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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亡者를 흥밋거리로 삼는 어이없는 세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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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亡者를 흥밋거리로 삼는 어이없는 세태

동아일보입력 2019-10-19 00:00수정 2019-10-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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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제 경기소방재난본부가 기자회견을 열고 가수 겸 배우 설리(본명 최진리·25)의 사망 관련 내용이 담긴 ‘현장 활동 중 환자 자살 추정 동향보고’ 문건 유출을 사과했다. 출동한 119구급대가 작성한 이 문건에는 발견 일시, 자택 주소, 신고자 및 신고 내용, 출동 당시 설리의 상태, 본명과 나이 및 시간대별 활동 내용이 고스란히 담겼다. 한 소방공무원이 동료에게 받은 문건 사진을 소방공무원 카카오톡 단체방에 올리면서 외부로 유포됐다고 한다.

개인정보의 외부 유출도 문제지만, 더 개탄스러운 것은 한 여성 연예인의 죽음을 흥밋거리로 삼은 해당 공무원들의 태도다. 재난본부에 따르면 10여 명이 호기심 차원에서 단체방에서 공유했고, 최종적으로 60여 명이 봤다고 한다. 애초에 ‘돌려 보기’ 위해 올린 문건이 외부로 유포되는 것은 시간문제였을 것이다.

소방공무원은 직업 특성상 사고 현장에서 벌어진 모든 적나라한 상황과 피해자의 개인정보 등 내밀한 사안을 접한다. 사망 상태나 현장 모습은 차마 가족에게도 세세하게 알리기 힘든 내용이다. 그걸 단체방에 올려 돌려 보고, 외부 유출까지 하다니 기본적인 직업 윤리의식이 있다면 할 수 없는 행동이다. 이번 유출 관련자들은 물론이고 경찰 세무 의료 등 국민의 민감한 정보를 다루는 공직자 전체가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문제가 커지자 재난본부는 각 포털사이트와 블로그 운영진에게 문건 삭제를 요청하고, 직원 보안 교육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또 유출 직원들을 직위해제할 방침이다. 하지만 이미 퍼진 문건 사진은 여전히 돌아다니고 있고 설리는 사망한 뒤에도 또 다른 악플에 시달리고 있다. 그는 불과 석 달 전 한 방송에서 “아파서 산부인과 검사를 받았는데 직원이 차트를 유출했다. 내 사생활을 지켜주지 않더라”며 울먹였다. 문건을 유출한 공무원들에 대한 일벌백계는 물론이고 타인에 대한 관음증에 무감각한 우리 사회 전체가 각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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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향보고 문건 유출#개인정보 유출#재난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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