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터게이트 빌딩 침입 닉슨 前대통령이 지시”

  • 입력 2003년 7월 28일 18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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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닉슨 전 미국 대통령의 사임을 몰고 온 워싱턴의 워터게이트 빌딩 민주당 전국위원회 본부 침입 사건은 닉슨의 직접 지시로 이뤄졌다는 주장이 27일 제기됐다.

이 같은 주장은 워터게이트 침입 및 도청 시도가 닉슨 전 대통령의 재선운동본부장이었던 존 미첼 당시 법무장관이 주도했고 닉슨 전 대통령은 사건 은폐에만 책임이 있다는 지금까지의 정설을 뒤집는 것이다.

닉슨 전 대통령의 재선운동본부 고위참모였던 젭 스튜어트 매그루더는 30일 방영될 PBS 다큐멘터리 ‘워터게이트 플러스 30:역사의 그림자’ 프로그램과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증언했다고 미 언론들이 보도했다. 매그루더씨는 최근 심장마비를 겪은 후 심경의 변화를 일으켜 진상을 밝히기로 했다는 것.

매그루더씨는 재선운동부본부장으로 일하던 1972년 3월 30일 전직 연방수사국(FBI) 요원 고든 리디가 제안한 도청계획을 논의하고 있었는데 미첼 장관과 H R 할데만 비서실장이 통화하는 과정에 닉슨 대통령이 끼어들어 사건을 지시했다고 말했다.

그는 닉슨 대통령이 미첼 장관에게 “존, …우리는 래리 오브라이언에 관한 정보를 얻을 필요가 있어요. 유일한 방법은 리디의 도청계획이고 당신이 그 일을 할 필요가 있소”라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닉슨 대통령과의 통화를 끝낸 미첼 장관은 자신에게 “모리 스탠스(당시 상무장관)에게 25만달러를 리디에게 주라고 하고,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두고 보자”고 말했다고 매그루더씨는 덧붙였다.

매그루더씨는 아무도 자신에게 닉슨 전 대통령이 침입사건을 직접 지시했는지 물어보지 않아 지금에서야 새로운 사실을 증언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매그루더씨의 새로운 증언에 대해 존 딘 전 백악관 고문은 “그의 증언을 의심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지만 워터게이트 사건 전문가들은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워싱턴=권순택특파원 maypo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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