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수사 111일 만에 마무리… 이호진 회장 등 7명 기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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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2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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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오너 구속은 회사에 독 아닌 약”
“李회장, 회삿돈 460억 횡령”… 4400억 비자금 찾아냈지만 정관계 로비의혹은 못밝혀

태광그룹 비자금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서부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이원곤 부장)은 31일 1400억 원대의 횡령·배임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로 이호진 태광그룹 회장(사진)을 구속 기소했다. 또 비자금 관리를 맡은 이 회장의 어머니 이선애 태광산업 상무와 오용일 태광그룹 부회장 등 그룹 전현직 고위간부 6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이로써 지난해 10월 13일 태광그룹 본사 압수수색으로 시작된 검찰 수사는 111일 만에 사실상 마무리됐다.

검찰에 따르면 이 회장은 1997∼2005년 태광산업에서 생산되는 섬유제품을 무자료거래를 통해 빼돌리거나 임직원에게 급여를 준 것처럼 회계 처리하는 등의 방법으로 460억여 원을 빼돌린 혐의다. 또 2006년 CJ미디어 대표로부터 케이블TV의 좋은 채널을 배정해 달라는 부탁을 받고 비상장 CJ미디어 주식 186만 주를 취득해 250억 원가량의 시세차익을 본 혐의도 받고 있다. 태광그룹 계열사 중에는 케이블 채널을 배정하는 종합유선방송사(SO) 티브로드가 있다.

검찰은 이 회장과 어머니 이 상무 등이 총 4400억 원 상당의 출처불명 자금을 만들고 7000여 개의 차명계좌를 관리했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태광은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직원은 감원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회사 자금을 빼돌려 왔다”며 “대법원 양형기준을 적용할 때 단기 7년, 장기 11년 징역형이 선고될 정도의 사안”이라고 말했다.

한편 검찰은 이날 보도자료 말미 ‘수사팀의 바람’이라는 항목에서 전날 한화 비자금 수사가 불구속 기소로 끝난 데 대한 불만을 간접적으로 표시했다. 검찰은 이 자료에서 다산(茶山) 정약용의 흠흠신서(欽欽新書)를 인용해 “다산 정약용은 흠흠신서를 통해 ‘죄 있는 사람을 석방하고 징역형에 처할 자에게 가벼운 형벌을 내린다면 이는 법을 업신여기는 것’이라며 정의에 합당한 형벌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또 “몇 년 전 오너들이 구속돼 재판을 받았던 재벌기업은 오히려 세계적인 투명 기업으로 다시 태어났다”며 “오너가 구속된 것이 이들 회사에는 독(毒)이 아니라 쓴 약(藥)이 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검찰은 비자금 규모는 밝혀냈지만 비자금을 사용한 태광의 정관계 로비 의혹은 규명하지 못했다. 봉욱 서울서부지검 차장은 “로비 의혹은 제기됐으나 이와 관련된 내부고발자 제보나 관련 증거를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한편 태광그룹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이번 일을 계기로 사회적 책임과 윤리적 의무를 다하여 존경받는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며 “향후 공판 과정에서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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