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설]섬진강 아이들, 자연을 읊고 그리다

  • 입력 2008년 2월 5일 03시 00분


▽‘엄마야 강변 살자-섬진강 아이들, 1년간의 기록’(KBS1 오후 10시 30분)=성우의 내레이션 없이 어린이들의 시와 그림, 섬진강의 풍광으로 채워진 독특한 다큐멘터리.

시인이자 교사인 김용택 씨가 담임을 맡고 있는 전북 임실군 덕치면 덕치초등학교 2학년생들이 주인공이다. 이들 및 이들의 시와 그림 속에 투영된 자연의 모습을 사계절의 흐름에 따라 차분히 구성했다.

“밤에 성준이랑 밖에 나갔다. 손 그림자로 새를 만들고 강아지도 만들었다. 재미있었다. 그림자밟기 놀이도 했다. 둘이서 빙빙 돌며, 달리며 그림자를 밟았다. 성준이도 나도 숨이 차 헉헉대며 달렸다. 이 놀이도 참, 참 재미있었다.”

덕치초등학교 2학년 1반 정현아 양의 일기다.

도시가 잃어버린 ‘칠흑 같은 어둠’이 그곳에는 있다. 천지사방 텅 비어버린 것 같은 투명한 어둠 속에서 아이들은 달빛을 따라 그림자밟기 놀이를 한다. 어른들은 아이들을 통해 기억 속의 고향을 만난다.

장난처럼 시를 쓰고 그림을 그리는 아이들은 글을 ‘지어내지’ 않는다. 그냥 쓰고 그냥 그린다. 말 그대로 ‘글짓기’가 아닌 ‘글쓰기’의 전형이다. 아이들은 직접 보고 만져서 느껴야만 나올 수 있는 언어를 가지고 있다. 아이들의 언어 속에는 살아서 꿈틀거리는, 날것 그대로의 자연이 스며 있다. 깊게 흐르는 섬진강의 사계가 아이들의 글과 그림 속에 펼쳐진다.

제작진은 “기존의 설 기획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늙은 추억’이 아닌, 이 시대에 살아 움직이는 싱싱한 자연과 아이들의 이야기를 담고 싶었다”며 “그것이 우리들이 잃어버린 마음속 고향이 아닐까 한다”라고 말했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