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警 개인정보 함부로 못쓴다

  • 입력 2003년 6월 13일 18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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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기관이 수사 목적으로 정부 부처 등 공공기관이 보관 중인 개인정보를 이용할 경우 반드시 당사자에게 정보이용 사실을 알리도록 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또 각 공공기관이 특정 목적을 위해 수집, 보유 중인 개인정보를 다른 공공기관과 공유하는 것도 엄격히 제한된다. 행정자치부는 13일 이 같은 사항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공공기관의 개인정보 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마련해 관련 부처와 협의를 거쳐 올해 안에 국회에 상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정보이용 고지 의무화=행자부는 공공기관이 보유 중인 개인정보를 수사기관이 수사 과정에서 이용할 경우 이를 당사자에게 알려주도록 하는 ‘정보이용 고지 의무화’ 조항을 이 개정안에 신설하기로 했다.

고지 의무화 조항은 수사기관을 비롯한 다른 공공기관에 개인정보를 제공한 모든 공공기관에 적용된다. 고지 방법은 이용 후 즉시 당사자에게 통보하는 방법과 기관별로 일정 기간 모아서 통보하는 방법 등이 검토되고 있다.

현재 검찰이나 경찰 등 수사기관이 수사를 위해 국세청의 납세자료 등 공공기관이 보유 중인 정보를 이용하는 것은 법적으로 보장돼 있다. 하지만 정보이용 사실을 당사자에게 알려줘야 할 의무는 법에 규정돼 있지 않다.

행자부 관계자는 “그동안 수사기관이 공공기관이 갖고 있는 개인정보를 남용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돼 왔다”며 “고지 의무화 조항이 신설되면 이 같은 의혹이 상당 부분 해소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목적 외 이용 제한=행자부는 각 공공기관이 보유 중인 개인정보를 다른 공공기관이 이용할 경우 원칙적으로 열람만 하고 열람 후 보관하려면 행자부 장관의 허가를 받도록 법률을 개정할 방침이다.

예를 들어 한 공공기관이 건설교통부의 차량등록정보와 행자부의 주민등록정보 등의 자료를 요청해 이용했더라도 자기 기관의 데이터베이스에 보관할 수 없도록 한다는 것이다. 현재도 다른 공공기관의 개인정보를 이용 후 보관할 수 없으나 일부기관은 이를 잘 지키지 않고 있다. 행자부 관계자는 “이는 개인정보가 한 기관으로 집중되고 특정 목적을 위해 수집한 개인정보가 다른 목적으로 이용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며 “개정안이 통과되면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이 다른 목적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전교조의 우려도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사법률 개정 필요=공공기관의 개인정보와 같이 금융기관과 통신회사 등 비정부 기관이 보유 중인 개인정보의 보호 기준도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현행법에 따르면 수사상의 목적이나 세금부과 등을 위해 검찰 국세청 공정거래위원회 등 13개 공공기관은 금융기관에 개인의 금융거래정보를 요구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이때 해당 금융기관은 금융거래정보를 제공한 지 10일 이내에 본인에게 통지해야 한다. 그러나 금융정보 요구기관의 신청이 있을 경우 본인 통지를 최장 12개월 동안 유예할 수 있어 1년 동안 자신의 금융정보가 제공됐다는 사실조차 모를 수 있다.

통신회사의 경우 수사기관에 제출한 개인의 통화정보를 당사자에게 알려주지 않고 있다. 다만 감청의 경우 수사기관이 30일 이내에 본인에게 통보해 주도록 돼 있다.

행자부 관계자는 “개인의 금융거래나 통화정보 등이 수사기관 등에 의해 이용됐을 때 당사자가 이 사실을 빠른 시간 안에 알 수 있도록 법률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현두기자 ruch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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