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은 지금]‘20대 파티 맘’ 앤서니 재판에 美 들썩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7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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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분방한 삶에 방해” 2세 딸 살해혐의

지난 2년 9개월 동안 미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앤서니 재판’이 클라이맥스를 향해 치닫고 있다. 두 살짜리 딸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케이시 앤서니(25·사진) 재판은 3일 최종논고와 변론이 끝나 배심원단 손으로 넘겨졌다. 앤서니는 2008년 10월 두 살 된 딸 케일리를 살해한 혐의로 구속돼 일급 살인, 위증, 아동학대 등의 혐의로 기소됐으며 형이 확정되면 사형이나 무기징역에 처해질 수 있다.

O J 심슨 아내 살해 사건, 윌리엄 케네디 스미스 강간 사건 등 유명인이 피고석에 서는 재판에 워낙 관심이 많은 미국인들이지만 이번 사건은 평범한 20대 여성이 피고로 등장하는 사건임에도 미국을 들썩이게 만들었다. 플로리다 주 올랜도에서 3년 가까이 진행된 재판은 각종 TV 프로그램을 통해 생중계되다시피 방송됐고 이날 최종논고와 변론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취재진과 방청객들로 일대 장사진을 이뤘다.

이유는 앤서니의 딸 살해 동기 때문이다. 검찰 주장대로 자유분방한 생활을 즐겼던 22세의 젊은 엄마가 자신의 삶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막 걸음마를 시작한 딸을 살해한 것이 사실이라면 이는 모성과 가족의 가치를 부정하는 충격적인 사건이기 때문이다.

앤서니의 딸 케일리는 2008년 6월 실종됐다. 앤서니는 19세 때 싱글맘으로 케일리를 낳았으며 사건 당시에는 나이트클럽을 홍보하는 일을 하고 있었다. 앤서니는 딸이 실종됐는데도 신고를 하지 않았다. 실종된 지 한 달이 지난 뒤 앤서니 모친의 신고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곧바로 앤서니에게 혐의를 둔 검찰은 그를 일급살인죄로 기소했다. 케일리는 실종 6개월 만인 12월 집 근처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검찰은 이날 최종논고에서 “엄마가 원하는 삶과 짊어져야 하는 삶 중에서 한 가지는 희생해야 했는데 앤서니는 자식을 희생시키는 것을 선택했다”고 주장했다. 3년여 재판 내내 무표정한 모습으로 일관했던 앤서니는 이날 검찰이 자신과 딸이 함께 노는 비디오를 방송하자 잠시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미 언론은 검찰이 앤서니가 양육에는 관심이 없는 ‘파티 걸’이었다는 점을 부각시키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결정적인 살해동기와 확실한 법의학적 증거는 제시하지 못한 것으로 보고 있다.

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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