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아]정치 종교화 ‘친문 행동대’의 집단심리

  • 신동아
  • 입력 2019년 9월 21일 20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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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조적 집단지지만 결집하면 이긴다!” “‘정의의 사도·거악에 대항’ 자의식”

● ‘청와대 정부’와 ‘인물중심 신앙’, 한국 정치의 샴쌍둥이
● 조국 비판 금태섭 SNS에 ‘반역자’ ‘밀정’ 비난 댓글
● 강준만 “댓글 세계는 ‘종교전쟁의 공간’”
● 신율 “‘드루킹 댓글 조작’과 조국 ‘실검 조작’ 대동소이”
● 신평 “정의의 기준은 저쪽이나 이쪽이나 같아야”
● 양승함 “‘왜 우리 진영 단합 해치느냐’는 건 파시즘”
● 양승함 “극렬 지지자 때문에 민주주의 무너져”
● 신율 “정치 양분화 현상으로 중도층 정치혐오↑”
● 윤여준 “완강한 지지층 양상, 민주·한국 마찬가지”
● 윤여준 “중도층 실망·분노, 한번에 분출 가능성”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오른쪽 두 번째)와 의원들이 9월 5일 경기 성남시 네이버 본사를 찾아 실시간 검색어 조작 의혹과 관련 항의하고 있다. 뉴스1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오른쪽 두 번째)와 의원들이 9월 5일 경기 성남시 네이버 본사를 찾아 실시간 검색어 조작 의혹과 관련 항의하고 있다. 뉴스1
가마솥처럼 가열된 ‘조국 대전(大戰)’의 전장은 여의도만이 아니었다. 특히 열혈 지지층이 내뿜는 열기는 한여름 땡볕보다 더 뜨거웠다. 이 중 사이버 공간은 전면전의 무대가 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조국 법무부 장관을 임명한 이튿날인 9월 10일.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문재인지지’라는 검색어와 ‘문재인탄핵’이라는 검색어가 ‘급상승 검색어’ 순위 1·2위를 다퉜다. 같은 날 포털사이트 다음에서는 ‘문재인지지’와 ‘검찰단체사표환영’이 실시간 이슈 검색어 1·2위를 꿰찼다. 추석 연휴인 9월 12일에는 ‘정치검찰언론플레이’가 다음 실시간 이슈 검색어 1위에 올랐다.

검색 전쟁

‘검색 전쟁’의 발단은 8월 27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날 조 장관을 지지하는 측이 ‘조국힘내세요’를 실시간 검색어 순위 상위에 올리자 반대 측 의사가 담긴 ‘조국사퇴하세요’가 상위권으로 치고 올라왔다. 8월 30일에는 ‘보고싶다청문회’ ‘법대로조국임명’이 등장했다.

이후 조 장관 지지자들의 세가 확연히 더 커졌다. 검색어는 ‘네거티브’ 성격으로 변모해갔다. ‘정치검찰아웃’ ‘검찰사모펀드쇼’로 검찰을 비난하거나, ‘가짜뉴스아웃’ ‘한국언론사망’ ‘한국기자질문수준’ 등 언론을 공박하는 식이었다. ‘일본불매조국수호’ 등 ‘한일경제갈등’ 국면을 염두에 둔 중의적 표현을 조 장관 지지와 결부시킨 검색어도 출현했다.

이내 ‘황교안자녀장관상’ ‘김진태포렌식유출’ 등 야당 정치인의 이름이 부정적 뉘앙스를 풍기며 검색어 순위 상위에 올랐다. 특히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이름은 여러 차례 오르내렸다. ‘나경원소환조사’ ‘나경원자녀의혹’ ‘나경원사학비리의혹’ ‘나경원아들논문청탁’ 등의 검색어가 연일 이어졌다. 이에 나 원내대표를 비롯한 한국당 원내지도부와 당 소속 미디어특별위원회 위원들이 9월 5일 경기 성남시 네이버 본사를 항의 방문하기도 했다.

