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출연 어린이, 폭력-외설에 노출”

  • 입력 2009년 9월 21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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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통신심의위 오늘 ‘아동 방송출연과 미디어윤리’ 세미나

지상파 TV에 출연하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프로그램 제작 과정에서 폭력적 상황에 쉽게 노출되거나 인격을 침해받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미국 영국 일본 등에서는 어린이 청소년 출연자를 보호하는 제도가 있으나 한국에서는 구체적 규정이 없어 관련 제도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언론학회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21일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아동(청소년) 방송출연과 미디어윤리’란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한다.

지정순 밝은청소년지원센터 미디어전문위원은 세미나에 앞서 20일 공개한 발제문 ‘TV 오락 프로그램 속 아동(청소년)의 현주소’에서 “(TV에서) 어린이가 성인의 폭력 대상이 되면서 어린이 출연자의 배역과 제작 방식에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며 “특히 폭력 장면은 영유아까지로 확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SBS 사극 ‘자명고’에서는 아이 살해 장면을 연출하면서 실제 신생아를 출연시켰고, 작은 배에 신생아와 유아만 태운 채 물 위에 띄우기도 했다. MBC ‘선덕여왕’에서도 실제 신생아가 피신해 있는 동굴에 불을 질러 그을음이 아기 얼굴에 묻은 장면이 나오기도 했다.

지 위원은 “사실적 묘사라는 명분을 위해 영유아 배우들이 겪는 불편이나 고통, 정신적 공포를 제작진이 얼마나 깊게 생각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지 위원은 또 방송사들이 미성년 출연자를 앞세워 선정적인 방송을 하면서 초상권이나 인격 무시, 동심과 동떨어진 대사나 연기로 어린이들을 소모적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석철 EBS 정책위원은 ‘어린이·청소년 연기자 보호를 위한 해외 법제 사례’라는 주제 발표에서 미국 영국 일본 등 선진국들은 미성년 연기자들을 하나의 인격체로 보고 출연 내용과 연기 시간을 규정해 보호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 위원에 따르면 미국 뉴욕 주는 외설적이거나 부도덕한 방송 및 전시에 대해 16세 이하의 출연을 금지하고 있고, 캘리포니아 주는 미성년자에게 제한된 직업이나 행동을 방송에서 연기하는 것을 금지한다. 또 영국은 어린이들이 위험한 연기를 하는 것을, 일본은 오락적 목적으로 곡예를 하거나 여관, 오락장 등에서 연기하는 것을 막고 있다.

이영주 한국예술종합학교 한국예술연구소 책임연구원은 ‘방송사의 아동(청소년) 방송출연 가이드라인 규정 방안’이라는 발표에서 “적절한 출연 내용에 대한 규정, 프라이버시 보호, 연령대별 합리적인 노동 시간 등에 대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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