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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진보 論客 9人에 묻습니다” 조목조목 쓴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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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진보 論客 9人에 묻습니다” 조목조목 쓴소리

동아일보입력 2014-02-15 03:00수정 2014-02-1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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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객시대/노정태 지음/292쪽·1만7000원·반비
표지 그림과 달리 논객의 계보가 나오진 않는다.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이후의 시기를 논객이 쏟아낸 말로 돌아보는 책이다. 이들이 한 수 한 수 돌을 놓는 모습을 통해 시대의 바둑판을 그려 보자는 의도다. ‘응답하라 1994’의 논객 버전이라고나 할까.

논객이란 “사회과학이 담론의 시장에서 썰물처럼 빠져나간 후, 21세기 변화한 환경 속에서 판단의 기준을 제공했던 그들”이며, 책에 나오는 9명은 모두 진보 논객이다. 이는 어쩌다 진보가 몰락하고 야권은 분열해 2012년 대선을 내주고 말았느냐는, 진보 편에 서서 진 게임을 복기하는 것이 집필 동기이기 때문이다.

저자의 수식어를 빌려 등장 순서대로 논객을 소개하면 이렇다. 논객 시대를 열어젖힌 강준만, 풍자와 조롱으로 싸우는 진중권, 부도난 정치도매상 유시민, 급진적 불교도 마르크스주의자인 박노자, 청년들에겐 꼰대이고 386에겐 광대인 우석훈, 지식인을 비판하는 건달 김규항, 세계시민적 개인주의자와 음모론적 정치 선동가 김어준, 혁명 투사가 된 ‘빠리의 택시운전사’ 홍세화, 꺼림칙한 절필 선언문을 남기고 붓을 꺾은 고종석이다.

중학교 시절 강준만의 ‘인물과 사상’을 읽고 논객이 된 저자는 논객의 책을 근거로 실명 비판하는 강준만식 글쓰기로 논객들을 균형감 있게 비판한다. 내 편 네 편 가리지 않고 입바른 소리를 하던 진중권은 통합진보당 총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의 부정행위에 눈감고, 2012년 대선에선 닥치고 정권 교체를 외친다. ‘개 잡고 닭 잡는 일은 진중권에게만 시키는’ 범야권세력에 굴복함으로써 본인도 총기를 잃고, 야권 세력도 패배했다는 것이 저자의 진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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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지지로 돌아선 강준만에 대해선 “‘김대중 죽이기’에서 박찬종을 비판할 때 썼던 논리를 고스란히 안철수를 향해 휘둘러 보라”고 따지고, 노무현의 정치적 경호실장 유시민에겐 “노무현의 사후 자서전이 아니라 평전이 필요하다”고 주문한다.

저자의 촘촘한 분석과 유려한 문장 덕분인지 논객 비평은 시대를 읽어내는 괜찮은 방법론 같다. 시대를 온전히 읽어내려면 보수 논객의 논리도 들여다봐야 할 것이다. 비평의 대상이 될 만한 책을 낼 정도로 열정 있고 함량도 되는 보수 논객으로 누가 있을까.

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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