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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중국이라는 바구니에 모든걸 담으면 위험… 유연한 외교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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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중국이라는 바구니에 모든걸 담으면 위험… 유연한 외교 필요”

프린스턴=김정안 특파원 입력 2020-01-28 03:00수정 2020-01-2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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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은 100년을 준비합니다]2020 신년 글로벌 석학 인터뷰
<5> 국제정치학 거두 美 존 아이켄베리 교수
《“한국은 중국이라는 바구니에 모든 계란을 넣으면 위험합니다. 급변하는 환경에서 그 어느 때보다 한국은 ‘고도의 헤징(sophisticated hedging)’ 전략과 중장기 비전이 필요합니다.” 국제정치학계 거두인 존 아이켄베리 미국 프린스턴대 정치학 석좌교수(66)는 동아일보 신년 인터뷰에서 미국과 중국이라는 강대국 사이에 서 있는 한국의 외교 정책이 나아갈 방향을 제언했다. 그는 “2000년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첫 남북 정상회담을 가진 김대중 전 대통령을 회담 직후 청와대에서 만났다. 김 전 대통령이 ‘김 위원장도 동아시아는 러시아와 중국으로 북적인다. 한반도가 이 지역에서 떨어져 있는 동맹(미국)을 두는 게 맞다’고 했다”는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아이켄베리 교수는 자유주의 국가가 그렇지 않은 나라에 개입해 국제 질서를 유지해야 한다는 ‘자유주의적 국제주의(liberal internationalism)’ 이념의 신봉자로 널리 알려져 있다. 1954년 중부 캔자스주에서 태어나 시카고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고 펜실베이니아대, 조지타운대를 거쳐 프린스턴대에 재직하고 있다.

그는 젊은 시절 국무부에서 근무했고 2008년 미국 대선 당시 버락 오바마 민주당 후보의 외교안보 정책을 조언했다. 친민주당 성향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의 연구원을 지내는 등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학자로 평가받고 있다. 한국도 여러 차례 방문했다. 인터뷰는 지난해 12월 31일 뉴저지주 프린스턴대 연구실에서 이뤄졌고, 이달 16일 이메일로 추가 인터뷰를 진행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대북 및 한미 동맹 정책을 어떻게 평가하나.




“북한이 2020년 초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해도 트럼프 대통령은 11월 대선 전까지 최대한 그 의미를 축소할 것이다. 지금 북한에 강경하게 대응한다면 그동안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적 노력이 실패했다는 것을 자인하는 셈이 된다.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할 경우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미국을 사정권으로 하는 ICBM 시험발사 중단만 약속하며 제재 해제를 얻어내려 할 것이고,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도 있다. 이때 미국은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노출되지 않지만 한국과 일본은 계속 위협에 노출된다. 미국과 아시아 동맹 간 디커플링(탈동조화)이 나타나는 셈이다. 미국의 안보 정책에 대한 회의감이 높아지면 한국과 일본에서 자체 핵무장,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식 핵 공유 논의 등이 활발해질 것이다. 지역 안정이 더 불안정해질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할까.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의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매우 치열한 접전을 벌일 것이다. 최근 고향 캔자스를 다녀왔는데 그야말로 ‘트럼프의 미국(Trump‘s America)’처럼 느껴졌다. 그의 지지자들은 대통령이 경제적, 문화적 위협으로부터 자신들을 보호해줄 것으로 믿고 있다. 하지만 2017년 그가 집권한 후 미국의 분열이 극심해졌기에 재선에 성공한다 해도 선거인단 투표에서만 간신히 이길 것으로 본다. 거의 모든 주에서 이미 승세가 특정 후보에게 기울었다. 최대 승부처 2, 3개의 주의 표심이 선거를 좌우할 것이다. 아직 지지 후보가 명확하지 않은 애리조나주와 위스콘신주의 선택에 주목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후 한미 동맹이 후퇴할 것으로 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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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자신의 외교 치적으로 삼기 위해 한국을 소외시킨 채 김 위원장과 전격적으로 안보 협의를 타결할 가능성이 우려된다. 한미 동맹은 ‘전통적 동맹(traditional alliance)’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유동적인 ‘거래적 동맹(transactional alliance)’으로 변할 것이다. 보좌진은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 철수나 축소 같은 카드를 다시 꺼내 들지 않도록 동분서주해야 할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여전히 아시아 지역에 주둔 중인 미군 축소 및 철수 등을 입버릇처럼 말하고 있다.”

―미중 갈등이 심각하다. 한국이 나아갈 방향은….