사이버 공간은 행동주의로 무장한 이들의 놀이터가 됐다. 강준만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저서 ‘정치를 종교로 만든 사람들’에서 “댓글 세계는 ‘종교전쟁의 공간’”이라고 일갈했다. 이어 그는 “정치 신도들은 끼리끼리 모인다. 조금 다른 견해가 등장하면 ‘댓글 알바’라고 공격하면서 유일신앙의 존엄을 재확인한다”고 썼다. 이와 같은 구도에서는 열혈 지지층에 터를 잡은 진영논리가 시간과 비례해 강도를 키워갈 수밖에 없다.

문재인 정부 들어 이와 같은 양상은 더욱 짙어졌다. 정치원로인 윤여준 전환경부 장관은 “과거에도 진영논리가 종종 심할 때가 있었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서서만큼 심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윤 전 장관은 그러면서 ‘적폐청산 vs 반(反)적폐청산’ 구도가 문재인 정부 들어 정치와 지지층의 양극화를 불러온 이유라고 분석했다.

“과거 오랫동안 집권해온 세력 입장에서는 정부가 자신들을 청산 대상으로 여긴다고 봤을 테니 완강히 저항할 수밖에 없다. 이 정부가 남북관계 진전을 상당히 급속도로 진행시키니 그에 대한 불안감을 가지고 있던 세력이기도 하고. 그러나 촛불의 위력에 눌려 얼마간 숨도 크게 못 쉬고 있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의 정책적 무능이 드러나니 국민의 기대가 많이 식었다. 숨죽이며 분위기를 살피던 세력이 반격을 시작했다. 복합적 이유로 완강히 저항하니까 (정치가) 딱 양쪽으로 갈라진 것이다.”

동아DB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다

소수 극렬 지지층의 목소리가 사이버 공간에서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다는 점도 문제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목소리 큰 소수가 과대 대표되고 있다는 건 확실하다”면서도 “단, 과대 대표가 여론을 움직일 정도의 상황까지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 야당에서는 ‘여론 왜곡’ 가능성도 주장하고 있는데.

“여론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한다. 여론조사 결과와 실검 순위가 일치하지 않고 있다. 단, 여론에 영향 미치려고 하는 행위 자체만을 놓고 봤을 때 과거 ‘드루킹 댓글 조작’이나 최근 ‘실검 조작’은 대동소이한 현상이라고 보는 게 맞다.”

- 일각에서는 종교화된 정치 현상 아니냐고 지적하는 이들도 있다.

“내가 믿고 지지하는 것만을 진리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 측면이 있다고 (일각에서) 보는 것이다. 상대를 악으로 규정해버리면 정치가 있을 수 없다. (현 상황의 경우) 이분법적 세계관을 갖고 있는 정치라고 볼 수는 있겠지.”

- 인터넷 미디어의 발전이 이런 세태를 낳았다고 봐야 할까?

“부작용치고는 큰 것 같다. 발전을 위한 ‘성장통’이라고 보기엔 문제가 심각하다. 글쎄, 이걸 규제하기도 쉽지 않다. 그래서 더 문제다.”

이분법적 세계에서 여당 의원이라고 자유로운 건 아니다.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9월 6일 조 장관 인사청문회에서 “후보자는 학벌·출신과 달리 진보인사라는 것 때문이 아니라 말과 행동이 다른 언행불일치 때문에 비판받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후보자는 ‘금수저는 진보를 지향하면 안 되냐’ ‘강남좌파가 많을수록 좋은 것 아니냐’고 했는데 엉뚱한 답”이라고 덧붙였다.

같은 당 박용진 의원은 8월 30일 채널A ‘돌직구쇼’에 나와 서울대 학생들의 ‘조국 반대’ 촛불집회를 비난한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향해 “편들어주는 건 고맙게 생각합니다만 오버하지 마셨으면 좋겠다”면서 “유시민 이사장님의 20대나, 박용진의 20대나, 지금 20대나 피의 온도는 똑같다”고 말했다.

