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은 시작됐다”…박영석 남극원정대 도보장정 출발

  • 입력 2003년 12월 1일 19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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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 남극점을 향해.’ 박영석 대장(오른쪽)을 필두로 하는 남극원정대가 지난달 30일 남극대륙 허큘리스를 출발, 남극점까지 1200km의 대장정에 들어갔다. 출발점에서 기념촬영을 위해 포즈를 취한 원정대원들. -허큘리스(남극대륙)=전 창기자
‘가자, 남극점을 향해.’ 박영석 대장(오른쪽)을 필두로 하는 남극원정대가 지난달 30일 남극대륙 허큘리스를 출발, 남극점까지 1200km의 대장정에 들어갔다. 출발점에서 기념촬영을 위해 포즈를 취한 원정대원들. -허큘리스(남극대륙)=전 창기자
‘가자! 남극점으로….’

남위 79도59분, 서경 80도06분. 남극대륙 허큘리스 해안에서 드디어 남극점 원정이 시작됐다.

지난달 30일 오후 10시반(한국시간). 박영석 남극원정대는 남극대륙과 바다가 맞닿은 허큘리스를 출발, 남극점까지 1200km의 대장정을 시작했다. 오로지 도보와 스키만으로 썰매를 끌고 가는 고행길이다.

전날 칠레 남단 푼타아레나스를 출발한 원정대는 비행기편으로 남극대륙의 관문인 패트리엇힐을 거쳐 30일 오후 9시 출발점인 허큘리스 해안에 도착했다. 7명의 대원들은 간단한 기념촬영 후 “파이팅”을 외치고 바로 썰매로 달려갔다.

스키를 신은 채 썰매를 끌며 남극점을 향해 한 발씩 전진하고 있는 원정대원들. -남극대륙=전 창기자

바람이 전날보다 잦아들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초속 20m가 넘는 강풍. 여기에 앞으로 관통해야 할 내륙지방 평균기온은 영하 55도나 된다. 벌써 대원들의 방한모엔 고드름이 주렁주렁 매달렸다.

온통 눈뿐인 남극대륙엔 기준으로 삼을 만한 지형지물이 적어 방향을 잃을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해병대 장교출신인 이현조 대원과 독도법 교관 출신인 이치상 대원이 선두에서 길잡이로 나섰다.

남극점 등정 예정일은 내년 1월 25일경. 원정대는 당초 원정기간을 60일로 잡았으나 패트리엇힐에 초속 28m가 넘는 강풍이 몰아쳐 출발이 닷새가량 늦어지는 바람에 원정기간을 단축했다.

이를 위해 원정대는 개인당 썰매 무게를 150kg에서 130kg으로 줄였다. 남극점에 도착할 때까지 별도의 보급이 없는 이번 원정에서 연료와 식량을 줄인다는 것은 그만큼 위험을 감수한다는 뜻이다.

남극대륙 여름철은 남극점 원정 시즌. 이번 시즌 최초의 도전팀이 바로 한국 원정대다. 다른 팀들은 패트리엇힐과 허큘리스 등지에서 3∼4일간의 혹한 적응 훈련을 거친 뒤 출발한다. 그러나 박영석 원정대는 올 상반기 북극 원정 경험이 있기에 별도의 적응 훈련 없이 출발이 가능했다.

하지만 남극점 원정에서 어려움은 많다. 북극보다 더 혹독한 추위뿐만이 아니다. 출발하자마자 크레바스 지대가 입을 커다랗게 벌리고 있고 해발 4000m가 넘는 얼음 산맥을 가로질러야 한다.

박영석 탐험대장은 “대자연 앞에서 인간은 한없이 초라하지만 인간의 의지가 강하면 길을 열어주기 마련”이라며 “반드시 성공해서 돌아오겠다”고 다짐했다.

허큘리스=전 창기자 j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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