“완벽하지 않지만 여전히 미국의 자유주의가 중국 체제보다 우월하다. 국제 사회 환경이 급변하고 있어 한국에 그 어느 때보다 고도의 헤징 전략이 필요하다. 한국이 기억해야 할 건 ‘20, 30년 후 중국으로부터 자율성과 독립성을 가지고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유지하려면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느냐’다. 미국과의 안보 동맹 유지는 한국의 미중 간 헤징 외교를 위해서도 필요하다. 2000년 당시 김정일 위원장과 첫 남북 정상회담을 가진 김대중 대통령이 나와 다른 미국 학자들을 청와대로 초청했다. 한 참석자가 ‘통일 후에도 한반도에 주한 미군이 주둔하느냐’고 했다. 김 대통령은 ‘김 위원장도 동아시아는 러시아와 중국으로 너무 복잡하고 북적인다. 한반도는 이 지역에서 떨어져 있는 동맹(미국)을 두는 게 맞다’고 했다.”

―과거 중국 부상에 따라 미국 패권이 쇠퇴하더라도 자유주의적 국제질서는 더 강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여전히 같은 생각인가.

“지난 10년간 중국은 일종의 ‘괴물’로 성장했다. 당시 내가 짚어내지 못한 부분이 있다. 덩샤오핑(鄧小平)이 주도한 중국의 개혁개방 정책이 서방의 자유주의 체제에 자연스럽게 편입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무산됐다. 인류에 편리함과 자유를 선사할 것으로 기대됐던 인터넷과 인공지능(AI) 등 기술 진보가 중국이란 거대 국가를 만나 ‘하이테크 독재(Hightech autocracy)’로 변질됐다. 기술 진보가 투명성과 평등을 향상시키는 도구가 되지 못하고 감시와 규제의 도구로 쓰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 아이러니한 현상이 중국에서 현실로 등장했다. 시장 경제는 가지고 가되 민주주의와 자유주의는 버리는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그런 면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반(反)자유주의자(illiberalist)다.”

―중국과 서방의 충돌이 불가피할 듯하다.

“그렇다. ‘제2의 냉전’이 다가오고 있다. 과거 냉전은 소련식 현대화와 미국 중심의 서방식 현대화 간 이념 충돌이었다. 이제 중국식 하이테크 독재와 서방의 자유민주주의가 부닥치고 있다. 둘 중 누가 이기느냐에 따라 향후 100년간 세계 정세가 달라질 수 있다. 미국 영국 등 서방 세계가 그간의 자유주의의 단점과 분열을 보완하고 건강한 자유주의 질서를 회복해야 이길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홍콩의 반중 시위를 어떻게 평가하나.


“지난해 여름 서울 경희대에서 전 세계 학생들을 가르치며 보냈다. 홍콩, 대만, 중국 본토에서 온 학생들도 있었다. 홍콩과 대만 학생들은 민주주의와 자유에 대한 강한 열정을 가지고 있었다. ‘이상(理想)’에 대한 그런 열정은 요즘 미국 대학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매우 인상적이었다. 자유에 대한 그 정도의 높은 열정과 열망은 2011년 중동과 북아프리카의 민주화 시위인 ‘아랍의 봄’, 1990년 소련 붕괴 당시 동유럽 등에서만 목격할 수 있었다. 홍콩 시위는 앞의 두 사례와 마찬가지로 세계 다른 지역의 사람들에게 꾸준한 영감을 줄 것이다.”

―미국과 이란의 갈등도 심각하다.


“가장 큰 문제는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 전략을 가지고 있느냐다. 무엇이 목표인지가 분명하지 않다. 압박과 강요로 이란과 새로운 핵합의를 도출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는 비현실적이다. 이란의 핵무기 개발 야심을 적어도 제한은 했던 기존의 핵협정에서 탈퇴한 것은 큰 실수다.”

―치열한 경쟁과 높은 실업률 등으로 고전하는 한국 젊은이에게 어떤 조언을 해주고 싶나.

“그 끝을 알 수 없는 무한한 변화와 AI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당장 10년 후 어떤 변화에 대비해야 하는지도 명확지 않아 부모 입장에서도 당혹스럽다. 스스로가 최대한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지식과 자세를 키워야 한다. 그런 내적 탄력성이 필요하다. 대학생 아들에게 한 이 말을 한국 젊은이들에게도 해주고 싶다.”

프린스턴=김정안 특파원 jkim@donga.com
#글로벌 석학#아이켄베리#외교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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