이 발언 이후 두 사람은 열혈 친문 지지층으로부터 뭇매를 맞았다. 9월 6일 금태섭 의원이 페이스북에 쓴 청문회 관련 ‘게시글’에는 3800개 넘는 댓글이 달렸다. 대다수가 금 의원을 비판하는 내용이었는데, 개중에는 ‘내부총질’ ‘반역자’ ‘밀정’ ‘뒤에서 칼 꽂는 찌질함’ 등의 표현도 있었다. 또 금 의원과 박 의원 모두 ‘프락치’ ‘X맨’ 등의 내용이 담긴 수만여 건의 항의성 문자 폭탄을 받았다. 두 의원 공히 온라인에서 ‘민주당 권리당원’을 자처하는 이들로부터 즉각적인 탈당 요구를 받기도 했다.

진보 성향이자 판사 출신인 신평 변호사(전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8월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조국 당시 후보자의 자진사퇴를 촉구하며 “당신이 귀한 딸을 위하여 기울인 정성이 과연 김성태 (한국당) 의원의 그 정성에 비해 도덕적으로 더 낫다고 생각하느냐”고 비판했다. 그는 “우리 사회는 보수와 진보로 나누면 잘 보이지 않지만, 기득권 세력과 그에 포함되지 않은 사람들로 나누면 희한하게 잘 보인다”고도 덧붙였다.

정작 신 변호사는 글을 쓰고 난 뒤 ‘왜 우리 편을 향해 그런 글을 썼느냐’는 취지의 항의를 받아야 했다. 신 변호사는 통화에서 “현 정권을 지지하는 여러 분이 유감의 뜻을 표해왔다”면서도 “글을 쓴 것은 소신에 따른 행동이었다. 정의의 기준은 저쪽이나 이쪽이나 같아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여권 측은 조국 장관이 낙마하면 정권에 레임덕이 올 수 있다는 점에 우려한 것 같다’는 질문에 “글쎄, 나는 거기에 동의하지 못하겠다”고 답했다.

진영논리 통한 독재

9월 2일 조국 당시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서울 종로구의 사무실에서 대국민 기자간담회를 하기 위해 국회로 향하자 조 후보자의 차를 향해 지지자가 '힘내세요 조국' 피켓을 들어 보이고 있다. 뉴스1
9월 2일 조국 당시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서울 종로구의 사무실에서 대국민 기자간담회를 하기 위해 국회로 향하자 조 후보자의 차를 향해 지지자가 '힘내세요 조국' 피켓을 들어 보이고 있다. 뉴스1
정치학계 원로인 양승함 전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여당 의원들이 받은 문자폭탄을 두고 “무엇이 진실이냐를 따지거나 사실관계를 규명하기보다는 자기 쪽에 유리한 논리만 옳다고 주장하는 행태”라면서 “이는 데마고그(Demagogue·선동가)에 쉽게 휩쓸려 경우에 따라 과도한 폭력적 언사로 이어질 수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그는 “‘쓸데없는 소리 말라’ ‘너 왜 그런 발언으로 우리 진영 단합을 해치느냐’는 건 일종의 무솔리니 파시즘에 해당한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양 전 교수는 제36대 한국정치학회장과 연세대 사회과학대학 학장 등을 역임하며 30년 넘게 한국 정치를 분석·관찰해왔다. 그는 “극렬 지지자들의 행태로 민주주의가 무너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와의 문답이다.

- 과거에도 이런 식의 극렬 지지자 행태가 있었나?

“이렇지는 않았다. 진영은 있었지만 적어도 ‘독재 대 민주’처럼 가치를 두고 행동했다.”

- 하필 왜 지금 이런 현상이 심화하는 걸까?

