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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은 지금 ‘김정은 프로파일링’ 중…그들이 본 김정은은?[김정안 기자의 우아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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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은 지금 ‘김정은 프로파일링’ 중…그들이 본 김정은은?[김정안 기자의 우아한]

김정안 기자 입력 2019-04-02 15:37수정 2019-04-02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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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밤 뉴욕의 택시 안.
수화기 너머 들려오는 목소리는 북한 고위급 인사.
“위대한 지도자 김정은 위원장께서 데이비드 씨와의 인터뷰를 원합니다.”
“오마이 갓!”

영화 ‘인터뷰’ 속 한 장면이지만 예상치 못했던 파격은 실제 지난 달 하노이에서도 연출됐습니다.

짧은 질의응답 형식이었지만 서방언론사와 김정은 북한위원장간 사실상 첫 ‘인터뷰’가 이뤄졌기 때문입니다. 화제가 된 인물은 워싱턴포스트(WP)지 백악관 출입 데이비드 나카무라 기자.


그를 비롯해 워싱턴에는 김 위원장을 직접 만났거나 지근거리에서 관찰한 이들이 상당수입니다. 서방언론사로는 처음으로 AP평양지국을 개설하고 김 위원장을 직접 지근거리에서 수차례 관찰한 진 리 전 지국장, 20년 경력의 CIA 출신 전문가 등을 최근 만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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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보 당국은 김 위원장의 일거수일투족, 성격, 좋아하는 음식, 하노이에서 보여준 모습까지 세심하게 분석하고 있습니다.

하노이 결렬 한 달여. 북한이 어떤 결단을 내릴지 예단키 힘든 상황에서 김 위원장에 대한 ‘프로파일링’도 향후 대북 정책의 주요 방향을 제시할 수 있습니다. 서방인사들이 본 ‘내가 본 김정은’도 주요 참고자료입니다. 직접 들어봤습니다.

●“보디랭귀지 통해 고스란히 드러나는 감정”

나카무라 WP기자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보디랭귀지를 통해 자신의 감정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고 합니다. 그가 전한 당시 분위깁니다.

“첫날 트럼프 대통령과의 기념 촬영이 있는 자리였죠. 김 위원장은 내내 불편한 자세로 앉아 있었습니다. 차고 있던 금시계가 삐져나왔고 보기에도 팔은 매우 불편한 포지션이었지만 전혀 움직이지 않더군요. 불편해하는 것 같았습니다.”

첫 날부터 트럼프 대통령이 그의 면전에서 “서두를 것 없다.” “옳은 합의가 중요하다”는 말을 되풀이하자 은연중 느낀 당혹감 때문이었던 걸까요.

하지만 당시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 언론과의 질의응답을 지켜보던 김 위원장은 예상치 않은 적극성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나카무라 기자와 눈을 한동안 맞추던 김 위원장이 ‘회담 성공을 자신하시냐’는 질문을 받자 거리낌 없이 “예단하진 않겠습니다. 그러나 나의 직감으로 보면 좋은 결과가 생길 거라 믿습니다”고 답했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김 위원장은 존칭어 화법을 사용했습니다. 자신보다 대부분 고령인 보좌진들 사이에서 군림하는 그는 평소 이들에게 반말을 주로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앤드류 김 당시 CIA 코리아미션센터장이 평양에서 그와 대화를 나눌 때도 김 위원장은 한국어를 하는 (연장자이기도 한) 미국 측 김 센터장과 이런 문제 등으로 다소 어색해 했다는 후문도 들립니다.

그러나 이 날은 달랐습니다. 한국어로 천천히, 미국 기자의 질문에 깍듯한 존칭어로 답변하는 장면에는 대외 이미지 관리에 적극적인 모습도 녹아 있었습니다. 그가 즉흥적으로 WP기자의 질문에 응했다기보다 이미지 전략 차원의 계산에 따랐다는 평가가 가능한 대목입니다.

그렇다면 당시 북 측 취재단 반응은 어땠을까요?

