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극 눈물의 여왕/인터뷰]신정하역 전도연

  • 입력 1998년 4월 6일 08시 34분


무대 위에서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빨치산 출신의 여배우 신정하. 그를 연기하는 전도연(25)을 두고 연출가 이윤택은 ‘여우’라고 부른다. 솜이 물을 머금 듯 자신이 맡은 역을 흡수하는 뛰어난 적응력 때문이다.

“지난해 영화 ‘접속’으로 큰 상을 받은 후 많이 힘들었어요. 더 잘해야 할텐데 싶어서 작품 고르는 것도 신중해졌고요. 때마침 이윤택선생이 스크린이나 텔레비전에서만이 아니라 무대에서도 큰 배우라는 것을 보여줘야 할 때가 아니냐고 권유해서 선뜻 이 역을 맡게 됐습니다.”

전도연이 연기하는 신정하는 극 초반부터 차곡차곡 감정을 쌓아올리다가 제 목에 총을 겨누는 라스트신에서 꽃잎처럼 홀연히 낙화한다. 그 폭발력은 ‘접속’의 순둥이 수현의 것이라고는 믿어지지 않는다.

그러나 이만한 경지에 이르기까지 그는‘데뷔 6년째’라는 경력이 무색할 만큼 연기공부를 다시 해야 했다.

스타에게 배역 제의가 집중되는 연예계 풍토. 굳이 연극을 택해 사서 고생하지 않아도 한창 주가 상승 중인 그에게는 할 일이 많다.

그러나 전도연의 생각은 다르다.

“연기자라면 한번은 관객하고 직접 만나서 관객들의 반응을 보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요?”

전도연은 ‘귀엽고 예쁜 여배우’라는 고정된 이미지를 깨뜨리고 싶어한다. 빨치산부터 최고의 여배우 역할까지 자신을 한껏 확장시켜본 ‘눈물의 여왕’. 매번 굵은 땀방울을 닦으며 무대에서 내려설 때마다 “지금이 기회야”라고 자신에게 속삭인다.

〈정은령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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