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아베에 ‘보따리’ 요구할 것”…태영호, 日월간지 인터뷰

  • 뉴스1
  • 입력 2019년 6월 13일 11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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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일회담 뜻 있지만 ‘빈손’은 안 바라”
“아베 총리 대북정책 아주 잘 한다” 평가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 공사 2018.10.8/뉴스1 © News1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 공사 2018.10.8/뉴스1 © News1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대사관 공사는 일본의 대북 경제지원 여부가 북일정상회담 개최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태 전 공사는 13일 보도된 일본 월간지 분게이슌주(文藝春秋) 온라인판 인터뷰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정상회담 의사를 밝히고 있는 데 대해 “(김정은도) 북일정상회담 개최에 뜻이 있다”면서 “그러나 아베 총리가 ‘빈 손’으로 오는 건 바라지 않는다. 어떤 ‘보따리’를 갖고 오라고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태 전 공사는 “김정은이 원하는 보따리의 내용은 단적으로 말해 ‘돈’”이라면서 “‘일본이 식량지원 등 경제협력 카드를 낼 것’으로 판단되면 기꺼이 만나려 할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아베 총리는 지난해 남북·북미·북중정상회담 등이 잇달아 열리는 과정에서 자신도 김 위원장과의 정상회담을 원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특히 지난달 언론 인터뷰에선 김 위원장에게 ‘전제조건 없는’ 회담 개최를 제안하기도 했다.

그러나 북한은 이달 2일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아태위) 대변인을 통해 “아베 패당의 낯가죽 두껍기가 곰 발바닥 같다”면서 “(아베가) 고약한 속통을 버리지 않고선 아무리 관계 개선에 대해 외쳐봐야 입만 아플 것”이라고 비난했다.

태 전 공사는 일본이 주요 대북 현안 가운데 하나로 꼽고 있는 납북 일본인 문제와 관련해선 “(북한은)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총리 방북에서 (납북 일본인) 5명을 귀국시켰을 때의 ‘교훈’으로 ‘선(先) 귀국-후(後) 대북 지원’ 방식은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틀림없이 ‘돈이 먼저’라고 주장해올 거다. 개인적 견해지만 일본 정부 차원에선 해결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그동안 일본인 납치 사실을 부인해오다 2002년 평양에서 열린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고이즈미 당시 일본 총리 간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를 시인하고 납북자 중 생존자 5명을 돌려보냈다. 북일 양측은 이때 국교정상화 추진에 관한 원칙 등을 담은 ‘북일평양선언’을 채택하기도 했다.

북일 양측은 2014년엔 납북 일본인 문제 재조사와 일본의 독자적 대북제재 완화에 관한 ‘스톡홀름 합의’에 이르기도 했지만, 이후 북일 관계는 북한의 잇단 핵·미사일 도발과 아베 정권의 대북 강경책 때문에 재차 교착상태에 빠지고 말았다.

이런 가운데 태 전 공사는 이번 인터뷰에서 아베 총리의 대북정책에 대해 “아주 잘 한다”고 평가해 눈길을 끌었다.

태 전 공사는 “작년 4월 남북정상회담에서 ‘판문점선언’이 나왔을 때나 6월 싱가포르에서 이뤄진 사상 첫 북미정상회담을 통해 ‘북미공동성명’이 나왔을 때 많은 사람은 ‘김정은(위원장)이 핵을 포기할 것’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일본 정부와 아베 총리는 (북한에 대한) ‘제재를 계속 유지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며 “지금 돌이켜보면 아베 총리의 정책이 옳았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태 전 공사는 그동안에도 “김 위원장이 핵무기를 절대 포기할 리가 없다”고 주장해왔다.

분게이슌주에 따르면 태 전 공사는 자신의 저서 ‘3층 서기실의 암호’ 일본어판 발매에 따라 이달 중 일본을 방문할 예정이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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