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 지오그래픽]<4>낙동강-낙동강 기차 여행

  • 입력 2003년 6월 4일 18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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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널을 빠져 나와 다리를 건너 양원 임시승강장으로 달려오는 영동선 통일호 ‘낙동강 협곡’ 기차. 낙동강 상류의 강가를 지나는 승부∼양원∼분천∼현동(역) 16.5㎞ 철로구간은 철도개통 48년이 지난 지금도 도로를 놓지 못할 만큼 험준한 협곡이다. 조성하기자
터널을 빠져 나와 다리를 건너 양원 임시승강장으로 달려오는 영동선 통일호 ‘낙동강 협곡’ 기차. 낙동강 상류의 강가를 지나는 승부∼양원∼분천∼현동(역) 16.5㎞ 철로구간은 철도개통 48년이 지난 지금도 도로를 놓지 못할 만큼 험준한 협곡이다. 조성하기자

《낙동강(洛東江).낙동이란 ‘가락의 동편’을 말하는데 가락은 지금의 상주를 이른다.길이 변변찮았던 옛날,사람과 재화의 수송을 물에 의존하던 시절에 낙동강은 지금의 고속도로나 다름없는 주요 교통로였다.한국전쟁 중에는 최후 방어선으로 적화의 위기를 반전시켰던 역사의 강이다. 그 낙동강 상류를 이번에는 기차로 여행한다.》

낙동강 발원지로 잘 알려진 태백 시내의 황지 연못. 그러나 최장 발원지는 아니다. 최장 발원지는 태백과 정선을 잇는 두문동재(1268m·이하 괄호안 숫자는 해발고도) 고개 중턱의 금대봉(1418m) 아래 산기슭에 있다. 여기서 흘러내린 시냇물이 황지천에 흘러들어 구문소를 지나 비로소 낙동강이 된다.

낙동강 철도 여행은 바로 태백과 봉화의 산간을 흘러 내려가는 낙동강 상류 오지와 강을 통과하는 열차를 타고 여행하는 것. 그 출발점은 추전역(강원 태백시), 도착지는 춘양역(경북 봉화군)이다.

두문동재를 내려서니 태백에서도 가장 높은 곳에 있는 화전동에 닿았다. ‘하늘 아래 첫 동네’. 국내 철도역 가운데 해발고도가 가장 높은 추전역(태백선·855m)이 있는 곳이다. 오전 9시 정각. 태백선 열차가 최근 슬치터널(전라선)에 ‘국내 최장’의 자리를 내어준 정암 터널(길이 4505m)을 빠져나와 플랫폼에 들어섰다. 제천 발(오전 6시40분) 영주 행(오전 11시34분 도착) 통일호다.

객차는 달랑 세 량. 두 량일 때도 있단다. 흔히 ‘꼬마 열차’라 불리는 통일호는 열차 등급에서 최하위다. 몇 년 전만 해도 비둘기호가 정선선에 운행해 꼴지를 면했지만 비둘기호가 퇴역하자 최하위로 밀려났다. 그래도 객실은 쾌적하다. 에어컨도 있고 시트도 깔끔하다. 창틀을 보니 옛 생각이 난다. 양손 엄지손가락으로 클립을 쥐고 창틀을 위아래로 움직여 문을 여닫는 레일 형 창문. 30여 년 전 수학여행의 추억이 떠오른다. 승객은 드문드문 보인다. 관광객은 거의 없고 대부분 촌로. 평일 오전 산골이니 그럴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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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기차는 좁고 험한 상류 계곡을 따라 달린다. 강물은 맑고 유속은 빠르다. 태백시 남쪽 경북 봉화군에 들어서면 관통 도로조차 없는 오지를 지난다. 석탄 캐던 시절에는 탄광 폐수로 물이 흐렸지만 요즘 물 빛깔은 제 색깔이다.

길쭉한 태백 시내를 그대로 따르는 황지천. 추전역을 떠난 열차는 황지천을 따라 태백과 문곡 두 역을 차례로 지난다. 그러나 문곡역을 지난 후 열차와 물은 결별한다. 황지천은 구문소로 직행하지만 철로는 산 너머 백산역으로 우회, 그 앞을 지나는 철암천을 따라 철암역을 지난다. 철로와 물이 다시 만나는 곳은 구문소. 낙동강 상류 황지천 물로 구멍이 뚫린 거대한 바위 아래 연못으로 황지 철암 두 개천이 만나 낙동강을 이루는 곳이다.

석탄 야적장이 거대한 산을 이룬 철암역, 두 물 하나 되는 구문소를 지나 기차는 동점역에 선다. 예서부터는 강의 때깔이 완연한 낙동강 물을 따라 놓인 철로로 춘양역(봉화군)까지 내달린다. 운행 시간은 1시간3분. 강은 수시로 차창 좌우에 나타난다. 철길 옆에 보이는 도로는 봉화행 35번국도. 석포역에 도착하면 낙동강의 규모는 갑자기 커진다. 석포리천과 석개천이 가세한 덕분.