“어디 토론하러 가보니 누가 ‘제도권 언론은 엉터리라 안 보고 유튜브 본다’고 하더라. 그래서 ‘한두 명이 떠드는 것과 수백 명의 훈련된 기자들이 생산하는 뉴스 중 무엇을 믿어야 하나’ 되물었다. 세상이 이렇게 됐다. 자기 입맛과 진영에 맞는 채널만 골라 듣는다. 정보사회의 아주 부정적인 한 단면이다. 지도자들도 진영논리를 부추기고 있다. 경직적이고 교조적인 집단의 지지만 결집하면 이길 수 있다는 식의 논리가 횡행하는 정치가 되고 말았다”

- 조국 장관 임명을 둘러싼 정국을 아주 위험하게 보고 있는 것 같다.

“문 대통령도 진영논리에 편승해 조국 장관을 임명했는데, 굉장히 큰 실수를 했다. 나는 비교적 중립이었지만 그래도 그간 문재인 정부를 지지하는 편이었다. 문재인 정부가 독재를 하리라고 생각은 안 한다. 하지만 적어도 인사하는 걸 보면 진영논리를 통한 독재로 향하고 있다. ‘목청 큰 사람이 이기면 된다’는 식인데, 이 얼마나 비민주적인가.”

양 전 교수의 말마따나 진영논리의 또 다른 축은 지도자 중심주의다. 강준만 교수는 이를 ‘인물중심 신앙’이라고 규정했다. 대통령과의 친소(親疏)관계에 따라 권력의 크기가 달라지는 현상은 한국 정치에서 유독 심각하다. 강 교수는 2016년 “새누리당 내부에 울려 퍼지는 ‘박 타령’은 민주주의 원리에 근거한 정치행위라기보다는 지도자를 교주로 모시는 종교적 행위에 가깝다”고 했다. 이 명제는 새누리당을 민주당으로, ‘박 타령’을 ‘문 타령’으로 치환하면 2019년에도 유효하다. 말하자면 한국은 “‘정당 민주주의’ 국가라기보다는 ‘지도자 민주주의’ 국가라는 걸 의미”(이하 ‘정치를 종교로 만든 사람들’ 중)한다.

한국 정치의 계파 이름이 ‘친문’이나 ‘비문’ 혹은 ‘친박’이나 ‘비박’으로 갈리는 건 이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자유한국당에 ‘자유’가 없고 더불어민주당에 ‘민주’가 없다”는 말이 돈다. 여당에 한정해 보자면 이는 ‘비문 혹은 딴소리를 허락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신율 교수는 “여당이 정당으로서 가진 존재감은 금태섭·박용진 의원 같은 사람들 때문에 생기는 것”이라면서 “정권보다 정당의 수명이 훨씬 길다. 민주당이 여당 이전에 정당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고 꼬집었다.

정치 종교와 소수의 사제

청와대가 만기친람(萬機親覽)식 국정운영을 할 수 있는 근저에도 인물을 매개로 뭉치는 지지층의 신앙이 똬리를 틀고 있다. 그러므로 청와대가 모든 국정 현안을 총괄·조정하고 지휘하는 ‘청와대 정부’와 ‘인물중심 신앙’이 만든 정치문화는 샴쌍둥이다. 국회의원이 ‘딴소리’를 하려 해도 ‘제왕적 대통령’과 이와 같은 제왕을 지탱하는 열혈 지지층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처하는 이유다. 윤여준 전 장관의 설명이다.

“(문자폭탄이) 다들 공포라는 거 아닌가? 문 대통령을 열렬히 지지하는 세력이 무차별 공격을 하니 현실 정치인들이 겁먹게 된다. 여당은 안 그래도 옛날부터 늘 청와대 하수인이라는 소리를 들었다. 문 대통령은 안 그럴 줄 알았다. 촛불 정신은 민주주의 가치의 회복을 요구한 것 아닌가. 민주주의 발전을 가장 저해하는 요소 중 하나가 대통령 1인으로 권력이 집중되는 현상이다. 나는 권력 집중이 완화하리라 생각했는데 지금 보면 그렇지 않다. 그러다 보니까 이런 현상들이 나타나는 것 같다.”

