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대한민국’ 세계 석학에게 듣는다]<3>“北, 적절히 中 이용하며 핵위협 계속 증대시킬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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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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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대표적인 中-아시아 전문가 프랑수아 고드망 파리정치대 교수

《“올해 지구촌의 가장 중요한 화두는 국제 금융 시스템의 붕괴를 막는 문제가 될 것이다.” 프랑수아 고드망 파리정치대 교수(61)는 2011년 새해에도 국제사회는 금융위기라는 먹구름을 피해가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럽의 대표적인 중국 및 아시아 전문가인 고드망 교수는 한반도 정세에 대해 “북한은 중국을 적절히 이용하면서 핵 위협을 계속 증대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중국은 국제사회에서 목적한 바를 이루기 위해 의도적으로 위기로 몰고 가는 벼랑 끝 정책을 구사할 것”이라며 “중국이 급부상했지만 아직도 미국은 세계 최강대국이며 미국을 대체할 존재는 없다”고 말했다.》

프랑수아 고드망: △프랑스 국립고등사범학교(ENS) 졸업(역사학 전공) △미국 하버드대 대학원 △파리정치대 교수 △아시아전략센터 소장 △유럽이사회(European Council) 선임정책연구원 △프랑스 외교부 정책자문위원 △국제정치연구소(IFRI) 초대 아시아센터장 △파리정치대 초대 아시아연구소장 △‘새로운 아시아 르네상스’(1993) 등 10여 권의 저서 출간
드망 교수와의 인터뷰는 지난해 12월 그가 맡고 있는 아시아연구소장 사무실에서 한 차례, e메일을 통해 한 차례 등 두 차례에 걸쳐 이뤄졌다.

―2011년 국제사회의 가장 뜨거운 화두는 무엇이 될 것으로 보나.

“세계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유럽 주요국의 재정적자 문제로 금융위기가 지속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지가 제일 큰 관심사다. 국제 금융 시스템의 붕괴를 막기 위한 노력이 새로운 도전을 맞을 것이다. 또 이란과 북한의 핵 확산 문제도 대단히 중대한 문제다.”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김정은 부자의 권력 세습 과정에서 북한이 연평도를 포격했다. 북한의 의도는 무엇이라고 보나.

“북한은 미국과의 협상이 이뤄지지 못하는 상황에서 김 위원장의 건강 악화 때문에 급히 후계 체제를 정당화하고 이를 대외적으로 인정받기 위해 무모한 무력 도발을 일으킨 것이다. 미국과 한국에 핵 개발과 권력 세습의 인정을 요구하면서 동시에 경제 원조를 주문하는 대담한 협박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국제사회는 반응하지 않을 것이다.”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미국 국무부 전문에 따르면 중국은 북한을 골칫덩어리로 보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한국은 북한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북한은 통일을 준비하지 않고 미래를 안전하게 보장받으려고 한다. 김정일과 김정은을 둘러싼 권력이 더욱 응집될 것이다. 반면 핵 위협은 더 커질 것이다. 중국은 북한을 버릴 수 없다. 북한은 이 점과 함께 중국과 일본의 갈등을 적절히 이용할 것이다. 북한은 더 적극적인 핵 개발에 나설 것이다. 그리고 북한은 중국이 등을 돌리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알고 중-일 관계 악화 같은 상황들을 이용할 것이 분명하다. 이 때문에 한국은 더 전면으로 나서야 한다. 미국은 아프가니스탄과 이란 문제 때문에 정신이 없다. 이명박 정부에서도 어느 정도 이어온 데탕트 정책은 막다른 골목에 몰렸다. 남북 상호 간에 무력을 억제하는 방법은 부분적인 해법에 지나지 않는다. 언젠가 미국의 주도하에 남북이 상호 체제를 인정하고 평화적 공존 단계에 들어감으로써 북한이 냉전에서 살아남는 승리를 얻을 수도 있다.”

―중국은 천안함 사태 때와 마찬가지로 연평도 도발에서도 북한 편을 들고 있다. 중국의 태도를 어떻게 평가하나.

