층별로 빙글빙글 도는 ‘다이내믹 타워’ 전문가들 어떻게 보나

  • 동아일보
  • 입력 2008년 7월 9일 03시 01분



건축? “OK” 기술적 어려움 있지만 가능한 아이디어

효용? “NO” 천문학적 돈 들일만큼 가치 있는지 의문

‘움직이는 주택’ 10여년전에 이미 獨서 실험

겉모습에만 치중 거주자 편의 등 고민 부족


지난달 25일 AFP통신은 각 층이 독립적으로 회전하는 이탈리아 건축가 다비드 피셔의 ‘다이내믹 타워’ 소식을 전했다.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 80층짜리 회전 타워를, 러시아 모스크바에 70층짜리의 같은 모양 건물을 세운다는 내용이었다. 피셔는 홈페이지(www.dynamicarchitecture.net) 초기 화면에 빙글빙글 돌아가는 타워의 동영상을 올렸다.

중앙의 원형 코어에 엘리베이터와 배관, 환기 시설을 몰아 놓고 바깥쪽 주거 공간은 코어를 축으로 회전할 수 있게 한다는 것. 각 층 사이에 풍력발전기를 달아 필요한 전력을 자체 생산하겠다는 계획도 들어 있다.

피셔는 이 계획안을 올해 3월 두바이에서 열린 국제초고층학회(CTBUH·Council of Tall Buildings & Urban Habitat)에서 발표했다.

CTBUH에 참석해 피셔를 만났던 한종률 삼우종합건축사사무소 본부장은 “차를 탄 채 중앙 엘리베이터를 타고 주거 공간으로 올라가 현관 앞에서 하차하는 그림도 있었다”며 “시공하는 데 기술적인 어려움이 많겠지만 실현 가능한 아이디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 계획의 실현 가능성보다는 효용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기술적으로 가능하지만 ‘왜 건축물이 움직여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움직이는 건축물에 대한 고민의 자취는 1960년대 영국 ‘아키그램(Archigram)’ 등에서 찾아볼 수 있다. 워런 초크, 데니스 크럼프턴, 데이비드 그린, 론 헤런, 마이크 웹, 피터 쿡 등 아키그램 건축가들은 ‘로봇’을 화두로 삼아 ‘생장(生長)하며 이동하는 건축’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잡지를 출간했다. 헤런의 ‘뉴욕 워킹 시티’(1964년) 등 건축과 도시에 대한 고정관념을 깬 아키그램의 제안은 일본의 메타볼리즘 등의 건축 영역을 넘어 공상과학(SF) 소설 같은 대중문화에도 영향을 끼쳤다.

피셔는 다이내믹 타워가 “세계 최초의 움직이는 건물”이라고 주장하지만 독일에선 10여 년 전 움직이는 건축물을 실제로 만든 사례가 있었다.

이종호 한국예술종합학교 건축과 교수는 “하루 주기로 360도 회전하면서 해바라기처럼 창문이 나 있는 면이 낮에는 늘 햇빛을 받는 주택이었다”며 “태양열 에너지를 많이 받아보겠다는 아이디어의 실험에 그쳤을 뿐 더 발전하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이 ‘해바라기 주택’도 건축물을 움직이는 것이 기술적으로 어렵지 않다는 것은 보여줬지만 움직임의 필요성을 입증하진 못한 것.

피셔의 홈페이지 동영상에서 다이내믹 타워는 물결치듯 빠른 속도로 회전한다. 하지만 이것은 움직임을 강조한 이미지일 뿐이다. 한 본부장은 “채광이나 전망을 고려해 잠깐씩 움직이게 될 것”이라며 “하지만 엄청난 건설비를 들일 만큼 가치 있는 시스템일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서울 남산의 N서울타워 전망대 레스토랑 바깥쪽 테이블은 90분에 한 바퀴씩 회전한다. N서울타워 곽노관 과장은 “전엔 50분에 한 바퀴씩 돌렸는데 식사 중에 어지럽다고 호소하는 노약자가 적지 않아 속도를 늦췄다”고 전했다.

이은석 경희대 건축과 교수는 “형태적인 재미만을 추구한 건축 디자인에는 그 속에 사는 사람들의 삶에 대한 고민이 부족할 수 있다”며 “움직임이 왜 필요한지, 이용자가 건축물의 움직임을 어떻게 받아들일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아쉽다”고 말했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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