석포부터는 경상북도 봉화군이다. 이제부터 차례로 지나는 승부 분천 현동 등 강변의 세 오지 역은 이번 낙동강 기차 여행(총 1시간 45분)의 백미 구간이다. 차창 밖 풍경은 기차를 타지 않으면 도저히 감상할 수 없는 진짜 ‘비경’이다. 아직 통과 도로가 없기 때문.

가장 유명한 곳은 승부역이다. 한겨울 운행하는 ‘환상선 눈꽃 열차’ 덕분이다. 협곡의 산기슭을 파낸 자리를 비집고 들어선 역사의 바위벽에는 한 역무원이 써 놓고 떠난 글이 있다. ‘하늘도 세 평, 꽃밭도 세 평.’ 온 종일 사람 만나기 힘든 오지의 간이역을 이보다 더 절실하게 표현할 수는 없다.

승부를 떠난 기차는 좁은 계곡을 파고들더니 폐교된 초등학교가 보이는 강변의 밭 한가운데 섰다. 양원이다. 역사도 없는 임시 승강장. 정선군 예미에서 산나물 뜯으러 온 할머니가 혼자 내린다. 다음은 분천. 낙동강은 분천에 와서야 비로소 넓고 유려한 흐름을 보인다. 모래사장이 보이는 것도 예서부터다. 현동 역시 강과 산기슭의 좁은 틈에 겨우 비켜 선 작은 강변역이다.

현동역을 지난 후 철로에서는 강이 사라진다. 임기 녹동역 지나 춘양역까지.춘양은 낙동강 기차 여행의 종점으로 ‘억지 춘양’이란 말이 나온 바로 그곳이다. ‘억지 춘양’의 배경은 춘양역에 보관된 역사의 일지에서 볼 수 있다. ‘철도 부설(1955년)시 자유당 원내총무가 방전(춘양면 입구 삼거리)으로 직선 설계된 것을 춘양 시내로 변경시켰다는 설이 있음.’ 억지로 철도를 우회시켰다는 것이다. 춘양은 예로부터 봉화읍에 버금가는 이 지역 중심지로 분천 원곡 현동 주민은 모두 춘양에서 장을 봤다.

태백 봉화=조성하기자 summer@donga.com

●낙동강 발원지 '너덜샘'

하구 을숙도로부터 무려 506.17km나 이어지는 낙동강 물길의 최초 발원지인 너덜샘. 정선∼태백을 오갈때 넘는 두문동재 고갯길 7분능선(태백쪽) 길가에 있다. 조성하기자

물은 위에서 아래로 흐른다. 따라서 모든 물은 그 지역의 가장 낮은 곳으로 흘러들어 한 줄기를 이룬다. 그 물은 빗물이 지하에 스며들었다가 솟은 것. 그래서 큰물의 원류를 찾다보면 발원지가 여럿임을 알게 된다. 한국 수자원 공사가 ‘최장 발원지’라는 용어를 쓰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발원지 가운데서도 하구로부터 가장 먼 곳을 말한다. 간혹 토박이가 주장하는 발원지가 관계 기관에 의해 부정되거나 논란의 대상이 되는 경우도 있다. 낙동강도 그 중 하나다.

가장 잘 알려진 낙동강의 발원지는 태백 시내 황지 연못이다. ‘낙동강 천삼백리 예서부터 시작되다’라는 글을 새긴 거대한 표석까지 있다. 그러나 시궁창 냄새가 진동하는 연못가에 서본 이라면 이 말에 한 번쯤 의심을 품었을 것이다. 그래서 들여다 본 한국의 물지도 ‘한국ㅱㅱ 길라잡이’(한국 수자원 공사 발간). 그러면 그렇지. 정선과 태백을 잇는 두문동재의 태백 쪽 7분 능선 도로변에 최장 발원지가 표시돼 있다.

강원랜드 카지노가 있는 고한읍을 지나 옛 38번 국도로 두문동재를 오르다가 터널을 우회, 옛 고갯길(도로)로 고개 마루(1268m)를 넘는다. 지도상의 등고선을 따라 찾아간 곳은 고개 중턱의 공터. ‘너덜샘’이라고 적힌 푯말 옆에는 식수대가 있고 거기 수도꼭지(두 개)에서는 물이 콸콸 쏟아진다. 원 샘을 찾기 위해 수도관을 따라 산 위로 올라갔다. 도로를 가로질러 고도가 100m쯤 더 높은 산등성으로 이어져 있었다. 그 끝에서 바위틈 작은 샘을 찾았다. 발원지라고 불리는 ‘너덜샘’이다.

