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가 삼킨 ‘어린이날’

  • 입력 2008년 5월 5일 02시 59분


충남 보령서 가족 나들이객 참변… 9명 사망 2명 중태

어린이 8명 사상… 실종자 있는지 수색

충남 보령시 앞바다에서 갑작스럽게 높은 파도가 쳐 갯바위에 있던 낚시객과 나들이 온 가족단위 관광객들이 파도에 휩쓸려 23명(사망자 9명)이 숨지거나 다쳤다.

특히 어린이날을 앞두고 어린이 사상자가 8명이나 발생해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경찰은 사고 당시 사고 지역에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 관광객이 많았다는 목격자들의 진술에 따라 실종자가 있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보고 5일 사고 지역 주변 해역에서 수색 작업을 벌이기로 했다. 경찰 관계자는 “연휴를 맞아 전국에서 관광객이 찾아와 죽도와 주변 방파제 등에 주차된 차량 조회에 나서고 있다”며 “실종자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4일 낮 12시 42분경 보령시 남포면 월전리 일명 ‘죽도’ 나루터와 죽도 서쪽 및 북쪽 갯바위, 죽도에서 1km 정도 떨어진 대천해수욕장 남쪽 갯바위 등 4곳에서 높은 파도로 36명(경찰 추산)이 휩쓸려 바다에 빠졌다.

이 사고로 가족나들이 온 박종호(35) 씨와 박 씨의 아들 성우(5) 군, 추창렬(45) 씨와 추 씨의 조카 추승빈(8) 군 등 9명이 숨졌다.

또 크게 다쳐 생명이 위태로운 정태권(9) 군과 이덕진(30) 씨를 포함해 5명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으며 9명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뒤 퇴원했다. 바다에 빠졌다 구조된 나머지 13명은 다행히 다치지 않았다.

보령시 죽도출장소 이상환 소장은 “높은 파도가 한 번 덮쳤고 이상징후는 없었다”며 “제트기 같은 소리가 ‘쨍’ 하고 들린 뒤 굉음이 나더니 파도가 방파제를 덮쳤다”고 말했다.

이날 사고 지역 해상에는 강한 바람에 높은 파고가 예상된다는 기상예보는 있었으나 해일주의보는 발령되지 않았다.

기상청은 “기상상황에 의한 폭풍해일이나 지진에 의한 지진해일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며 “만조 때 해안을 따라 흐르던 강한 조류가 인공적으로 구축된 방파제에 부딪쳐 강한 파도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나 정확한 원인은 계속 분석 중”이라고 밝혔다.

해경과 경찰, 소방방재청은 헬기 2대와 경비정 8척을 동원해 실종자 수색을 벌였으나 날씨가 흐린 데다 해가 져 구조에 어려움을 겪었다.

해경 관계자는 “관광객 중 가족 전체가 실종됐을 경우 실종자 신고를 하지 못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보령=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사망자 명단

김경환(44·충북 청주시 흥덕구 분평동) 박선규(48) 박종호(35·충남 연기군 금남면 용포리) 박성우(5·박종호 씨의 아들) 박주혁(16·경기 수원시 팔달구) 최성길(63·연기군 조치원읍) 이육재(45·최성길 씨의 처남) 추창렬(45·경기 안산시 단원구 고잔동) 추승빈(8·서울 성북구 길음2동·추창렬 씨의 조카)


▲ 영상취재 : 동아일보 사회부 이기진기자


▲ 영상취재 : 동아일보 사회부 이기진기자


▲ 영상제공 : 보령소방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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