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주례연설 문제없나]공영방송 통해 비판신문 맞대응

  • 입력 2003년 6월 29일 18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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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KBS 제1라디오 방송에 매주 정기적으로 출연, 국정에 관해 직접 설명한다는 ‘대통령 주례방송’은 대통령의 정치적 중립성과 상충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논란의 소지를 안고 있다.

청와대측은 “미국에서는 대통령이 국정현안에 대해 라디오 방송을 통해 국민에게 진솔한 목소리로 설명하고 있는데, 우리도 그같이 해보자는 취지”라며 이를 적극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신문 기사는 대통령의 말 가운데 기사가 될 만한 내용을 일부만 떼어내 보도하기 때문에 대통령의 진의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지만 방송은 대통령의 말을 그대로 전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적절한 홍보방안이라는 설명이다. 이 같은 구상에 노 대통령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의 한 고위관계자는 “(대통령 주례방송에 관한) KBS측 제안을 받고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했다”면서 “야당 대표도 (연설을) 할 수 있겠지만 대통령과 같은 수준으로 대접할 수야 있겠느냐”고 말했다.

이해성(李海成)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은 “방송사가 알아서 판단할 일이지만 대통령이 정치문제를 거론할 경우 야당에서 반론권을 요청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 주례방송에는 정책 현안들을 주로 담는다는 게 청와대 설명이지만 예민한 정치문제도 배제하지 않는다는 방침이어서 앞으로 총선 정국으로 접어들수록 방송 홍보를 둘러싸고 한나라당과 마찰을 빚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

새 정부 들어 청와대는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대통령의 동정과 강연내용 등을 공개하고, 인터넷 동영상도 내보내고 있다. 청와대는 또 홍보 목적의 기관지 성격인 ‘청와대 브리핑’을 오프라인뿐 아니라 인터넷을 통해 전자우편으로 발송하는 등 국정홍보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청와대는 KBS 제1라디오 방송 외에 다른 방송매체가 대통령 주례방송을 송출하기를 원할 경우 녹음 자료를 제공해 대통령 발언을 가급적 널리 전파할 방침이다.

그러나 이 같은 대통령 주례방송의 배경엔 비판적인 신문기사에 맞대응하겠다는 판단도 깔려 있다는 게 청와대 안팎의 분석이다.

청와대측이 평소 “보수신문에서 대통령의 말을 트집잡고 일부만 부각시켜 기사를 쓰고 있다”는 불만을 갖고 있는 것도 KBS측의 제의를 받아들인 한 이유가 됐을 것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

▼美대통령은 어떻게▼

미국 대통령의 라디오 주례 연설은 프랭클린 루스벨트 전 대통령이 1933년에 처음 시작한 이후 계속돼 왔다.

그는 ‘노변담화(爐邊談話·fireside chat)’로 불린 이 프로그램에서 국정운영에 대한 자신의 구상을 설명했다. 특히 경제공황으로 불안에 떨고 있는 국민들에게 관저의 난로 옆에서 이웃집 아저씨 같은 친근한 말투로 정책 방향과 구체적 조치 등을 설명했으며 이는 국민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당시 혼란스러웠던 국민여론을 루스벨트 대통령이 주도해 나갈 수 있었던 것도 노변담화 덕분이었다는 분석이다.

조지 W 부시 대통령도 짧게는 3분에서 최고 15분 정도 길이의 라디오 연설을 매주 토요일 각 지역 라디오 방송국을 통해 내보내고 있다.

라디오 연설이 행해지는 장소나 시간대, 이를 방영하는 방송국 수는 유동적이다.

2001년 11월에는 남편 대신 로라 부시 여사가 아프간 여성들의 참상에 관해 주례 연설을 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연설은 라디오뿐 아니라 케이블 채널인 C-SPAN 등을 통해 TV로도 시청이 가능하다. 백악관 대변인실은 연설문 전문을 백악관사이트(www.whitehouse.gov/news/radio/)에 날짜 및 주제별로 게재하고 있다.

김정안기자 cre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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