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 선택 폭 넓어진다]<1>방송패러다임 어떻게 바뀌나

  • 입력 2009년 7월 23일 03시 16분


매체사이 놓인‘낡은 벽’제거… 21세기 성장동력 발판 마련

지상파로 쏠렸던 콘텐츠 소비-유통경로 다양화

종편-보도채널 허용되면 1조원 신규 투자 기대

2013년 지상파 디지털화땐 채널 수십개로 늘어

바뀐 지분-소유 규제 무의미해져 재논의 불가피

22일 국회를 통과한 미디어관계법은 1980년 신군부가 언론 장악을 위해 만든 ‘방송 구체제’가 29년 만에 일대 전환기를 맞는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또 뉴미디어의 융합이 이뤄지는 미디어 빅뱅 시대에 미디어 사업자 간 교차 소유와 겸영 금지라는 칸막이를 허물고 21세기 미디어 산업을 발전시킬 초석이 될 것으로 보인다.

○ 5공 방송법 체계 지각 변동

미디어법 통과로 1980년 5공 세력이 ‘방송의 공영화’를 핑계로 언론을 통폐합해 민영방송을 없애고 신문 및 대기업의 방송 진출을 금지한 방송 구조가 21세기 매체 환경에 맞도록 한 걸음 나아가게 됐다. 당시 신군부는 동아방송 동양방송 등 민간 지상파 라디오, TV와 MBC 주식 70%를 KBS에 넘겨주는 초법적인 조치를 단행해 정권의 방송 지배를 구조화했다. 1988년 관련법이 부분 손질됐으나 신문과 방송 사이의 칸막이 구조는 여전했다. 미디어법은 또 일관성 없는 신문 방송 교차 소유 문제를 해결했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기존에는 방송사가 신문과 통신사 지분을 소유할 수 있었지만, 신문사의 방송시장 진출은 금지해 왔다.

○ 21세기 미디어 산업화 기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국 중 한국만 유일하게 갖고 있던 신문과 방송 겸영의 원천 금지 조항을 폐지함으로써 글로벌 미디어 추세에 발을 맞추게 됐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그동안 “언론, 특히 방송은 공익성 공공성을 강조해왔지만 어떤 분야든 산업성이 필연적인데 너무 경시해왔다”며 “(산업의) 파이를 키우고 그 파이를 놓고 선의의 경쟁을 하자는 것이 지향점”이라는 소신을 밝혀왔다. 매체 간 칸막이를 걷어내 경쟁을 활성화하면 글로벌 미디어 기업이 육성되고 궁극적으로는 미디어 분야가 전체 산업 성장의 한 축이 된다는 것.

전문가들은 신방 겸영과 대기업 방송 진출 허용으로 미디어에 신규 자본이 유입되고 이를 통해 미디어 산업의 발전과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신문사의 경우 핵심 역량인 보도 분야를 방송에 활용해 여론 다양성을 높이고 정체된 신문 산업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다. 콘텐츠 시장에서도 현재 지상파 방송에 집중된 소비와 유통경로가 다양해져 외주제작사의 콘텐츠 투자가 활성화되고 경쟁력도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시청자의 채널 선택권도 늘어난다. 방통위는 올해 안에 종합편성 및 보도 채널을 각각 한두 개 승인한다는 방침이다. 이렇게 되면 현재 KBS, MBC, SBS, YTN 등 일부 채널의 보도에만 의존했던 시청자들은 다양한 시각의 채널을 골라 볼 수 있다. 방송계에서는 종합편성채널 2개를 신설하면 7000억 원, 보도채널 2개를 신설하면 3000억 원 등 최대 1조 원의 투자가 일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 2013년에 다시 논의해야

이번 방송법은 대기업과 신문의 지상파 지분을 10%만 허용하고 그 의결권을 2012년 말까지 행사하지 못하게 했다. 지분 소유는 하되 방송 경영은 한시적으로 제한한 것으로 사실상 현행 지상파 체제가 2012년까지 유지된다는 의미다. 2013년 이후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해도 10%의 지분으로는 경영권 행사가 어렵기 때문에 이번 법안이 신문과 대기업의 지상파 방송 경영을 허용했다고 볼 수는 없다.

2012년 아날로그 방송이 종료되고, 2013년 디지털 전환이 이뤄지면 주파수 제한이 사라져 현 지상파 채널 외에도 수십 개의 지상파 채널이 새로 생긴다. 이 경우 현재와 같은 지분 및 소유 규제도 무의미해진다. 2012년이라는 한시 규정을 둔 것은 바로 이 같은 지상파 디지털화로 지상파 방송 구조의 개편을 다시 논의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이지연 기자 chance@donga.com

::종합편성채널과 보도전문채널

종합편성채널=보도를 비롯해 교양 오락 스포츠 등 모든 장르를 방영할 수 있어 편성 면에서는 지상파 채널과 차이가 없다. 다만 지상파는 지상의 전파를 통해, 종편채널은 케이블과 위성을 통해 방송을 송출하는 등 방식이 다를 뿐이다. 지상파는 하루 19시간 방송으로 제한받지만 종편채널은 24시간 방송하며 중간광고가 허용된다는 점도 다르다. 종편채널은 기존 방송법에 규정돼 있었지만 허가된 적이 없다. 케이블TV협회에 따르면 전국 1670만 가구 중 1500여만 가구(89.8%)가 케이블이나 위성을 통해 TV를 보고 있으므로 종편채널은 지상파에 버금가는 파급력을 가질 수 있다.

보도전문채널=보도 프로그램이 전체 방송 시간의 80%를 넘는 채널이다. 국내에서는 1993년 허가받은 YTN이 유일한 보도전문채널이다. 케이블채널사업자(SO)는 종편채널과 함께 보도채널을 일정 기간 반드시 전송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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