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화성 전문기자의 &joy]바다에 ‘봉긋 솟은 언덕’ 안산대부도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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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노을에 바지락 캐고 해솔길 걷고… 대부도는 ‘힐링 천국’

대부도 탄도항과 누에섬 등대전망대를 잇는 바닷길. 물이 빠져 길이 드러나자 관광객들이 손을 잡고 전망대로 몰려가고 있다. 아이들은 아빠 엄마와 함께 부근 어촌계에서 호미와 장화를 빌려 직접 바지락과 모시조개를 캐기에 바쁘다. 금세 저마다 진흙투성이가 되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시도 때도 없이 웃음꽃을 피운다. 짭조름한 바다냄새와 끼룩끼룩 갈매기 울음소리가 아득하다. 안산 대부도=박경모 전문기자 momo@donga.com
대부도 탄도항과 누에섬 등대전망대를 잇는 바닷길. 물이 빠져 길이 드러나자 관광객들이 손을 잡고 전망대로 몰려가고 있다. 아이들은 아빠 엄마와 함께 부근 어촌계에서 호미와 장화를 빌려 직접 바지락과 모시조개를 캐기에 바쁘다. 금세 저마다 진흙투성이가 되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시도 때도 없이 웃음꽃을 피운다. 짭조름한 바다냄새와 끼룩끼룩 갈매기 울음소리가 아득하다. 안산 대부도=박경모 전문기자 momo@donga.com
그대에게 가는 길을 나는 아직 잘 모른다

왜 그대가 하필이면
우리 앞에 길을 열고
제 몸을 태우는지

바다 위에 그림자처럼
제 몸을 누이고
다가설 수 없는 길을 열어
지친 영혼을 유혹하고 있는지

나 또한 그대처럼 몸을 사르고
푸른 바다 위에
바람을 타고
生을 훌쩍 넘어서야 다가설 수 있을까

그대는 우리가 건널 수 없는


다만 오늘
바다로 난 길을 터벅터벅 걸어가고 있을 뿐

하염없이
갈대 한 잎 제 몸을 흔들고 있을 뿐

―김영환 ‘석양-대부도에서’ 전문   

안산 대부도(大阜島)는 ‘큰 언덕’이란 뜻이다. 인천 남쪽 30km, 안산 서쪽 34km 지점. 1994년 뭍인 ‘까마귀 귀 닮은’ 시흥 오이도와 시화방조제(12.7km)로 이어져 정말 ‘섬’이 아니라 ‘큰 언덕’이 돼 버렸다.

부속 섬인 ‘신선이 머물렀다’는 선감도-‘불상이 나왔다’는 불도-‘숯을 구웠다’는 탄도 3개 섬도 방조제로 연결돼 이제 한 몸이다. 보통 대부도라고 하면 이 4개 섬을 통틀어 말한다. 덩치가 자그마치 서울 여의도의 5배에 가깝다.

대부도 위쪽으로는 다리로 이어진 인천시 관할 선재도, 영흥도가 있다. 대부도 아래쪽이 요트 둥지로 이름난 전곡항과 바닷길이 하루 두 번 갈라지는 제부도다. 두 곳 모두 화성시 관할이다.

대부도 동쪽 등짝은 민물 시화호수와 맞닿아 찰랑거리고, 서북쪽 앞가슴은 서해 바닷물에 곰삭고 절어 짭조름하다. 노을에 붉게 물든 염전과 갯벌이 황홀하다. 구봉도 해넘이는 알 만한 사람은 다 알 만큼 이름났다. 수도권에서 한두 시간 거리. 하루 나들이 코스로는 그만이다. 요즘 바지락 살이 통통 올라 칼국수 집마다 손님들로 부산하다. 9월엔 향 좋고, 졸깃졸깃한 대부도 꿀포도(거봉, 캠벨)가 알알이 영글어 쏟아진다.

100년 역사의 대부도 동주염전의 옹기토판염 ‘깸파리소금’은 미네랄 함량이 으뜸이다. 염화나트륨 함유량이 국내 최저인 75% 선에 불과하다. 향기로운 짠맛에 단맛이 살짝 감돈다. 꽃이 활짝 피어 여문 소금 수확 체험도 가능하다.

