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속 명소」서 데이트…영덕항등 연인들 발걸음 늘어

  • 입력 1998년 4월 27일 07시 05분


드라마의 향기와 여운이 가득한 곳으로 여행을 떠나보면 어떨까.

TV의 인기 드라마는 익명의 섬에 빠져 있던 쓸쓸한 작은 역을 생기넘치게 만들고 항구를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로 바꿔놓는 ‘요술’을 부리기도 한다.

SBS ‘모래시계’의 무대였던 강원 강릉시의 정동진과 MBC ‘그대 그리고 나’에 등장한 경북 영덕의 강구항이 대표적 사례.

알게 모르게 소문이 난 ‘드라마 명소’도 있다.

경기 원당의 종마목장 부근. 이곳을 찾으면 “아 그 장면”하고 떠오를 정도로 10여년전부터 드라마 촬영에 자주 이용되는 단골명소다. SBS ‘곰탕’ ‘임꺽정’의 주요 장면이 촬영됐다. 가로수가 늘어선 4백m 가량의 쭉뻗은 가을길과 석양이 자주 화면에 등장한다.

MBC ‘애인’은 서울 올림픽공원내 잔디밭을 사연있는 곳으로 만들었다. 언덕의 파란 잔디밭을 배경으로 하얀 벤치에 앉아 있던 운오(유동근)와 여경(황신혜)의 귓속말이 들려오는 듯하다. 경기 양수리의 두물머리는 최근 MBC ‘복수혈전’이 방영된 뒤 몇그루의 나무를 배경으로 한 시원한 강가의 풍경 덕분에 연인들의 발걸음이 늘고 있다.

사극은 드라마 여행의 보고나 다름없다.

딱히 드라마 때문만은 아니지만 전남 순천의 낙안읍성, 경북 안동민속마을과 하회마을, 강화도의 전등사 부근 등이 드라마에 자주 등장해 왔다.

특히 SBS ‘임꺽정’의 청석골 오픈세트가 설치돼 있는 경기 김화의 매월대 폭포입구는 드라마가 끝난 뒤에도 인기가 여전하다. 1억5천만원을 들여 만든 10여채 초가와 나무를 이용한 각종 설치물이 임꺽정과의 만남을 주선해 준다. ‘옥이 이모’가 촬영된 충남 아산의 민속마을도 드라마 여행에 빠질 수 없는 코스.

이런 가운데 ‘대동강 물을 팔았다’는 봉이 김선달식으로 “장소를 팔겠다”는 사람들도 나타났다.

‘드라마서비스.’ 지난 1월 방송사에서 장소 섭외를 담당하던 경력 5년이상의 ‘헌팅맨’ 6명이 만든 ‘장소판매회사’다.

그림이 될 만한 전국 각지의 명소에 눈도장을 찍은 뒤 장소를 필요로 하는 수요자와 공급자를 연결하는 중개업이 이들의 몫이다. 이정훈실장은 “외국에서 드라마나 영화와 연결된 장소는 곧 돈”이라고 말했다.

이런 의미에서 오픈세트와 배경 등 드라마 현장의 상품화가 방송사의 비용절감차원에서도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SBS의 경우 경기 장흥에 3억원을 들여 남소문 거리를 재현했지만 관리상의 문제로 촬영이 끝난 뒤 철거됐다. KBS2 ‘아씨’와 ‘찬란한 여명’ 등 방송사들이 설치한 오픈 세트는 대부분 일회용으로 사용돼 소모적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KBS의 한 관계자는 “일본 NHK가 방영하는 대하사극은 방영이 끝난 뒤에도 관광명소로 인기를 끈다”며 “드라마의 오픈 세트를 보존이 가능한 상태로 짓고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문화상품으로 개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갑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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