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남북대화 기회 살려야”… 不개입 방침서 선회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9일 03시 00분


코멘트

[대북전단 자제 공론화]

류길재 통일부 장관이 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을 하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류길재 통일부 장관이 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을 하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류길재 통일부 장관이 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주민 안전’을 명분으로 민간단체의 대북전단 살포에 제동을 걸겠다는 뜻을 밝혔다. 지난해 10월 민간단체가 대북전단(삐라) 살포를 강행하고 정부가 ‘표현의 자유’를 내세워 개입하지 않겠다고 했던 기류와 확연히 달라진 것이다. 남북대화가 시작도 되기 전에 중단된 지난해 전철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박근혜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 운신의 폭 넓어진 정부

박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통일의 길을 열어가겠다”고 밝힌 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도 신년사에서 남북정상회담도 못할 이유가 없다고 화답했다. 남북대화의 청신호가 켜진 것이다. 다만 실제 대화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복잡한 ‘밀고 당기기’가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이 대북전단 문제를 걸고 나오기 시작한 것도 이처럼 험난한 남북대화의 길을 예고한 것이다.

다만 정부는 오랜만에 조성된 대화의 기회마저 놓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 최근 의정부지법이 ‘북한의 위협으로 국민의 생명이 위험한 상황’이라는 전제조건을 달면서도 “당국이 대북전단 살포를 막은 것은 적법하다”고 판결한 것은 정부가 운신할 폭을 넓혀준 계기가 됐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가 이날 정부에 대북전단 살포에 대한 ‘적절한 조치’를 언급하며 사실상 살포 중단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여야를 막론하고 남북 간 막후 비공개 접촉까지 요구하는 정치권의 행보는 보수성향 지지층을 의식해야 하는 박근혜 정부의 부담을 덜어주는 요인이 된 셈이다.

○ 북한의 무모한 요구는 어디까지?

북한 국방위원회 대변인은 7일 담화에서 박 대통령의 최근 통일 관련 발언을 비난하며 흡수 통일, 대북전단 살포, 한미 연합 군사연습에 대한 한국 정부의 태도 표명을 요구했다. 남측 반응에 따라 남북대화에 나설 것임을 예고한 것이다. 이번 담화는 “남조선(한국) 당국의 차후 움직임을 각성 있게 지켜볼 것”이라며 이를 ‘위임에 따른 것’이라고 밝혀 김정은의 결정임을 시사했다.

대북전단 문제에 관한 한 북한은 물불을 가리지 않을 태세다.

북한은 지난해 11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와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에 대북전단 살포 문제를 제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 소식통은 8일 “북한이 지난해 유엔 안보리에 대북전단과 관련해 항의서한을 보냈으며 ICAO에는 대북전단이 항공 안전을 위협한다고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외형적으로는 지난해 10월 황병서 인민군 총정치국장 등 북한 실세 3인방이 인천을 방문했을 때 약속한 2차 고위급접촉이 북한의 대북전단 문제 제기로 무산됐던 과정을 떠올린다. 하지만 올해 움직임은 김정은의 신년사에서 시작된 것이어서 차이가 있다. 북한 실무자들도 남북대화 분위기를 먼저 깨는 데 부담을 갖고 있을 것이다. 따라서 최근 북한의 대북전단 문제 제기는 남측이 어느 정도까지 북측 요구를 들어줄 수 있을지 시험해 보려는 의도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 정부가 북한에 끌려 다니는 것을 피하려면 무모한 요구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면밀하게 검토하고 대응하는 전략적 접근을 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를 종합적으로 정비하고 대응할 물리적 시간은 많지 않다. 북한이 민감해하는 한미 연합 군사연습이 시작될 2월 말 전에 남북대화의 방향을 잡아야 하는 만큼 ‘골든타임’도 얼마 남지 않았다. 정부 관계자도 “대화 분위기를 살릴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정안 jkim@donga.com·조숭호 기자
#대북전단#남북대화#류길재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