아이들은 갯벌에서 직접 조개 캐는 걸 좋아한다. 순식간에 진흙투성이의 천둥벌거숭이가 된다. 탄도항 갯벌체험장의 경우 입장료가 성인 7000원, 어린이 5000원(장화 대여료 2000원 별도)이다. 요즘엔 바지락이나 모시조개가 한창이다.

대부도엔 솔향기와 바닷물 냄새가 버무려진 명품 해솔길을 걷는 재미가 쏠쏠하다. 해안선을 따라 7개 코스에 총 74km에 이른다. 구봉도 낙조의 1코스(11.3km)와 책이 켜켜로 쌓여 있는 듯한 중생대 백악기 해안절벽의 6코스(6.8km)는 필수 코스. 오르막과 내리막이 거의 없어 부담이 적다.

탄도항 코앞 누에섬 등대전망대를 빼놓으면 서운하다. 1.2km 거리지만 하루 두 번 바닷길이 열려야 갈 수 있다. 등대전망대 사무실(010-3038-2331)에 전화해 물때 시간을 물어보고 가는 게 좋다. 바다 건너 제부도가 손에 닿을 듯, 안 닿을 듯 가뭇하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거리 말인가/대부도와 제부도 사이/그 거리 만큼이면 되지 않겠나//손 뻗으면 닿을 듯, 닿지 않고/눈에 삼삼한//사랑하는 사람과의 깊이 말인가/제부도와 대부도 사이/가득 채운 바다의 깊이 만큼이면 되지 않겠나//…//사랑하는 사람과의 만남 말인가/하루에 두 번이면 되지 않겠나//아주 섭섭지는 않게 아주 물리지도 않게’―이재무 ‘제부도’에서

   
Travel Info

교통 ▽승용차=①경부고속도로∼신갈 분기점∼영동고속도로∼월곶 나들목∼시화 방향∼시화방조제∼대부도 ②서해안고속도로∼안산 분기점∼월곶 나들목∼시화 방향∼대부도 ③제2서해안고속도로∼서평택 분기점∼화성 방향∼전곡 방향∼탄도∼대부도 ▽지하철=지하철4호선 안산역∼시내버스 123번∼대부동주민센터 하차, 지하철4호선 오이도역∼광역버스 790번∼대부동주민센터 하차, 대부동주민센터 콜택시 032-886-8883, 032-882-8884

먹을거리 ▽진짜원조소나무집(뚝방할머니손칼국수) 032-886-2450, 883-8399 ▽윤숙이네(손칼국수, 간장게장) 032-882-1947 ▽26호까치할머니손칼국수 032-884-0770 ▽서해호횟집 032-886-0661 ▽원조11호횟집 032-886-9050 ▽호남9호회스페셜 032-886-4657

♣안산시청 관광과 031-481-3406∼9, 대부도관광안내소 032-1899-1720   
▼ 서해안 찾아가는 음악회… 백파이프 선율과 재즈-포크가 빚는 해변의 낭만 ▼

한국백파이프연주단원의 백파이프 연주.
한국백파이프연주단원의 백파이프 연주.
파도 소리와 음악이 버무려져 흐르는 섬마을. 스코틀랜드 민속악기 백파이프의 우렁찬 소리가 울려 퍼진다. 백파이프 연주자의 얼굴이 풍선처럼 벌겋게 부풀어 오른다. 여성 통기타중창단의 맑고 청아한 노랫소리가 싱그럽다. 하늘엔 가오리연이 나풀거리고, 울긋불긋한 패러글라이더가 새처럼 날아다닌다. 갈매기들도 일렁이는 파도를 따라 너울너울 춤을 춘다. 방조제 뒤쪽 낚시꾼들은 연신 몸으로 장단을 맞추며 노랫말을 따라 흥얼거린다. 삼삼오오 나들이 나온 사람들은 벤치에 앉거나 서서 박수를 보내며 환호한다. 가족이나 연인들은 물론이고 나이 드신 어르신들도 마냥 행복한 표정이다.

