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을 대표하는 거부이자 ‘사우디아라비아 실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도 가까운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62)이 지난달 29~31일 사우디 수도 리야드에서 열린 미래투자이니셔티브(FII) 행사에서 ‘관중몰이’에 실패했다.
손 회장은 지난달 30일 ‘투자가와 기업인은 어떻게 심층기술을 향한 움직임에서 앞서나갈 수 있는가’란 강연에서 프란스 반 후텐 필립스 최고경영자(CEO)와 카이 유 호라이즌 로보틱스 CEO 등과 대담을 나눴다. 강연자의 인지도나 이름값이 무색할 정도로 행사장이 텅텅 비어 눈길을 끌었다. 하루 전 이 장소에서 열린 다른 강연에는 참석자들이 꽉꽉 들어찼다. 손 회장은 2년 전에도 FII 포럼을 찾아 무함마드 왕세자와 친밀한 모습을 연출했다.
이는 ‘투자의 귀재’라는 별명이 무색할 정도로 최근 손 회장의 사업이 잇따라 부진을 겪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무실 공유업체 위워크 등 손 회장의 비전펀드가 투자한 주요 정보기술(IT) 업체는 심각한 경영난에 빠졌다. 위워크는 상장이 무기한 연기된 데다 전체 직원의 약 30%인 4000여 명을 감축하기로 했다. 차량공유업체 우버, 인도 호텔체인 오요 등의 실적도 부진하다.
포럼 참석자와 외신기자들 사이에선 “손 회장의 사우디 영향력이 예전만 못하다”는 의견이 잇따랐다. 손 회장의 강연이 가장 많은 주목을 받는 지난달 29일 포럼 첫 날에 배치되지 않은 것도 그의 영향력 감소를 보여준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우디 왕실은 손 회장이 1000억 달러 규모로 조성한 1차 비전펀드에 450억 달러를 투자했다. 올해 7월 2차 비전펀드 계획이 발표된 후에는 참가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손 회장도 이번 FII 행사에서 사우디의 비전펀드 추가 참여 여부에 대해 즉답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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