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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속사고 4년새 2배로… 처벌강화 입법은 ‘거북이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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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속사고 4년새 2배로… 처벌강화 입법은 ‘거북이걸음’

서형석 기자 입력 2019-05-28 03:00수정 2019-05-28 0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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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운전 100명을 살린다] <7> 안전속도 무시하는 ‘무법차량’
부산시교육청이 지난해 관내 초등학교에 보급한 ‘안전덮개’를 가방에 씌운 어린이들이 보도를 걷고 있다. 덮개에 쓰인 숫자 ‘30’은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 내 제한 최고속도인 시속 30km를 의미한다. 어린이들을 움직이는 속도 표지판으로 활용한 것이다. 동아일보DB
30대 운전자 A 씨는 올해 1월 밤늦은 시간대인 오후 11시 30분쯤 서울 강변북로 가양대교 분기점(일산 방향)에서 시속 180km로 차를 몰았다. 강변북로의 제한 최고속도는 시속 80km다. 제한속도의 2배가 넘는 빠르기로 달린 것이다. 자신의 집에서 출발해 25km가량을 주행한 A 씨는 차로를 무리하게 바꾸다 다른 차들과 충돌하고 나서야 멈췄다.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입건된 A 씨는 초과속 운전을 한 이유에 대해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서 그랬다”고 진술했다. 서울시가 4월 한 달 동안 밤 12시에서 오전 6시까지 강변북로를 지나는 차량들의 주행속도를 측정한 결과 평균 시속 82.3km였다. 일부 구간에서는 평균 시속이 100km를 넘었다.

지난해 국내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3781명으로 2017년 4185명에 비해 10% 가까이 감소했다. 연간 교통사고 사망자가 3000명대로 떨어진 건 1976년 이후 42년 만이다.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숨진 윤창호 씨 사고를 계기로 음주운전 근절 분위기가 사회 전체에 확산되면서 음주교통사고 사망자가 크게 줄었다. 작년 9월부터 시행된 전 좌석 안전띠 착용도 사망자 수 감소에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과속운전에 따른 교통사고 사망자는 2016년 이후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2015년 166명이던 과속운전 교통사고 사망자는 2016년 194명, 2017년 206명, 2018년 237명으로 매년 늘고 있다.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 중 과속운전 사망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2014년 3.7%에서 지난해엔 6.2%로 상승했다. 과속운전이 원인인 교통사고는 2014년 515건이었지만 지난해엔 950건까지 증가하며 1000건에 육박했다.


과속운전의 행태도 갈수록 거칠어지고 있다. 경찰청이 2015∼2017년 무인단속 장비로 과속운전을 단속한 결과 적발 건수는 2015년 847만 건에서 2017년 1183만 건으로 40%나 늘었다. 같은 기간 지정된 제한 최고속도보다 시속 100km를 초과한 과속운전은 55건에서 97건으로 증가했다. 시속 80∼100km를 초과한 과속운전 적발도 571건에서 985건으로 늘었다. 지난해 과속운전 사고 100건당 24.9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중앙선침범 사고 100건당 3명의 사망자가 나온 것과 비교하면 8배 이상 많은 수치다. 과속운전이 그만큼 위험하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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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나 화물차 같은 대형 사업용 차량은 속도 제한장치를 의무적으로 장착해야 한다. 교통안전법상 버스는 시속 110km, 화물차(총중량 3.5∼16t)는 시속 90km를 초과해 달릴 수 없도록 한 것이다. 이 장치를 달면 운전자가 가속페달을 아무리 밟아도 제한속도를 초과해서는 달릴 수 없다.

한국교통안전공단과 경찰, 한국도로공사 등은 수시로 합동단속을 벌여 속도 제한장치를 불법으로 해제한 차량이 있는지를 확인하고 있다. 한국교통안전공단 자동차검사소에서 검사를 받은 버스와 화물차(특수차량 포함) 중 속도 제한장치 설치상태 ‘부적합’ 판정을 받은 차량은 지난 한 해에만 2353대에 달했다. 전체 검사 차량의 0.1% 수준이지만 모든 화물차를 조사하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도로 곳곳에서 ‘과속 시한폭탄’이 달리고 있다고 봐야 한다.

