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청와대 경호기밀까지 브리핑하나

  • 입력 2003년 7월 20일 18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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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브리핑’지가 한 스포츠신문의 보도 내용을 반박하면서 대통령경호실의 위장경호 기법을 구체적으로 설명한 것은 신중하지 못한 대응이었다. 청와대 브리핑팀은 “스포츠신문에 ‘작문성 기사’가 나 사실을 정확히 알려주기 위한 취지”라고 설명했으나 경호작전을 상세히 노출시킴으로써 무엇을 위한 해명이었는지 모르게 됐다.

노무현 대통령이 시구(始球)한 프로야구 올스타전에서 2루심으로 위장한 경호원 주머니에 공 대신 경호장비가 들어있었다거나, 대통령이 시내에 나갈 때는 경호원이 워크맨을 차고 이어폰을 낀 대학생 차림으로 위장한다는 내용까지 브리핑할 필요가 있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기사의 오류를 증명하기 위해 경호실 작전기밀까지 공개하며 ‘봐라. 틀리지 않았느냐’고 하기보다는 이런 해명이 오히려 대통령 경호에 위험을 불러오지 않을지 생각했어야 한다. 독자의 흥미를 끌기 위해 쓴 가벼운 성격의 기사에 굳이 해명이 필요했는지도 의문이다.

노무현 정부 출범 이후 탈(脫)권위라는 시대적 흐름에 맞추어 대통령을 국민에게 보다 가깝게 다가서게 하려는 ‘열린 경호’의 노력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국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의 신변안전은 국가안보와도 직결되므로 경호작전 수행에서 한 치의 오차도 허용될 수 없다.

군중이 운집한 시설에 찾아가는 대통령의 일정이 스포츠 선수나 연예계 스타들의 스케줄처럼 가볍게 다루어진다면 대통령 경호를 어려운 지경에 빠뜨릴 뿐 아니라 관중에게도 필요 이상의 불편을 줄 수 있다. 청와대가 노 대통령의 시구 일정을 사전에 보도한 스포츠신문 기자에 대해 3개월 청와대 출입정지 결정을 내린 것도 그러한 이유에서일 것이다. 그런 청와대가 스스로 인터넷으로 배포되는 ‘청와대 브리핑’에 대통령 경호기밀을 공표한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이런 실수가 되풀이되다 보니 청와대 비서진의 아마추어리즘을 우려하는 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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