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곳서 폭파땐 쟤들 귀신 곡할 노릇”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9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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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쟁 준비 지시 내용은

“총공격 명령이 떨어지면 속도전으로, 일체감으로 강력한 집단적 힘을 통해 각 동지들이 자기 초소에 놓인 그야말로 무궁무진한 창조적 발상으로 한순간에…(적들을 공격하라).”

2일 국회에 제출된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요구서에는 RO 조직원들에게 전쟁을 앞두고 준비 체계를 갖추라는 이 의원의 지시가 곳곳에 드러나 있다. 검찰과 국가정보원은 이 의원이 3월 북한의 정전협정 백지화 선언 이후 ‘혁명의 결정적 시기’가 왔다고 판단하고 구체적인 행동 지침을 하달했다고 사전구속영장에 적시했다.

이 의원은 5월 12일 서울 마포구의 한 수련원에 RO 조직원 130여 명을 집결시킨 뒤 각자의 직장을 제국주의를 상대하는 ‘전쟁의 최전방 초소’라고 언급한 뒤 필승의 신념으로 무장할 것을 주문했다.

그는 임박한 전쟁이 전면전이 아닌 국지전·비정규전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전쟁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북한이) 핵 보유 강국이 되면 전면전은 없다. 북-미 간의 전면적 대결을 하면 1000만 (명) 이상이 죽는다. 미국놈들도 그것을 원하지 않을 거다”라며 “현대전의 영역이 심리전이고 사상전인데 우리의 선전선동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는 RO 조직원이 130여 명에 불과하지만 전쟁 상황에서는 얼마든지 정부에 결정적인 타격을 줄 수 있는 반체제 세력으로 변모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정보당국은 파악했다.

이 의원은 북한이 무력혁명투쟁의 상징으로 선전하는 ‘한 자루 권총사상’과 사회주의 유혈혁명의 상징인 ‘볼셰비키 혁명’을 예로 들면서 “(철탑 등을) 보이지 않는 곳에서 폭파시키면 그야말로 쟤들(국가기관 등 지칭)이 보면 귀신이 곡할 노릇”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이에 앞서 같은 달 10일 경기 광주의 한 수련원에서 열린 RO 조직원 모임에서 조직원들의 기강 해이를 지적하며 “소집령이 떨어지면 정말 바람처럼 순식간에 오시라”라고 했다. 이어 “아이는 안고 오지 마시라. 전쟁터에 아이를 데리고 가는 사람은 없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그는 또 ‘물질적 준비’의 중요성을 거론하며 “인터넷 사이트에 보면 사제폭탄 사이트가 굉장히 많다. 심지어 보스턴 테러에 쓰였던 압력밥솥 사제폭탄 매뉴얼도 (인터넷에) 떴다”고 말했다.

손영일·길진균 기자 scud2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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