나카무라 기자는 “북한 측 취재단은 약 7, 8명 정도였는데 이 중엔 영어에 능통한 북한 측 단원도 있었다”며 “우리랑 편히 대화 했고 크게 놀라지 않는 듯 했다”고 전했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분명 이날부터 이어진 ‘최고지도자’에 대한 미국 기자들의 질문 공세를 예의주시하며 지켜봤을 겁니다. 역으로 북한 취재단 누구도 상대국 지도자인 트럼프 대통령에게 질문하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지요. 언론은 주는 대로 받아쓰는 게 아닌, 때론 불편한 질문도 던지는 역할이라는 걸, 하노이 현장을 통해 이들 또한 신선한 충격으로 새기는 기회가 되었을지, 문득 궁금해집니다.

●“금연 캠페인 한창 때도 거침없이 꺼내 물던 담배”

서방언론으로는 처음으로 AP평양지국 개설한 진 리 전 평양 지국장 역시 2008년부터 김정 위원장을 가까이에서 10여 차례 지켜볼 수 있었다고 말합니다.

지금도 생생히 기억하는 에피소드 하나.

“한번은 자신이 지시한 금연 캠페인이 한창이었을 때였어요. 그런데 거침없이 담배를 꺼내 피우더군요. 북한에선 그가 아니면 누구도 감히 할 수 없는 행동이죠.”

이처럼 거침없는 그에게 하노이 회담 결렬은 상당한 심리적 타격 주었을 것입니다. 잘 짜여진, 그리고 익숙한 중국에서의 외교무대와 달리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만남은 예측불가능성 그 자체라는 걸 이번 하노이 회담에서 절실히 느꼈을 것이 분명합니다. 때문에 워싱턴에서는 탑-다운 방식이 결국 실질적 비핵화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다는 회의론이 상당하지만 진 리 전 지국장의 생각은 조금 달랐습니다.

하노이=AP/뉴시스


회담장을 박차고 나가지 않을 만큼의 압박,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만의 예측불가성은 기존 어떤 미국 대통령도 갖지 못한 ‘대북 영향력’이 될 수 있다는 겁니다.

아직 김 위원장이 어떤 선택을 할지, 예단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하노이 회담 결렬 직후 그는 숙소로 돌아가 대노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다시 60여 시간 기차를 타고 귀국하면서 어떤 생각을 했을까요. 거침없던 그에게 이번 실패(회담 결렬)는 일종의 ‘트라우마’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윱니다.

●CIA ‘리더십 프로파일링’

1994년 북핵 위기 당시 서울 CIA지부 부국장을 맡았던 클링너 전 부국장은 직접 김정은 위원장을 만난 경험은 없지만 북한 지도자 분석에 있어 해박한 전문가로 꼽힙니다. 그 자신이 한국 CIA지부 근무시절 당시 북한 지도자 김정일 위원장에 대한 프로파일링 등에 깊숙이 개입했기 때문입니다.

그가 들려준 CIA의 ‘리더십 프로파일링’ 기법은 매우 정교하고 또 광범위한 정보를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의 경우라면 아래의 정보들이 기본이라는 설명입니다.

“심리학자, 정신과 의사의 분석, 기타 의료진이 분석하고 있는 현재 (김 위원장이) 복용중인 약과 그 효과, 과거 스위스 학교 동창, 로드먼 등 그와 접촉한 이들과의 인터뷰 등을 통해 김 위원장이 어떤 자극(stimuli)에 어떻게 반응하는 지 등을 수집해 분석한다.”

영상 속 표정 등을 관찰해 심리학적으로 분석하는 ‘안면 프로파일링’ 기법도 이에 포함되는 거겠지요.

때문에 하노이에서 보여준 그의 표정과 심리상태, 그리고 오는 최고인민회의에서의 그가 보여줄 모습과 메시지 또한 세심한 분석 대상이 될 겁니다. 물밑 치밀한 외교전과 함께 향후 정책 방향 등을 가늠키 위한 ‘김정은 분석’ 모자이크 맞추기도 바쁘고도 치열한 현재진행형입니다.

워싱턴=김정안 특파원 j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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