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마냥 北에 끌려다니다간 김정은 모험주의 부추길 뿐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6월 9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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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의 통신이 어제 두절됐다가 복구됐다. 북한은 오전 업무 개시 전화에는 응답을 거부했으나 오후 업무 마감 통화에는 응했다. 재작년 9월 연락사무소 개소 이후 매일 두 차례 이어오던 연락이 불통된 것은 처음이다. 앞서 북한 통일전선부는 5일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의 지시라며 “사무소를 결단코 폐지하겠다”고 경고했다.

북한이 한때 통신을 거부한 것은 이미 김여정이 4일 경고한 연락사무소 폐쇄로 가는 첫 조치를 놓고 밀고 당기기식 저울질을 한 결과일 것이다. 개성공단 철거와 남북 군사 합의 파기도 여차하면 단행할 실질적 위협으로 일단 남측에 먹혀들었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다. 북한은 어제 동·서해지구 군 통신선과 양측 함정 간 국제상선공통망은 그대로 가동했다. 앞으로 완급을 조절하며 군 통신망 단절로까지 수위를 올려갈 수도 있다.

북한의 대남 공세는 적어도 이달 말까지는 계속될 공산이 크다. 탈북민단체가 25일 6·25전쟁 70주년을 맞아 다시 전단 100만 장을 날려 보내겠다고 밝힌 만큼 남측의 전단 금지 조치에 쐐기를 박겠다는 의도일 것이다. 북한은 연일 주민들을 동원한 대규모 군중집회를 열어 대내 결속도 다지고 있다. 북한 매체들은 ‘저능아적 추태’ 같은 원색적 대남 비난을 쏟아부으며 “갈 데까지 가보자”고 협박했다.

하지만 정부는 유화 메시지만 보내고 있다. 어제도 통일부 차관은 비무장지대 산림복원 실태조사 현장을 방문했고, 여당 지도부는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다짐했다. 북한의 막말에는 “감정적 발언을 자제할 것”을 당부하면서 야당의 비판엔 “국민과 정부를 이간질한다”고 쌍심지를 켰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아들은 “탈북민단체의 순수성도 의심해봐야 한다”고 했다. 이런 저자세야말로 북한에 길들여진 것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북한이 진짜 노리는 것은 5개월도 채 남지 않은 미국 대통령선거다. 김정은 정권은 미 대선을 한반도 위기 조성을 통한 존재감 과시의 호기로 보고 있다. 한국은 단지 미국으로 향하는 징검다리일 뿐이고, 차제에 한국의 손발을 확실히 묶어두겠다는 심산일 것이다. 마냥 달래기에만 급급한 정부의 대북 자세는 이런 북한의 더 큰 모험주의를 부추길 뿐이다.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북한 대남 공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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