6월 8일(토요일) 오후 시화호 조력발전소 티라이트(T-LIGHT) 공원에서 열린 야외음악회 모습이다. 경기도와 경기관광공사가 ‘주말에는 경기도’ 깃발 아래 펼치고 있는 ‘서해안 찾아가는 음악회’ 두 번째 공연이다. 음악회는 매주 토요일 제부도, 평택호, 시화호, 국화도, 풍도를 중심으로 계속 열릴 예정. 공연 팀은 따뜻한 감성의 친환경밴드 민트그린, 재즈음악의 이성호밴드, 재미있는 마술 버블쇼의 글로리매직, 포크송의 혼성듀엣 연인들의 추억 이야기, 포크싱어 네클밴드 등이다.

▽6월 공연 일정=△15일 제부도 등대 앞 △22일 시화호 조력발전소 티라이트 공원 △29일 제부도 해안가   
▼ 유리의 나라 ‘유리섬’ 유리액 불어 대롱 끝에 예쁜 컵-꽃병 피워내요 ▼

유리공예 전문가가 작품을 만들고 있는 모습.
유리공예 전문가가 작품을 만들고 있는 모습.
‘유리의 땅, 유리의 나라, 유리의 성(城)’

대부도엔 ‘유리의 왕국’이 있다. 바로 서해 갯벌 갈대숲에 자리 잡고 있는 유리섬(Glass Island)이 그곳이다. 유리섬은 4만3000m²(약 1만3000평)의 공간에 유리미술관, 야외 유리조각공원, 유리공예체험장, 유리공예 시연장에서부터 오토캠핑장까지 갖췄다.

세계 유리공예의 성지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무라노 섬을 꿈꾸며 만든 곳이다. 무라노 섬은 13세기에 형성된 세계 유리공예의 원조이자 천국. 불을 많이 사용할 수밖에 없는 유리공방들을 무라노 섬 한곳에 모은 데서 시작됐다. 당시 베네치아 정부는 겉으로는 ‘화재 예방’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지만, 실제 유리 장인들의 발을 묶어 유리공예 기술의 유출을 막으려는 속셈도 있었다.

대부도 유리섬은 지난해 9월 문을 열었다. 요즘 입소문을 타고 주말 연휴엔 3000여 명이 몰린다. 특히 어린이들에게 인기가 높다. 평일엔 전국 초중고교생들의 단골 체험학습장이기도 하다. 전문 기술자의 일대일 지도를 받아 직접 유리액을 입으로 불어 컵이나 미니꽃병, 크리스마스 볼, 램프를 만드는 체험이 가능하다(블로잉). 유리봉, 유리관을 녹여서 목걸이나 반지도 만들 수 있다(램프워킹). 고운 모래로 문양을 새기거나(샌딩), 유리컵에 특수페인트로 그림을 그릴 수도 있다(글라스페인팅).

자신이 만든 것은 직접 가져간다. 냉각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은 나중에 집으로 보내준다. 200여 명이 참관할 수 있는 시연장에선 장인들이 하루 3번(토요일 4번), 30분씩 유리공예 작품의 제작 과정을 해설과 함께 보여준다. 아트숍에선 귀고리, 목걸이 등 액세서리에서부터 수백만 원에 이르는 작품까지 살 수 있다. 주문 제작도 가능하다.

손관목 유리섬 실장은 “유리공예는 불의 예술입니다. 사람의 손맛이 들어가야 멋지고 황홀한 작품이 나오지요. 보통 최소 경력 10년이 넘는 3명이 팀을 이뤄 작업을 하게 되는데, 아무리 쉬운 작품이라 해도 4∼6시간은 족히 걸립니다. 여름날, 섭씨 1200도가 넘는 유리용액화로 옆에서의 작업은 엄청난 체력을 요구하지요”라고 말했다. 매주 월요일 휴관. 032-885-6262, www.glassisland.co.kr

김화성 전문기자 mar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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