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두-단무지업체 "진실가리자!" 방송 상대 중재신청

  • 입력 2004년 7월 7일 11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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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화면이 잘못됐지만 시간이 지나면 잊혀질 줄 알았다. 그러나 이대로 가만있으면 국민들은 방송화면이 옳다고 믿을 것이고, 우리의 잃어버린 명예는 영원히 회복될 수 없으리라는 것을 깨달았다.”

‘쓰레기로 버려야할 단무지 자투리가 만두소 재료로 사용됐다'는 방송보도 이후 온 국민의 손가락질을 받았던 만두제조업체와 단무지 제조업체들이 방송사를 상대로 진실을 가리겠다고 나섰다.

한국단무지제조협회(회장 오정호)와 관련 업체들은 ‘불량만두’ 사건과 관련, “KBS 등 방송3사가 단무지 쓰레기로 ‘만두소’를 만드는 것처럼 왜곡 보도해 관련업계에 회복할 수 없는 엄청난 피해를 입혔다”며 6일 언론중재위원회에 중재와 정정 보도를 신청하고, 빠른 시일 내 손배소송도 청구키로 했다.

이 협회는 이날 언론중재위에 제출한 중재신청이유서에서 “KBS가 만두소 제조와 관련해 사실 확인 및 직접취재를 하지 않고 경찰에서 제공한 화면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쓰레기 만두소’라며 ‘9시뉴스’에 3일에 걸쳐 대대적으로 보도했다”며 “이 보도로 업계는 경영상 심각한 위기를 맞았고 국민들에게는 먹거리에 대한 불안과 분노를 초래했다”고 주장했다.

협회는 “KBS가 만두소 제조과정인 것처럼 보도한 화면은 대부분 경찰이 수사 자료로 단무지 제조업체의 폐기물 관련 시설물을 촬영한 것인데 이를 마치 전체 단무지 생산시설이 불결한 것처럼 국민들이 오인토록 보도했다”면서 “보도 후 단무지 제조업체들은 매출감소 및 납품계약파기 등 심각한 피해를 당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협회는 이 같이 잘못된 화면이 방송된 경위에 대해 "경찰은 만두소 제조공장, 단무지 제조공장 폐기물, 기타 등 3가지로 화면을 구분해 KBS에 제공했으며 이 과정에서 수사 담당자가 충분한 내용설명을 했다고 한다"며 "경찰의 말이 사실이라면 방송사가 화면을 선정적이고 악의적으로 짜깁기했다는 말이 된다"고 주장했다.

협회는 이날 MBC의 6월6일~7일 ‘뉴스데스크’와 13일 ‘시사매거진’, SBS의 6월6일 ‘8시뉴스'에 대해서도 같은 내용으로 중재신청을 요청했다.

협회의 한 관계자는 이날 “중재신청과 별도로 손해배상소송을 청구하기 위해 변호사와 소송규모, 대상, 금액 등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면서 “현재 업체의 피해사례를 수집중이지만 대략 집계된 수도권 인근 업체들의 피해액만 수백억에 이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중재신청과 손배소송을 통해 업계의 엄청난 피해를 모두 회복하기는 불가능하지만, 최소한의 명예라도 지키기 위해 끝까지 진실을 밝힐 계획”이라면서 “당초에 방송 등에서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고 최소한의 사실만 확인했어도 이런 피해는 없었을 텐데…”라고 분노했다.

한편 만두제조업체들도 변호사를 선임한 뒤 7일 방송 등 언론 보도에 대해 언론중재위원회에 중재를 신청했다.

업체는 또 빠른 시일 내로 언론사 경찰청 식품의약품안전청 등을 상대로 민·형사상 소송을 청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만두협회의 한 관계자는 이날 “만두업계는 회복할 수 없는 큰 타격을 입었다. 사람이 죽고 피해액만 5000억원을 넘는다”면서 “현재 정부와 언론사를 상대로 소송을 청구하기 위해 범위와 규모 등을 놓고 변호사와 상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창현 동아닷컴기자 cc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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