특히 친문 지지층은 ‘기득권에 맞서야 한다’는 심리로 똘똘 뭉쳐 있다. 스스로 정의의 사도를 자처하며 진정성을 확신하는 이들의 목소리는 메아리가 클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들이 ‘거악(巨嶽)’이라고 여기는 보수는 현실에서 지리멸렬하다. 2016년 이후 보수는 총선과 대선, 지방선거에서 모두 패했다. 2020년 총선을 앞두고도 여당에 비해 지지율이 밀리고 있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친문 지지층은 ‘핍박받는 소수자’를 자처한다. 거악으로부터 대통령과 법무장관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종교가 된 정치’ 구도에서 “국민의 절대 다수는 그런 ‘정치 종교’를 외면하거나 혐오하는 무신론자”다. 온·오프라인을 망라하며 이뤄지는 ‘정치 부흥회’ 혹은 “‘정치 종교’의 주역은 소수의 사제(司祭)들과 열성 신도들”(‘정치를 종교로 만든 사람들’ 중)이다. 신율 교수는 “실검 조작이 중도층 정치혐오를 야기하는 게 아니라, 이미 정치가 완전히 양분화됐기 때문에 그런 현상이 극성스럽게 일어난다고 보는 게 맞다”고 했다.

조국 장관 임명은 무신론자의 공간을 더 넓혀버린 결과로 이어졌다. 민주당에서 이탈한 지지가 한국당으로 쉬이 흘러가지 않는 까닭이다. 윤 전 장관은 “완강한 지지층 양상만 놓고 보면 한국당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무신론자 입장에서는 왼쪽 극렬과 오른쪽 극렬이 마음에 안 들기는 매한가지인 셈이다.

부유하는 무신론자

부유하는 중도층은 향후 정권의 향배를 가를 ‘키’가 될 공산이 크다. ‘최순실 국정농단’에 따른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이 중도층의 민심 이반에서 비롯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것이 가진 의미는 작지 않다. 윤 전 장관과의 문답이다.

- 진영논리와 극렬 지지자들의 행태가 심각한 것 같다.

“그간 당파성이 강하지 않고 합리성을 내세우는 세력은 촛불 정권의 도덕성이 한국당보다 우월하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조국 장관 임명으로 (문재인)정권이 도덕적인 상처를 많이 받았다. 중도층의 실망과 분노가 생각보다 큰 것 같다. 그렇다면 앞으로 이 정권이 상당히 어려울 수 있다. 다만 이탈한 지지층, 특히 20대나 중도층이 한국당 쪽으로 옮겨가지는 않고 있다. 아직도 도덕적으로 저쪽(한국당)이 더 나쁘다고 보는 것 같다.”

- 굳이 두 세력을 저울대에 올려보자면 저쪽이 더 나쁘다?

“그렇다. 아마 이 정권은 이탈한 중도층이 한국당으로 가지 않았으니 (노력하면) 시간이 지나 다시 이들의 지지를 회복할 수 있다고 보는 게 아닐까 싶다.”

- 정권의 분수령이 되리라는 주장도 많이 나오는데.

“조국 장관 임명에 국민들이 분노를 즉각적으로 표출하지는 않았다. 이슈가 장기화하는 바람에 염증과 피로감도 있었다. 대통령이 기어코 임명하겠구나 생각한 사람도 많았다. 임명이 충격은 아닌 거다. 다만 정권에 대한 실망과 분노, 불신은 사라지는 게 아니다. 수면 아래 가라앉았다가 어떤 계기에 (실망·분노를) 정권을 향해 크게 분출할 수 있다.”

고재석 기자 jayko@donga.com
[이 기사는 신동아 2019년 10월호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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