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대통령실 앞 시위’ 허용에 집시법 개정 검토…국회 문턱은?

  • 뉴시스
  • 입력 2022년 5월 31일 14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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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대통령 집무실 인근 100m 이내 시위를 허용해야 한다는 법원 결정이 연이어 나온 가운데, 경찰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개정 검토를 시작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예상된다.

그간 경찰은 현행법상 시위 금지 장소인 대통령 ‘관저’에 ‘집무실’도 포함되는 것으로 봐야 한다는 입장이었는데, 기존 해석에 사법부가 제동을 걸자 아예 법을 바꾸자는 입장으로 선회한 모양새다.

31일 경찰에 따르면 경찰청은 옥외집회·시위 금지 장소로 대통령 관저 등을 열거하고 있는 집시법 제11조를 포함, 전반적인 집시법 개정 추진을 검토할 계획이다.

김창룡 경찰청장은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기회에 집회·시위 관련 국민들께서 요구하는 다양한 사안들을 담아 집시법 개정 방안에 대해 내부적으로 검토를 시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소음이나 교통지·정체 유발 등 인근 시민의 평온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있는 집회·시위를 제한하는 규정도 함께 검토할 예정이다. 지금도 세종대로 등 정해진 주요 도로의 교통 소통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될 경우(집시법 12조), 확성기 등을 사용해 타인에게 심각한 피해를 주는 소음을 발생시킬 경우(집시법 14조) 등에 해당 집회·시위를 제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경찰은 이 같은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을 검토할 방침이다. 현행 소음도 상한 기준치를 하향 조정해 보다 엄격하게 제한하거나, 또는 소리 자체가 크지 않더라도 미리 녹음된 음성이나 장송곡 등을 악의적으로 반복 재생하는 행위도 규제할 수 있도록 근거를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집시법 개정 작업의 핵심 쟁점은 현행법이 금지하고 있는 집회·시위 금지 장소에 대통령 집무실을 포함시키느냐다. 경찰은 윤석열 대통령 취임 직전부터 ‘대통령 집무실도 관저에 포함되는 개념’이라고 해석해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 들어오는 집회·시위 신고에 대해 금지통고를 내린 바 있다.

하지만 법원은 대통령 집무실이 관저에 포함된다고 볼 수 없다며 참여연대 등이 제기한 금지통고 집행정치 신청을 일부 인용했다. 법원의 결정 뒤에도 경찰은 본안 소송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계속 금지통고 방침을 유지한다는 입장을 내면서 논란이 커졌다.

시민사회 등에선 ‘집회를 열려면 매번 소송을 제기한 후 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것이냐’는 비판이 나오고있지만, 김 청장은 법원의 확정적인 판결이 필요하다고 선을 그었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아예 법 개정을 검토하겠다고까지 밝혔다.

이미 여당은 대통령 관저, 국회의장·대법원장 공관 등의 청사 또는 저택의 경계 지점으로부터 100m 이내의 장소에서 집회·시위를 금지하는 집시법 11조를 고쳐 대통령 집무실을 금지 장소에 포함하는 내용의 개정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청와대에서 대통령 집무실이 떨어져 나오면서 ‘법률적 미비’ 상황이 발생한 것으로 보고 대통령의 정상적인 국정운영을 위해 집무실 인근 시위도 금지해야 한다는 취지다.

하지만 앞서 법원은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의 집회를 일부 허용할 당시 단순히 ‘관저에 집무실이 포함되느냐 안 되느냐’만 판단한 것이 아니라,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집회를 열 수 있다’는 취지로 판단했다.

당시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국회의장 등이 직무를 수행하는 장소와의 형평성 등을 고려할 때, 대통령의 활동을 방해할 우려가 없거나 대규모로 확산될 우려가 없는 집회·시위는 대통령 집무실 인근에서 개최할 수 있다고 제한해 해석할 필요성 또한 있다”고 밝히고 있다.

또 다른 집회에 대한 법원 결정문에는 “국가 원수로서 국민의 다양한 목소리와 고충을 직접 듣고 국민의 자유와 복리를 증진하는 국가 정책을 수립해야 하는 대통령의 직책의 특수성을 고려해 ‘대통령 집무실’ 등 대통령의 업무가 이뤄지는 공간은 집회·시위 금지 장소로 지정하지 않되, 대통령과 그 가족의 신변과 주거의 평온 및 안전은 보호돼야 하므로 ‘대통령 관저’를 옥외집회 및 시위의 금지장소에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도 밝히고 있다.

집시법에 대통령 집무실을 시위 금지 장소로 명시하기에는 이 같은 사법부의 논리를 뛰어넘어야 하는데, 이를 반박하지 못하면 국회 문턱을 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법 개정은 국회 통과가 필요한데,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야당 반대로 논의 자체가 난항을 겪을 공산도 크다.

경찰청 관계자는 전반적인 집시법 개정 추진과 관련, “현재 발의된 법안들과 관련해 국회 논의에 맞춰 경찰 입장을 설명하는 등 대응해 나갈 예정”이라고 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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