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만리장성서 DMZ까지… 장벽의 모든 것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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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벽/클로드 케텔 지음·권지현 옮김/344쪽·1만7000원/명랑한지성

국어사전에서 ‘장벽’의 뜻을 찾으면 ‘둘 사이의 관계를 순조롭지 못하게 가로막는 장애물’이라고 나온다. 프랑스 역사학자이자 저자인 클로드 케텔은 이 책에서 장벽이 만들어 낸 관계의 단절을 정치적 맥락에서 해석했다. 배척과 분리를 상징하는 장벽은 언제 생겨났고, 현재는 어떤 모습으로 다양화됐는지 ‘장벽 지식백과’처럼 망라했다.

인류 역사상 가장 먼저 장벽이 등장한 시기는 선사시대다. 이때의 장벽은 짐승이나 다른 침략자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원초적 필요에 의해 세워졌다. 보호해야 할 대상이 국가 공동체로 확대되면서 장벽에 정치적 의미가 더해졌다. 한족을 끊임없이 괴롭힌 북방 민족을 막기 위해 군사적 목적으로 만들어진 중국의 만리장성이 대표적이다.

시간이 갈수록 추방의 의미를 담은 ‘페스트 장벽’, 종교적 성지가 된 ‘통곡의 벽’ 등 다양한 벽이 등장했다. 그중 가장 정치적인 의미를 띤 장벽은 독일의 베를린 장벽이다. 이데올로기 대립에 의해 1961년 생겨나 1989년 사라진 이 벽은 높이 3.6m, 너비 1.2m의 콘크리트 벽일 뿐이었지만, 냉전시대의 상징으로 받아들여진다. 저자는 1989년 기적처럼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지만, 남북한은 여전히 휴전선을 두고 전시 상황에 놓여 있는 확장된 냉전의 시대 속에 살고 있다고 말한다.

이 밖에 책은 테러를 막기 위한 요르단 강 서안의 이스라엘 장벽과 가자 지구의 이집트 장벽, 불법 이민을 막기 위한 일명 ‘부시 장벽’ 등 현재까지 지구 구석구석에 남아 있는 각종 정치적 장벽들을 찬찬히 설명한다. 총 11장의 구성 중 베를린 장벽의 역사적 의미를 뜯어보는 3개 장을 제외한 나머지는 각종 장벽을 설명하는 데 할애했다. 역사 지식이 빽빽하게 들어차 있지만, 단조로운 구성으로 지루한 것이 흠이다.

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장벽#배척과 분리#역사#정치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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