사업용 차량 운전자가 속도 제한장치를 해제하면서까지 과속운전을 하는 건 지입제 때문이다. 일부 전세버스와 화물차 운영 방식인 지입제는 차량 소유주인 운전자가 물류 또는 운수업체에 자신의 차량을 등록하고 일감을 받아 운송한 뒤 보수를 지급받는 제도다. 월급제와 달리 운송량에 따라 임금이 달라지는 방식이어서 무리한 과속운전의 유혹에 빠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2017년 기준 전체 차량의 6.5%에 불과한 사업용 차량이 일으킨 사망사고가 19.6%에 이른다.

경찰은 상습적인 과속운전을 반사회적 행위로 규정하고 이에 대한 처벌 강화를 추진할 방침이다. 현재 스쿨존 같은 특정 구역을 제외한 일반도로에서는 과속운전을 하다 수차례 적발되더라도 교통사고만 내지 않으면 승용차 기준 최대 13만 원의 과태료(시속 60km 이상 초과)만 내면 된다. 법규 위반 운전자에게는 최대 12만 원의 범칙금과 벌점 60점까지 부과할 수 있지만 무인 단속 장비로는 운전자를 특정하기가 어려워 대부분은 차량 소유주에게 과태료가 부과된다.

경찰은 과태료 액수 상향 조정과 함께 상습 위반자에 대한 과태료 차등 부과를 추진 중이지만 국회 입법이 더디다. 국내 고속도로의 설계속도인 시속 120km보다 100km 더 빠른 시속 220km 이상 초과속 운전자에 대해 징역 등 형사처벌을 가능하게 하는 도로교통법 개정안도 지난해 1월 국회에 발의됐지만 아직 입법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 日 “안전운전 정착”… 일부 고속도로 제한속도 120km로 높여 ▼

경찰 “1년간 시험구간 운영해보니 교통사고 되레 절반으로 줄어들어”
110km로 묶인 한국 처음 앞질러



일본은 올해 3월부터 일부 고속도로의 제한 최고속도를 시속 120km로 높였다. 도심 일반도로뿐 아니라 고속도로도 한국보다 낮은 주행 속도를 유지해 온 일본이 고속도로 일부 구간에서 처음으로 한국보다 속도를 더 올린 것이다. 한국은 경부·중부고속도로 등의 제한 최고속도를 시속 110km로 정해놓았다.

일본이 제한 최고속도를 시속 120km로 올린 곳은 동북부 지방의 주요 물류 수송로인 도호쿠(東北)자동차도로의 이와테(岩手)현 약 27km 구간, 수도권과 나고야를 잇는 신토메이(新東名)고속도로 시즈오카(靜岡)현 약 50km 구간이다.

일본 경찰청이 고속도로 제한 최고속도를 높인 데는 차량 기술과 도로 환경이 과거보다 좋아졌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여기에다 제한 최고속도를 높여도 사고가 늘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안전 운전’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 도호쿠자동차도로는 1977년 개통한 왕복 4차로, 신토메이고속도로는 2012년 개통한 왕복 5, 6차로 도로다. 개통 당시 두 도로의 제한 최고속도는 시속 100km였다. 그러다 2017년 12월 두 도로의 제한 최고속도를 시속 110km로 높였는데 당시 과속운전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하지만 일본 경찰청이 두 구간에서 1년간 사고통계를 분석한 결과 속도 상향 조정 후 사상 사고가 도호쿠는 2건(상향 전 4건), 신토메이는 8건(상향 전 14건)으로 오히려 더 감소했다. 설문에 응답한 운전자의 80%도 “속도 상향으로 안전에 위협을 느끼지는 않았다”고 답했다.

일본 경찰의 엄격한 안전조치도 효과를 냈다. 시즈오카현 경찰은 3월 24일 밤 신토메이고속도로의 시속 120km 구간에서 시속 210km로 달리다 무인 단속장비에 적발된 20세 남성 운전자를 4월 17일 검거했다. 경찰은 이 운전자가 사고를 내지는 않았지만 과속운전만으로도 중대한 범죄라고 보고 20일 넘게 추적해 붙잡았다.

한국은 지난해 과속운전 사고와 고속도로 사망사고가 모두 늘었다. 이 때문에 고속도로 제한 최고속도 상향은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 공동기획 :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경찰청 한국교통안전공단 손해보험협회 한국교통연구원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tbs교통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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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형석 기자 skytree08@donga.com
#교통사고#과속사고#안전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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