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 나이트(690)

  • 입력 1998년 4월 7일 19시 20분


제11화 알리바바와 40인의 도적〈15〉

눈가리개로 눈을 가리자 노인은 말했다.

“오, 젊은 처녀여! 그대는 디나르 금화 두 닢으로 조상대대로 내려오는 내 신앙을 버리게 하려는 건가? 그게 아니라면 절도라든가, 뭐 그런 엉뚱한 죄라도 저지르게 하려는 건가?”

“그런 게 아니니 안심하세요. 그집 주인은 워낙 지체높은 사람이라 저잣거리의 사람들과 접촉하여 세간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걸 싫어하기 때문이에요. 전혀 두려워할 일은 없을 거예요.”

이렇게 말하며 마르자나는 다시 노인의 손에 금화 한 닢을 쥐어주었다. 그제서야 구두 수선공은 아무말하지 않고 따라나섰다.

눈가리개를 한 구두 수선공의 손을 잡고 마르자나는 알리바바의 집 지하실로 내려갔다. 그때서야 그녀는 노인의 눈가리개를 벗기고 시체를 보여주며 말했다.

“이제 아시겠지만 당신을 데리고 온 것은 여기 있는 이 여섯 토막의 시체를 꿰매어 달라고 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러나 노인은 몹시 놀라며 꽁무니를 빼려했다. 눈치빠른 마르자나는 또 다른 금화 한 닢을 쥐어주며 말했다.

“일을 빨리 끝내준다면 한 닢을 더 드리지요.”

그제서야 노인은 일에 착수했다.

노인의 바느질 솜씨는 과연 훌륭했다. 그는 여섯 토막이 난 카심의 시체를 능숙한 솜씨로 꿰매어 하나로 이어갔다.

일이 끝나자 마르자나는 약속한 보수를 주고는 다시 노인에게 눈가리개를 씌웠다. 그리고는 그를 지하실에서 데리고 나와 그의 가게 입구까지 데려다주었다. 돌아오는 길에 그녀는 연방 뒤를 힐끔힐끔 돌아보곤 했다. 행여 그 노인이 자신의 뒤를 밟아오지나 않을까 해서였다. 다행히도 그런 일은 없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그녀는 곧 카심의 몸을 씻기고 향을 피운 다음 수의를 입혔다. 장의사가 주문한 관을 가지고 왔을 때는 그 사람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그녀 자신이 관을 받아들고 들어왔다. 그런 다음 알리바바의 도움을 받아 시체를 관에 넣었다.

모든 준비가 끝났을 때 독경사(讀經師)를 비롯하여 사원의 지체 높은 사람들이 도착했다. 장례 행렬은 무사히 묘지까지 도착했고 인부들은 마침내 관을 묻었다. 이렇게 해서 카심의 죽음의 진상은 조금도 밖으로 새어나가지 않았으며 아무도 이 슬픈 사건에 대하여 필요이상의 의혹을 갖지 않았다.

한편 사십 인의 도적들로 말할 것 같으면 그들은 카심의 시체가 썩어버릴 때까지는 그들의 동굴로 돌아오는 것을 삼가고 있었다. 한 달이 지난 뒤에서야 그들은 그들의 소굴로 되돌아왔는데 돌아와보니 카심의 시체 토막들이 보이지 않았다. 썩어버린 흔적마저도 남아 있지 않은 걸 보고 그들은 몹시 놀랐다.

“우리는 들키고 말았다. 이젠 의심할 여지도 없이 우리의 비밀은 탄로나고 말았다. 빨리 손을 쓰지 않으면 우리들과 조상님들이 온갖 고생을 하여 쌓아올린 재산과 재물은 우리가 전에 여섯 토막을 내어 죽여버린 놈의 짝에게 빼앗기고 만단 말이다.”

두목은 분노에 찬 목소리로 이렇게 소리쳤다. 마흔 명의 도적들은 이번에야말로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진지하게 대책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글:하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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