두문동재는 백두대간의 함백산(1573m)과 매봉산(1303m)을 잇는 대간 마루금의 고개. 그리고 너덜샘은 두 산 가운데 금대봉(1418m) 기슭에 있다. 샘가에는 ‘낙동강 발원지 너들 샘’이라고 쓰인 플라스틱 안내판이 버려져 있다. 고개 중턱에 마련해둔 공터의 식수대는 길도 없고 규모도 작아 찾기 어려운 진짜 발원 샘을 보호하고 찾는 이의 수고를 덜어주기 위해 마련한 듯 하다. 그러니 낙동강 첫물을 마시려거든 공터의 너덜샘을 찾는 것이 좋겠다.

태백두문동재=조성하기자 summer@donga.com

●'손맛' 으로 먹는 곤드레나물밥

“곤드레요? 갓김치 담그는 갓처럼 생겼어요. 해발 700∼800m쯤 되는 높은 산속에서 주로 나지요. 산나물 중에는 제일 비싸요. 요즘 한 관(4㎏)에 1만8000원쯤 해요. 딴(다른) 나물이 만원쯤 하니까. 곤드레도 재배한 게 있지만 우린 그런 거 안 써요. 할머니들이 산에서 따온 것 받아다가 써요.”

강원도 산골의 토박이 음식인 ‘곤드레(나물)밥’(사진)으로 유명한 정선군 예미의 식당 ‘명가’ 여주인 김미자씨 말이다. 최근 예미역 앞(300m 전방) 도로(38번국도)변의 주차장 넓은 ‘정원광장’으로 옮겼다.

돌솥에 곤드레 나물을 앉혀 지은 이 밥. 솥뚜껑을 여니 하얀 쌀밥에 섞인 초록빛 나물과 향긋한 나물 향이 식욕을 자극한다. 나물밥은 각자 그릇에 덜어 참기름 들기름을 넣어 고소한 냄새 진동하는 양념간장을 뿌려 비빈다. 반찬은 뚝배기에 끓여낸 콩비지 찌개와 김치.

콩비지는 김씨의 시어머니가 매일 새벽 직접 맷돌로 갈아 장작불 지핀 무쇠 솥에 끓여 내는 손두부의 부산물. 나물밥만큼이나 맛깔스럽다. 손두부에 쓰는 콩은 정선 농가에서 생산되는 순수 우리 콩. 곤드레 나물밥은 5000원, 순두부는 4000원. 곤드레 나물밥은 미리 만들어 두는 법이 없다. 즉석에서 지어 내므로 20분은 기다려야 한다. 도착 전 전화로 미리 주문하면 좋다. 연중무휴, 오전 8시∼오후 9시. 033-378-5100 378-3636

정선예미=조성하기자 summer@donga.com

●여행정보

◇찾아 가기

△너덜샘(공터의 식수대)=영동고속도로∼만종분기점∼중앙 고속도로∼남제천IC∼597번 지방도∼제천∼38번국도∼영월∼석항∼예미(정원 광장의 곤드레나물밥)∼신동∼문곡∼사북∼고한(강원랜드 카지노)∼두문동재∼2.2km 왼편. △춘양(경북 봉화군)=영동고속도로∼만종분기점∼중앙고속도로∼풍기IC∼5번국도(영주)∼36번국도∼봉화∼춘양.

△추전역=두문동재 고개 마루에서 7.6km 아래. 033-553-8550

◇‘낙동강 기차’=철로가 낙동강 변에 가설돼 차창 밖으로 낙동강을 볼 수 있는 구간(추전역∼춘양역)을 말한다. 통일호(영주↔강릉, 제천↔강릉), 무궁화 및 새마을호(청량리↔강릉)가 있다.

①통일호=영주↔강릉, 제천↔강릉 각각 하루 1회 왕복 운행. 강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주간에 운행되는 ‘낙동강 기차’는 오전 9시(추전역 출발)와 오전 6시57분(춘양역 출발) 두 편 뿐. 낙동강 협곡 구간(승부∼양원∼분천∼현동)을 포함 모든 역에 정차.

②무궁화호(청량리↔강릉)=정동진을 경유하는 이 열차 역시 ‘낙동강 기차’ 구간을 지나지만 정차하지는 않는다. 동대구↔강릉 무궁화호만 협곡 구간의 승부 역에 1분간 정차. 열차 시각은 봉화 군청(bonghwa.go.kr) 혹은 철도청(www.korail.go.kr) 참조.

●낙동강 기차 투어 패키지

◇당일(7, 8일 출발)=태백산 철쭉 보기∼낙동강 기차∼부석사(영주)∼풍기 온천. 4만8000원. ◇1박2일(6, 14, 21일 출발)=열차 왕복(청량리역 출발). 한강 발원지 (검룡소)∼황지 연못∼태백(메르디앙호텔숙박)∼낙동강 기차∼부석사∼풍기 온천. 14만5000원. 승우여행사(www.swtour.co.kr) 02-720-8311

태백봉화=조성하기자 summ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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