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원유철, 유승민이 원해”…유승민 “그런 적 없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 News1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자신이 제안한 ‘보수 대통합론’에 불을 붙이기 위해 중진 의원 회동 등 당내 접촉면을 넓히고 나섰다.

하지만 통합추진단장인 원유철 의원과 관련해서는 황 대표와 유승민 바른미래당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변혁) 대표가 엇갈린 반응을 보여 본격적인 통합 논의가 시작되기도 전에 ‘엇박자’를 보이고 있다.

황 대표는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모 식당에서 수도권·충청권 의원들과 오찬 회동을 가졌다. 이 자리에는 한선교, 원유철, 신상진, 정진석, 심재철, 정우택 등 중진 의원들이 참석했다.

명목은 ‘친목도모’였지만 당내 최대 이슈인 보수통합과 중진 용퇴 등 ‘인적쇄신’에 대한 대화도 자연스레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황 대표는 당내 일각에서 보수통합 추진단장으로서 ‘부적격’하다는 의견이 제기된 원 의원에게 힘을 실어주며 통합 동력 살리기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정우택 의원은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지난 번 대표-중진 연석회의 때 소통을 원활히 하자는 말이 나온 적 있는데 그 일환으로 잡힌 약속”이라며 “통합 이야기는 별로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원 의원과 관련해 왜 원 의원으로 정했느냐는 제기가 당내 일각에서 있었지만, (황 대표는) 그쪽(바른미래당 유승민계 등 통합 대상)도 원 의원하고 접촉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 선택의 결과로 원 의원을 선정한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원유철 의원은 회동 후 뉴스1과 통화에서 권성동 한국당 의원의 문자 메시지 논란에 대해 “권 의원의 오해에서 비롯된 것 같다”며 “권 의원이 통합에 대해 애정을 갖고 통합 작업을 잘 해야 한다는 취지인 것으로 이해하고 통합 작업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권 의원이 지난 11일 황 대표에게 보낸 ‘통합추진단장으로 원 의원은 아닌 것 같다’는 취지의 문자메시지가 12일 언론을 통해 보도됐다. 유승민 대표와 원 의원 사이 ‘신뢰관계’를 우려한 의견인 것으로 추측된다.

황 대표는 이날 회동 전 기자들과 만나 이에 대해 “당내에서 다양한 의견을 내는 것은 좋다”며 “제가 다 감안해서 판단해 처리하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유 대표 측 관계자는 원 의원의 통합추진단장 선정에 대해 “유 대표는 원 의원을 원한 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날 참석자들은 보수 통합에 대해 한 목소리로 공감대를 표했다. 다만 구체적 방향과 방법론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으며 일부에선 ‘회의론’이 감지되기도 했다.

정우택 의원은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유승민 바른미래당 변혁와 혁신 비상행동 대표가 제시한 Δ탄핵의 강을 건너자 Δ개혁보수로 나아가자 Δ헌 집을 허물고 새 집을 짓자는 이른바 ‘통합 3대 원칙’에 대해선 “탄핵이 전제가 돼서는 대화가 안될 것이다, 탄핵의 강을 건너자는 제1조건에는 그런 전제가 있었던 것으로 본다”고 관측했다.

이어 “서로 좋지 않았던 감정, 또 탄핵에 (찬성을) 하고 안하고의 감정을 떠나 내년 선거에 대비해서 문재인 정권에 대한 민심을 정확히 드러내는 것은 1대1 구도가 됐을때 가장 정확히 나타날 것”이라며 “좋지 않았던 감정, 탄핵 문제가 전제가 되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 우리 당 의원들의 대부분의 마음 아닐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신상진 의원은 회동 전 기자들과 만나 “지도부가 자신은 내려놓고 보수대통합이라는 대의에 헌신하는 자세가 중요하다”면서, 유 대표의 3대 원칙 등 보수통합 과제에 대해 “우리 당이 대의에 입각해 모든 것을 처리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정진석 의원은 “우리가 협력을 통해 선거에서 승리하지 못하면 역사의 죄인이 된다는 다짐과 심정으로 협상에 임해야 할 것 같다”며 “내년 선거는 국회의원 한 두번 더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 체제를 선택하는 선거다. 70년 공든 탑을 지키느냐 무너지느냐 선택하는 선거”라고 밝혔다.

그러나 심재철 의원은 “통합 논의가 어느 정도 속도를 낼지, 내용을 봐야할 것”이라며 “그런데 보기에 속도가 별로 나지 않는 것 같다”고 했다.

한편 황 대표는 14일 수도권·충청권에 이어 대구·경북, 부산·울산·경남 등 영남권 중진 의원들과 회동을 이어갈 예정이다. 특히 이들은 재선 김태흠 의원을 중심으로 ‘물갈이론’이 제기된 대상자들인만큼 더욱 열띤 토론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