“중국은 아주 잘못하고 있다. 더 적극적이고 직접적으로 북한에 대한 경제 제재에 동참해야 한다. 그러면 북한의 위협은 공갈이 되고 말 것이다. 그러나 중국은 대북 제재를 원치 않는다.”

―한국과 유럽연합(EU)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이 갖는 의미는….

“유럽은 한국과 FTA를 체결할 이유가 있었다. 한-EU FTA는 중국 및 일본과의 무역 관계에서 판세를 바꾸어 주도권을 갖고 더 멀리 나아가려는 한국의 대담한 전략을 보여준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문제도 없지 않다. 바로 한국의 지나친 상업주의적 통화정책 때문이다. FTA 관계에서 지속적인 원화의 저평가 정책은 한국의 선의를 의심하게 만들 것이며 국제 통상 관계의 위험성을 나타내는 것이기도 하다.”

―지난해 서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가장 관심을 모았던 환율전쟁의 돌파구가 마련되지 못했다. 이유는 무엇인가.

은 대로 돌려주려는 미국과 중국의 고집이 세계 경제의 큰 위험을 만들고 있다. 중국은 위안화를 재평가하거나 변동환율제로 바꿀 생각이 없다. 유럽이 각국의 재정적자 문제를 전례 없는 긴축예산을 통해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있을 때 미국은 같은 문제를 외부에서 해결하려 하고 있다. 서로 비난하고 있지만 미국과 중국은 상호보완성을 갖고 있고, 한국 일본 대만 등 동아시아 국가는 중국에 대한 수출을 통해 이득을 누리고 있다. 첫 번째 피해자들은 유럽과 일부 신흥개발국이다.”

―G20이 주요 8개국(G8) 회의를 대체할 수 있을까.

“아니라고 본다. 현재의 G20은 특정한 결정들을 내리기에는 너무 많은 고민을 갖고 있는 정치적 포럼이다.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들의 협력은 G8에서 훨씬 가깝게 이뤄지고 있다.”

―2010년은 국제무대에서 정치 경제적으로 ‘중국의 해’였다고 말할 수 있다. 새해에 중국은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까.

“중국의 힘은 더욱 커져 국제사회의 많은 부분에서 비토권을 행사하는 반면 책임은 줄이는 방향으로 나갈 것이다. 그러나 경제적 상호의존도가 커지고 있는 만큼 중국은 현재의 무역 및 통화 시스템이 붕괴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따라서 중국은 경제 분야에서 자신들이 목적한 바를 이루기 위해서는 상황을 일부러 위기로 몰아가는 벼랑 끝 정책을 펼칠 것이다.”

―시진핑(習近平) 국가부주석이 2012년에 대권을 승계한다. 2011∼2012년 중국의 정치, 경제는 어떻게 변화할 것으로 예상하나.

“동맹국 또는 우호적인 관계의 국가에 집중해온 해외투자를 다변화하고 금융시스템을 현대화하는 데 우선 진력할 것이다. 또 엄청난 무역흑자를 바탕으로 복지제도를 구축하기 시작할 것이다. 그러나 국내에 자유시장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한 근본적 개혁조치는 없을 것이다.”

―중국이 국제사회에서 비중에 걸맞은 책임 있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책임을 다른 국가에 떠넘기기 위해 당면한 위기 상황을 이용하고 그 속에서 이득을 취하는 행동은 멈춰야 한다. 중국의 태도는 국제사회의 다자관계를 해치는 것이다. 또 신흥개발국과의 협력을 더 강화해야 한다.”

―중국 인도의 급속한 경제성장 등 아시아 국가의 국력 상승이 두드러진다.

18∼20세기와 비교해보면 정말 놀라운 역사의 반전이다. 그러나 번영을 지속하려면 지적재산권 문제와 시장 개방에 대한 노력과 발전이 더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중국과 일본 같은 경제대국이 20∼30년 뒤에도 계속 발전해 나갈 것이라고 보장할 수 있을까. 한국도 당연히 선진국 대열에 합류할 수밖에 없다.”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분쟁 등으로 일본과 중국의 관계가 전례 없이 악화되고 있다. 양국 관계를 어떻게 전망하나.

