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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기획] 봉준호 감독, ‘마더’로 칸 첫 걸음…세계 거장의 탄생 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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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기획] 봉준호 감독, ‘마더’로 칸 첫 걸음…세계 거장의 탄생 알리다

이해리 기자 입력 2020-03-25 06:57수정 2020-03-25 0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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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감독의 발자취는 세계로 뻗어나간 한국영화의 확장이다. ‘기생충’으로 성과를 내기 전부터 ‘살인의 추억’은 물로 마더’ 등으로 인정받았고 평단의 전폭적인 지지와 대중적인 성공도 함께 거뒀다. 사진은 2월10일(한국시간) 제92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등 4관왕을 차지한 직후 포즈를 취한 봉준호 감독.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 ‘기(氣)’ ‘생(生)’ ‘충(充)’으로 되짚는 봉준호 감독의 세계정복기

2020년 국보를 새로 정한다면 K콘텐츠를 대표하는 ‘파워맨’ 봉준호 감독을 빼놓을 수 없다. 2월10일 미국 아카데미 작품상 등 4관왕, 지난해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북미와 유럽에서 새로 쓴 한국영화 흥행 기록으로 세계 영화계에 뚜렷한 인장을 남긴 그는 ‘K무비’의 상징적 존재이다. 물론 ‘기생충’은 갑자기 나온 화제작이 아니다. 그 이전 ‘옥자’와 ‘마더’ 그리고 ‘살인의 추억’이 있다. 독창적이면서도 매혹적인 봉준호 감독의 발자취는 스포츠동아 지면을 통해서도 빠짐없이 소개돼 왔다. 영화 전문가들과 관객의 의견을 묻는 꾸준한 설문조사를 통해 봉 감독과 그의 작품 가치를 조명하기도 했다. 2008년 스포츠동아 창간 이후 12년간 봉 감독의 활동을 통틀어 가장 주효한 순간, 그 현장의 기록을 ‘기’ ‘생’ ‘충’에 빗대 되짚는다.

‘마더’ 통해 해외 무대에 이름 각인
‘설국열차’ ‘옥자’ 연이은 세계 흥행
‘기생충’ 한국영화 100년 화룡정점



● 기(氣)! 힘찬 출발…봉준호라는 이름 각인

“봉준호는 한국의 히치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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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5월19일 칸 국제영화제에서 봉준호 감독의 네 번째 연출작 ‘마더’가 공개되자 나온 현지 반응이다. 영화 문법을 구축한 거장과 비교에 일부에선 ‘과장된 것 아니냐’는 시선도 내놨지만 11년이 흐른 지금은 반박할 수 없는 평가다.

2000년 ‘플란다스의 개’로 데뷔해 2003 년 ‘살인의 추억’, 2006년 ‘괴물’을 통해 평단의 전폭적인 지지는 물론 대중의 인기를 얻은 봉 감독이 해외 무대에 나선 발판도 칸 국제영화제이다. 특히 ‘마더’로 공식부문인 주목할 만한 시선에 첫 발을 디딘 2009년은 그를 세계 영화계에 폭넓게 각인시킨 계기였다.

당시 현장에서 스포츠동아와 만난 감독은 해외 평단의 호평에 “범죄 장르에 민감해 그러는 것 같다”며 담담히 말했다. 예나 지금이나 호평을 대하는 그의 태도는 덤덤하고 시크하다. 10년이 흐른 지난해 칸 최고 영예인 황금종려상을 받은 뒤에도 “한국영화 100년의 성과”라고 말했을 뿐이다.

아들에 대한 엄마의 집착과 광기를 다룬 ‘마더’는 봉준호라는 이름을 유럽은 물론 북미의 평단과 관객에게 알렸다. 이후 감독은 미국 선댄스영화제 심사위원, 칸 국제영화제 황금카메라상 심사위원장으로 잇따라 위촉돼 해외 영화인 교류도 확장했다. 주연 김혜자가 2011년 미국 LA비평가협회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것도 K무비가 북미 지역으로도 확장하는 기폭제로 꼽힌다.

영화 ‘설국열차’의 한 장면.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 생(生)! 새롭게 태어나다…‘설국열차’부터 ‘옥자’까지

2013년 8월 내놓은 ‘설국열차’는 봉 감독이 크리스 에반스 등 할리우드 배우 및 해외 스태프와 손잡은 첫 번째 글로벌 프로젝트다. “열차에 오른 생존자들의 격한 갈등과 투쟁의 이야기, 파워풀한 오락영화”라는 감독의 의도에 관객도 답했다.

특히 그해 9월 스포츠동아가 영화사이트 맥스무비 영화연구소와 손잡고 관객 1만4711명에게 ‘믿고 보는 감독’을 묻자 봉 감독이 2416표로 1위에 올랐다. 그해 12월 스포츠동아가 전국 대학 영화동아리 회원 100 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에서도 ‘올해의 감독’으로 꼽혔다.

기세는 ‘옥자’로 이어졌다. 넷플릭스가 제작비 약 600억원을 전액 투자한 ‘옥자’는 세계 영화계 핫이슈의 불도 지폈다. 극장 중심의 전통적인 영화시장에 진출한 신규 온라인 동영상서비스 플랫폼(OTT)에 대한 견제 그리고 그로 인한 논쟁이 일었다. 논쟁의 한복판인 2017년 5월 칸 국제영화제에서 봉 감독은 “불타는 프라이팬 위에 올라가는 생선 같은 느낌”이라면서도 “배급 형태에 여러 논란이 있지만 적어도 창작자에게는 최고의 기회이고, 크리에이터들에게는 넓은 기회”라는 입장을 밝혔다. 4년이 지난 지금, 거장 감독들과 OTT의 협업은 더 이상 낯선 풍경이 아니다.

봉 감독과 함께 걸어온 스포츠동아 12년. 스포츠동아는 2008년 창간 이후 봉준호 감독이 세계 여러 무대에서 활약한 현장을 생생하게 담아왔다. 2009년 ‘마더’와 2017년 ‘옥자’, 지난해 ‘기생충’(위부터)이 칸 국제영화제에 초청된 현장을 담은 스포츠동아 지면들. 스포츠동아DB

● 충(充)! 가득 채운 성과…한국영화 100년사의 ‘기생충’

이보다 드라마틱할 수는 없다. 한국영화 탄생 100년을 맞은 2019년. 봉 감독은 ‘기생충’으로 ‘한국 최초’ ‘아시아 최초’ ‘세계 최초’의 기록을 써내려갔다. 예견된 성과였다.

‘기생충’ 공개 두 달 전인 지난해 3월 스포츠동아가 감독·제작자·평론가 등 영화 전문가 100명을 상대로 진행한 ‘한국영화 100년 설문조사’에서 봉 감독의 ‘살인의 추억’이 100년사 ‘최고의 작품’으로 꼽혔다. ‘기생충’이 올해 2월19일까지 전 세계 각종 영화상에서 총 175회에 이르는 수상 낭보를 쏟아내기 전이다.

최고의 순간마다 봉 감독은 자신의 이름보다 ‘한국영화’를 앞세웠다. 지난해 5월26일 칸 황금종려상 수상 직후 영화제 프레스센터에서 만난 감독은 “100주년을 맞은 한국영화의 성과”라고 공을 돌리면서 “아시아 거장들을 능가하는 한국의 마스터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지금 이 자리를 통해 더 많이 알려지길 바란다”고 했다. 2월10일 미국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 때에도 일생 한번 뿐일지 모를 소감의 기회를 제작자와 투자자에게 양보했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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