세입자가 임대차 계약을 하기 전에 등기부등본을 떼어 꼼꼼히 따져 본다면 뜻하지 않은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충고한다.

▽다세대 다가구 경매 급증=8일 경매업계에 따르면 올해 초 1만건 남짓에 머물던 전국의 다세대 다가구 경매 물건이 11월 말 1만8000건가량으로 급증했다. 경매에 올라온 주거용 건물 가운데 다세대 다가구 주택이 차지하는 비중은 연초 20%남짓에서 11월 말 30% 남짓으로 늘었다.

이처럼 서민용 주택의 경매가 급증하는 것은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자영업자나 중소기업 경영자가 주종을 이루는 다세대 다가구 주택 소유자들이 집을 담보로 빌린 대출금을 제때 갚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1, 2년 동안 다세대 다가구 신축 물량이 연간 20만가구에 이르면서 빈 방이 늘어나고 임대료가 떨어진 것도 대출금을 못 갚는 주요 요인으로 지목된다.

▽피해 사례=확정일자를 늦게 받아 배당순위가 늦은 세입자들이 보증금을 떼이고 있다.

확정일자가 저당, 근저당 같은 금융회사의 담보물권 설정일보다 늦더라도 ‘소액 임차보증금 우선변제’ 규정을 적용받는다면 보증금을 어느 정도는 건질 수 있다.

하지만 보증금 액수가 우선변제 기준 금액(수도권 과밀억제권역의 경우 현재 4000만원)보다 큰 경우엔 이런 혜택도 못 받는다.

특히 임차인이 다시 세를 놓는 편법이 일반화된 원룸 주택이나 원룸 오피스(이른바 ‘코쿤피스’) 세입자의 경우 보증금을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하는 사태가 속출하고 있다. 전차인(최종 세입자)은 임차인(1차 세입자)을 대상으로 하는 우선변제 규정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부동산 정보업체 유니마이더스의 김백기 전무는 “원룸 주택이나 원룸 오피스의 경우 전체의 80%가량이 편법으로 전대되고 있다”면서 “경제적 약자인 세입자를 보호하겠다는 취지를 살려 소액 임차보증금 보호 규정을 전차인에게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또 주택 및 상가에 대한 소액 임차보증금 보호 기준 금액이 너무 낮아 실제 혜택을 받는 세입자가 드문 만큼 기준 금액을 현실에 맞게 올려야 한다고 지적한다.

▽세입자 대처요령=임대차 계약을 하기 전에 가장 먼저 해당 주택의 등기부등본을 떼어본다. 등기부등본상의 소유자가 실제소유자인지와 계약체결당사지인지를 확인한다.

등기부등본상에 금액이 큰 근저당이나 가압류 가등기 가처분 등이 설정된 집은 피하는 것이 좋다. 임차보증금 합계가 집값의 80%를 넘은 경우도 마찬가지다.

임대차 계약을 한 뒤 이사와 동시에 확정일자를 받는다. 집주인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을 때 임차권 등기를 하면 설혹 다른 집으로 이사를 할 경우에도 확정일자의 효력이 그대로 유지된다.

집이 경매에 부쳐지면 꼭 배당 신청을 한다. 첫 번째 경매일 전에 법원이 지정하는 날까지 신청해야 전세금의 일부라도 돌려받을 수 있다.


소액 임차보증금 우선변제 적용기준 및 한도
임대차 계약 시기서울과 광역시(군 지역제외)기타 시군지역
1984년 1월 1일∼
1987년 11월 30일
300만원 이하200만원 이하
1987년 12월 1일∼
1990년 2월 18일
500만원 이하300만원 이하
1990년 2월 19일∼
1995년 10월 18일
2000만원 이하의 임대차계약에 대해 700만원 한도1500만원 이하의 임대차계약에 대해 500만원 한도
1995년 10월 19일∼
2001년 9월 14일
3000만원 이하의 임대차계약에 대해 1200만원 한도2000만원 이하의 임대차계약에 대해 800만원 한도
2001년 9월 15일
이후
수도권은 4000만원 이하의 임대차계약에 대해 1600만원, 광역시(인천 제외)는 3500만원 이하의 임대차계약에 대해 1400만원 한도3000만원 이하의 임대차계약에 대해 1200만원 한도
해당 주택에 실제로 입주하고, 주민등록 전입신고를 한 임차인에 대해, 확정일자 부여 여부와 관계없이 적용함.

이철용기자 lc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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