“중국은 장기적으로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전 일본 총리가 시작한 민주당의 탈미국, 친아시아 정책을 거부할 것이다. 그리고 일본은 미국과 더 가까워질 것이다. 아시아의 정치적 제도적 통합에 대한 전망은 더 난망해졌다.”

―주요 2개국(G2)으로 급부상한 중국과 달리 미국의 영향력은 갈수록 줄어드는 양상이다. 팍스아메리카나는 끝나고 있나.

“미국은 유럽이 겪고 있는 실업 등 더 많은 문제와 시련에 직면할 것이다. 미국의 정치적 파워는 많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나타나듯 내부에서 더 많은 도전을 받게 될 것이다. 군사력을 이용한 힘의 과시는 과거보다 더욱 자주 난관에 부닥칠 게 틀림없다. 미국의 대기업은 더는 세계화의 최대 수혜자가 되지 못한다. 하지만 미국의 리더십이 없는 지구촌은 여전히 상상하기 어렵다. 아직까지 미국을 대체할 만한 견고한 국가나 조직은 존재하지 않는다.”

―아일랜드에서 시작된 구제금융 위기가 포르투갈 스페인으로 번져나갈 조짐이다. 유로존의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인가.

“유로화를 궁극적으로 완성시키기 위해서는 유로존 회원국이 공통 재정정책을 펼칠 수 있는 구조를 속히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이것은 낭비벽이 심한 국가들이 경제적 주권을 포기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뿐만 아니라 적자 없이도 예산을 편성할 수 있는 독일도 유로존의 필요에 의해서라면 주권을 포기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해법이 쉽지 않다.”

―유럽의 우파 정부 국가들의 이민정책과 극우세력의 부상이 유럽 통합을 저해한다는 지적이 많다. 왜 이렇게 우파가 득세하는 것인가.

“솅겐조약에 따르면 이민제한 정책은 유럽인의 자유로운 이동권이나 정착의 자유와는 관계가 없다. 물론 집시가 많은 루마니아는 아직 솅겐 회원국이 아니다. EU 회원국이 아닌 스위스는 더 강력한 이민제한 정책으로 나가고 있다. 유럽 통합의 진정한 문제는 자본과 투자를 규정하는 정책의 부재이며 유럽 국가끼리 경쟁하는 구조 그 자체다. 이민정책 논쟁이 커지는 것은 이유가 있다. EU에서 이민을 규제하는 정책을 만들어내는 것이 투자에 대한 공동의 정책을 수립하는 것보다 더 쉽기 때문이다. 너무 위선적인 태도를 가지면 안 된다. 한국은 많은 분야에서 오랫동안 유럽보다 더 폐쇄적이었고 오늘날에도 아직도 그런 부분이 남아있지 않은가.”

―국제사회가 알카에다 같은 극단주의 세력의 테러 위협에 계속 시달리고 있다. 미국과 서방의 테러 대응 정책은 적절한가.

방국가에서 테러를 막는 정보기관의 능력과 경찰력은 대단히 뛰어나다. 반대로 국제질서의 분열은 우리가 어떻게 해볼 수 없는 국가에서 테러의 공간을 열어주고 있다. 테러로 더 큰 고통을 받는 수단 소말리아 파키스탄 예멘 사하라 지역 등은 서방이 아니라 변두리 국가이며 국내적으로도 취약한 나라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의 리더십은 어떻게 규정할 수 있을까.

“연금 개혁은 다른 사안에 비해 성공했다. 프랑스인 대다수가 개혁이 불가피하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르코지 대통령은 지나치게 튀는 통치 스타일 때문에 정치적으로는 약해진 게 사실이다. 그의 개혁에 반대하는 세력이 집결함에 따라 이미 충분히 보수적인 국가인 프랑스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는 사람들이 무엇인가를 해보려는 사람보다 더 인기를 끄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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