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교 운동장 다시 붐빈다…IMF로 학원수강 『뚝』

  • 입력 1998년 4월 9일 19시 55분


학교운동장으로 아이들이 돌아오고 있다.

IMF한파로 과외나 학원수강을 중단해 갈 곳이 없어진 학생들이 학교운동장을 찾고 있는 것. 70년대에나 볼 수 있었던 풍경이다.

9일 오후 서울 은평구 불광초등학교 운동장.

수업을 마친 50여명의 학생이 편을 갈라 축구와 발야구를 하고 있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방과 후에는 학교가 텅 비었다.

그러나 이번 학기부터 매일 수십명의 학생이 귀가하지 않고 운동장에서 놀고 있다.

이 학교 이문일(李文一·55)교감. “방과 후에 운동경기를 하는 학생들이 많아져 서로 시설물을 먼저 쓰겠다고 하는 바람에 다툼이 벌어질 정도입니다.”

대기업에 다니다 지난달 실직한 김모씨(43·경기 과천시)는 두 자녀의 학원수강을 중지했다. 그동안 중학교 2학년생 딸과 초등학교 6학년생 아들에게 들어간 학원비는 한 달에 40만원 정도.

수강생이 줄면서 문을 닫는 학원도 크게 늘었다. 3월말 현재 서울시내 전체 학원수는 1만4천65개. 지난해 말보다 약3백개나 줄었다. 특히 학업성적과 직접 관련없는 예능계 학원은 올들어서만 1백59개나 문을 닫았다.

이같은 현상은 부유층이 많이 산다는 강남지역의 경우도 마찬가지.

부업으로 피아노 개인지도를 하고 있는 주부 박모씨(42)는 “지난해만 해도 피아노를 배우는 아이들이 20여명이나 됐지만 최근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고 말했다.

교육전문가들은 이같은 추세라면 사교육비 문제가 절로 해소될 것이란 기대까지 하고 있다.

실제로 사설학원의 고액 수강료에 부담을 느끼는 학부모들이 학교에서 실시하는 방과 후 교실에 자녀를 보내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홍성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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