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자본주의가 뭔지 잘 지도해달라"

  • 입력 2003년 7월 1일 16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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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기업가들은 북한 사람들에게 자본주의가 무엇인지 그 효율적인 첩경을 잘 지도해줘야 한다." "사회주의 병폐는 거저 놀고 먹으려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는 점이다."

서방 시장주의자의 말이 아니다. 북한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이 현대아산 정몽헌(鄭夢憲)이사회 회장에게 한 말이다.

김 위원장을 여러차례 만나는 등 김 위원장과 '각별한 사이'인 정몽헌 회장은 지난달 30일 개성공단 착공식 현장에서 문화일보 기자로 있는 도올 김용옥과의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을 포함한 북한 지도부는 사회주의 체제가 매우 비효율적이며 인센티브가 부족하다는 것을 숙지하고 있다"며 김 위원장의 여러 발언들을 공개했다.

정 회장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핵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는 미국에 대해서도 "미국은 유럽의 장 단점을 이미 안 후에 개발한 시스템으로 훌륭한 점이 많을 것이다. 미국이 강대국이 된 것은 이민자들이 미국 땅에서 흘리는 땀에 대한 충분한 보상을 해주는 등 사람정책(이민정책)을 잘 썼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등 호의적으로 얘기했다는 것.

정 회장은 또 "김 위원장은 개성공단을 개발하면서 미국의 도시계획이나 자본주의적 시스템으로부터 배울 것이 있다면 배우겠다고 공언했다"며 "김 위원장은 '북한은 자본주의적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에 함부로 나서면 안되고 남한 기업가들에게 겸손하게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는 또 "김정일 위원장과 만났을 때 (식량이 부족한 상황에서) 논밭으로 있는 개성공단의 지목을 공단으로 변경해야 하는 문제가 제기됐었다"며 "그러자 김 위원장은 '개성공단이 잘 돼서 쌀을 사먹으면 된다'고 대답했다"며 "개성공단에 대한 북한 지도부의 기대감은 크다"고 말했다.

공종식기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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