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뮤지컬 '캣츠'…천막무대 가득 고양이의 춤과 노래

  • 입력 2003년 7월 29일 17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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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기 넘치는 도둑고양이 럼플티저, 위세 당당한 기차검사원 고양이 스킴블샹크스, 매력적인 하얀 고양이 빅토리아, 섹시한 몸매를 드러낸 샴 고양이 카산드라, 귀여운 어린 고양이 실리밥…. 이들은 세 면이 객석과 맞닿은 돌출무대를 오르내리고 객석 통로를 돌아다니며 관객들에게 장난을 건다.

무대는 도시 뒷골목. 버려진 자동차, 부서진 가스오븐, 찌그러진 주전자들이 쓰레기통과 함께 널려 있는 잡동사니들의 집합소다.

관객들은 이곳에서 1년에 한 번씩 열리는 젤리클 고양이들의 축제를 구경한다. 대형 천막극장인 ‘빅 탑 시어터’의 무대는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나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보다 좁지만 호기심 많은 반항아 고양이 럼 텀 터거나 도둑고양이 몽고제리와 럼플티저가 재주를 부리며 뛰어다니기엔 모자람이 없다.

토스터 포크와 잔인한 부엌칼로 무장한 군사들이 불한당 고양이 그로울타이거를 잡으러 객석 상공에서 줄을 타고 무대로 날아오고, 범죄자 고양이 맥캐버티는 객석과 무대를 넘나들며 다른 고양이들을 위협한다. 마법사 고양이 미스토펠리스의 마법에 맞춰 반짝이는 전구들은 천막극장 전체를 축제의 장으로 만들고, 젊은 시절의 아름다움을 잃어버린 고양이 그리자벨라는 선지자 고양이 듀터로노미의 인도를 받아 타이어를 타고 하늘로 올라간다.

27일 스페셜 오프닝 공연(호주 RUC, 설앤컴퍼니 공동제작)에 모인 관객들은 약 1800석의 객석 어느 자리에서나 고양이들의 화려한 의상과 분장을 생생하게 느끼면서, 젤리클 고양이들의 삶과 욕망, 갈등에 공감하며 이들의 축제에 자발적으로 동참했다. 관객들은 기차검사원 고양이 스킴블샹크스가 벌이는 기차놀이에 탄성을 지르고 맥캐버티의 강렬한 몸짓과 미스토펠리스의 현란한 춤을 거쳐 그리자벨라의 노래 ‘메모리’까지 흥겹게 박자를 맞췄다.

넓지 않은 무대는 공연장 전체를 활용하도록 짜여진 정확한 안무와 배우들의 능숙한 춤 노래 연기로 관객과 호흡을 같이 하는 광장이 됐고, 천막극장이란 점에서 우려했던 음향과 조명은 기우였음이 드러났다. 특히 고양이들의 매혹적인 분장과 의상은 관객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의자의 불편함 정도는 이런 기쁨을 누리는 데 별다른 장애가 되지 않았지만 적절한 순간에 적절한 길이의 자막이 나오지 못한 점은 보완돼야 할 부분이었다.

안락한 의자에서 반듯한 프로시니엄 극장 무대의 ‘캐츠’를 관람하며 왠지 어색함을 느꼈던 기억이 있는 관객들도 야외에 펼쳐진 이 천막극장에서는 전혀 새로운 ‘캣츠’의 매력을 맛볼 수 있다. 뒷골목에서 함께 어울려야 할 젤리클 고양이들의 축제가 ‘빅 탑 시어터’라는 적절한 무대를 찾은 셈이다. 시민공원으로 개방된 경희대 수원캠퍼스의 멋진 대형 분수도 이 축제의 분위기를 한껏 돋워준다.

31일∼8월16일 경기 수원 경희대 캠퍼스/ 8월23일∼9월21일 부산 해운대 벡스코(BEXCO)/ 9월27일∼10월5일 광주 월드컵경기장/ 10월11일∼11월2일 대구. 화∼금 오후 8시, 토 오후 3시 8시, 일 오후 2시 7시. 3만∼12만원. 02-501-7888

김형찬기자·철학박사 kh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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