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선 여섯 빛깔 추억을 듣는다… 명동 신촌 중고 음반점

  • 입력 2007년 1월 6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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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음악과의 데이트 어떠세요? 아무리 LP와 CD 대신 무형의 파일로 음악을 ‘소비’하는 시대라지만, 빨리빨리 신곡을 갈아 끼우지 않으면 안 될 조급함만이 남았다지만, 추억까지 뺏을 순 없겠죠. 2007년 새해, “웬 중고?”라는 퉁명스러운 질문 대신 “한 번쯤 뒤를 돌아보자”라고 얘기해 보세요. 옛것을 익혀 새것을 안다는 ‘온고지신(溫故知新)’이란 성어처럼 2007년 당신을 새롭게 만들 중고음반점 6곳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자, 오래된 ‘여섯 빛깔’ 음악을 만나러 가볼까요?》

○평균 15년 이상… 전통이 살아 숨쉬는 명동, 남대문

#Blue… 부루의 뜨락(02-778-7309)=1997년 영화 ‘접속’을 기억하는가? 수현(전도연)과 동현(한석규)이 스치듯 지나쳤던 그 좁은 계단. 바로 ‘부루의 뜨락’이었다. 1978년 오픈, 올해로 벌써 29년째를 맞는 이 곳은 서울 명동의 명소이자 중고음반점의 대명사처럼 여겨지고 있다. 1층엔 팝과 가요, 2층엔 클래식 CD, 3, 4층엔 클래식 LP로 꾸며졌다. 10만 장 이상의 음반이 비교적 ‘기분 좋은’ 가격으로 구비돼 있으며 특히 클래식 LP에 강하다. 가끔 1층에서는 1980∼1990년대 미국 흑인 뮤지션들의 희귀 싱글음반도 눈에 띈다. 최근 이곳도 변하고 있다. 한류 바람이 불면서 명동에 일본 관광객이 많아지자 “변했다”는 비판 여론도 있지만 ‘부루의 뜨락’은 오늘도 파란 간판등을 켜고 운영 중이다.

△기자가 찾은 음반: ‘험핀 어라운드’, ‘굿 이너프’ 등 1990년대 초 뉴잭스윙 열풍을 몰고온 바비 브라운의 1992년 작 ‘바비’(6000원)

#Black… 리빙사(02-778-8868)=40년 역사라면 믿겠는가? 1967년 오픈, 현존하는 국내 최고(最古) 중고음반점은 바로 ‘중고음반 타운’인 서울 회현지하상가의 ‘리빙사’다.

장혜리, 전영록 등 1980년대 LP가 입구를 가릴 정도로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이 곳 주인은 중고음반의 산증인인 정호용(71) 할아버지. 15만 장의 LP, 5000장의 CD 등 역사가 긴 만큼 보유 앨범 역시 많다. 중고음반은 대략 2000∼7000원 수준이지만 신중현, 남인수, 배호 등 1950∼1970년대 가수들의 정규음반은 10만 원을 넘을 정도로 고가다.

△기자가 찾은 음반: 조하문의 1988년 솔로 음반 ‘이 밤을 다시 한 번’(3000원), 장혜리 3집 ‘내게 남은 사랑을 드릴게요’(3000원)

#Yellow… 북오프(02-3789-1449)=서울역 11번 출구 ‘게이트웨이’ 빌딩 1층에 위치한 북오프는 지난해 3월 일본에서 상륙한 중고 서적, 음반 전문 체인점. 국내 일본음악 마니아들에겐 국내 미발매 일본음반을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는 중고음반점으로 통한다. 300∼400장의 일본음반을 구비한 ‘북오프’의 큰 장점은 ‘헌 것을 새 것처럼’ 사는 느낌이다. 한 달에 한 번씩 일본에서 공수해올 때 CD를 새 비닐로 재포장해 마치 새 것 같은 기분이다. 싱글CD는 2000∼5000원, 앨범은 5000∼1만 원 선.

△기자가 찾은 음반: 일본 5인조 남성 그룹 ‘캇-툰’의 2006년 데뷔음반-데뷔싱글-DVD 초판 한정 패키지(2만2000원)

○대학가를 중심으로 형성된 중고음반 신메카, 신촌과 홍대

#Purple… 메타복스(02-3142-2736)=1998년에 생긴 ‘메타복스’는 10년도 되지 않았지만 엄청난 음반 보유량으로 홍익대 부근 ‘관광명소’로 꼽힌다. 그러나 음악 초보자들은 다가가기 어렵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끈적끈적한 재즈와 블루스 음악이 넘쳐나고 1층(CD)과 2층(LP)에 마련된 음반은 대부분 1960∼1970년대 올드 팝, 재즈, 사이키델릭 록 등 생소한 아티스트들의 음반이 즐비하다. 이 곳의 가장 고가 상품은 얼마 전 팔린 ‘레드제플린’의 1969년 1집 초판으로 주인 설명에 따르면 140만 원이다.

△기자가 찾은 음반: 인더스트리얼 음악의 대표 그룹 ‘나인 인치 네일스’의 1994년 작 ‘더 다운워드 스파이럴’ 초판 한정판(7500원)과 1970년대 여성 포크 가수 제니스 이언의 1975년 작 ‘비트윈 더 라인스’(1만2000원)

#Orange… 쌈바닷컴=이화여대 앞 3평 남짓한 중고음반점 ‘쌈바닷컴’은 다른 중고음반점과 달리 1990년대 발매된 CD를 위주로 다루며 가요부터 팝, 록, 힙합, 일본가요 등 다양하다. 특히 투 팍, 노토리어스 비아이지, 제이지 같은 힙합 아티스트의 미발매 홍보 CD나 재닛잭슨, 비욘세 등의 일본판 싱글CD 등 희귀본이 숨어 있으며 절판된 1990년대 가요음반도 상당하다. 다만 가요 CD는 8900원, 팝 CD는 9900원, 일본음반은 1만8900원 등 평균가가 다른 곳에 비해 높은 것이 흠.

△기자가 찾은 음반: 흑인 여가수 브랜디의 1994년 싱글음반 ‘베이비’(1만4900원)

#Brown… 33RPM(02-362-9063)=서울 아현동 한복판에 위치한 중고음반점 ‘33RPM’은 2002년에 오픈된, 비교적 짧은 역사를 갖고 있다. 그러나 4만 장의 LP 보유, 싼 가격, 여기에 주인 김형신 씨의 구수한 입담 덕택에 단골들이 줄을 잇는다. 1960∼1970년대 나훈아의 음반도 1만 원 안에서 거래가 가능하며 한쪽 구석에 마련된 팝 CD 역시 수입반이라도 5000원을 넘지 않는다. 이 곳에서 가장 비싼 음반은 1960년대 발매된 ‘록의 대부’ 신중현의 ‘빗속의 여인’ 오리지널 앨범. 골판지 재킷에 신중현의 앳된 사진이 붙어 있는 이 음반의 가격은 90만 원. 18일 중고음반점으로는 이례적으로 강남구 논현동에 200평 규모로 확장 이전될 예정이다.

△기자가 찾은 음반: ‘메탈리카’의 1996년 작 ‘로드’ 한정판 더블LP(2만 원)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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